YTN의 공기업 지분 인수자 유진그룹으로 결정

언론단체들 "악랄한 노동탄압 악명 높은 기업"

매각 결정, 절차, 인수자 선정까지 총체적 부실

보도전문채널이며 준공영방송인 YTN의 공기업 지분 인수자가 23일 유진그룹으로 결정됐다. 높은 신뢰도를 얻고 있는 보도전문채널로서 공공성의 기반이 돼 왔던 공기업 지분을 헐값에, 게다가 언론과의 관계도 없으며 ‘악덕기업’으로 비난받는 기업에게 넘겨버리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공성을 흔들어 정권 편향적 언론을 만들겠다는 발상에서 밀어붙인 공기업 지분 매각도 졸속적이고 일방적이었지만 인수자로 선정된 기업이 유진그룹이라는 점에서 언론단체들은 경악과 함께 성토하고 있다.

언론노조와 민언련 등은 한목소리로 이를 규탄하면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두 공기업의 YTN 보유지분 30.95%를 넘겨받기로 한 유진그룹에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금도 ‘유진’하면 레미콘운송노동자들에 대한 악랄한 노동탄압을 떠올린다”고 비판했다.

“특수고용노동자인 레미콘운송노동자들이 2000년대 초반 노동조합(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을 결성, 지입차주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노동기본권 쟁취운동에 나서자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기업은 대대적인 노조탄압을 자행했다."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개찰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0.23 연합뉴스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개찰을 마치고 관계자들이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0.23 연합뉴스

 

언론노조의 성명에 따르면 유진기업의 반노동 행위는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유진기업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지난 해 38년 만에 ‘유진기업 노동조합’을 결성했으나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가로 막혀 합리적인 노사관계는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가 유진기업측의 노조 지배개입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며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노조가 지난 해 9월 설립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에 대해 언론사에 기사 삭제, 작성 중지를 요청하는 등 언론 활동을 저지했다는 것이다."

유진기업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서는 인천지노위가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고, 지난 11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인사평가 면담을 하면서 파업 참여 여부를 확인한 행위에 대해서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사내 공정방송제도와 장치들 파괴할 것"

언론노조는 “이러한 노동관, 언론관을 가진 기업이 공익적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묻고 "이러한 유진그룹의 행태를 볼때 YTN이 노사 합의로 운영 중인 각종 공정방송제도와 장치들을 파괴하려는 책동이 본격화될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은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이며 철저히 사용자의 이익에 복속하는 미디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행위를 자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유진그룹에 대해 “언론사를 소유할 자격이 없는 회사”라면서 “계열사 사이트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비판받았고, 부실채권 증가로 경영위기에 몰린 계열사 유진투자증권은 임원들의 주가조작 및 불법 주식 리딩방 운영, 채권 돌려막기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불공정 경영 승계와 특혜 의혹까지 공영방송 소유주로 자격 없는 이유가 차고 넘친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유진그룹의 YTN 인수 능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룹의 핵심인 유진투자증권이 홍콩빌딩 투자 실패로 200억을 손해 보고, 2분기 영업이익까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 무슨 돈으로 YTN을 인수하려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언론자유특위도 유진그룹에 대해 “계열사가 경영 위기 속에 ‘주식 리딩방’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댓가로 오너가 검사에게 금품을 준 혐의로 실형이 확정돼 2017년 기재부의 복권수탁사업자 선정에서도 탈락한 전력이 있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YTN의 공기업 지분 매각 입찰은 인수자로 선정된 기업도 문제지만 매각 결정은 물론이고 매각 절차에서 불법성 논란이 지속됐다. YTN 지분 매각 의사가 전혀 없던 공기업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는 정권의 압박에 의해 갑작스럽게 매각 추진으로 선회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한 채 두 회사의 YTN 지분(30.95%)을 통매각해 헐값 매각 가능성과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매각주관사가 같다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어 한 곳은 매각 주관사 변경이 필요하다는 법률 자문이 있었지만 그대로 강행됐다. 삼일회계법인이 한국마사회 매각주관사 입찰 시 한전KDN에 사전 서면 동의를 받기로 한 협의도 지켜지지 않아 삼일회계법인의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부실한 과정을 거친 끝에 YTN 공기업 지분은 헐값으로 낙찰됐다. 남산 서울타워, 상암동 본사, 유보자금 등 7000억 원 넘는 자산 가치를 가진 YTN을 유진그룹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200억 원에 낙찰 받았기 때문이다.

YTN 자산가치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넘겨

불법성 시비로 점철되면서 졸속으로 강행된 YTN의 '사영화'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가 남아 있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2월 20여 년간 지켜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언론노조가 ‘YTN 지분 불법 매각’ 전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한 것도 이같은 사정에서다. 언론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야욕에서 비롯된 YTN 민영화 시도부터 오늘의 낙찰 결과까지, 윤석열 정권은 물론 인수자 유진그룹까지, 관련된 모든 관계자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한편 YTN 지분 30.95%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는 한세실업, 유진그룹, 원코리아미디어홀딩스가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YTN 지분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던 동국제강, 한국경제, 매일경제 등은 예상과는 달리 최종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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