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무 수석, 이틀 지난 뒤에야 짧은 입장문 올려

언론에 공포 안겨준 발언, 이대로 넘어갈 일 아냐

'유가족에게 위로'? 사죄 아닌 '위로'할 자격 있나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면서 사퇴 요구엔 침묵

"MBC는 잘 들으라"면서 이른바 '정보사 테러 사건'을 거론해 정부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대상으로 협박성 발언을 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발언한 지 만 이틀이 지난 16일 사과문을 올렸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의 발언이 있은 지 한나절이 지난 당일 저녁에서야 MBC의 첫 보도가 나왔으나 그 발언을 소속 기자들이 직접 들었던 매체를 비롯해 대다수의 다른 언론이 문제 삼지 않을 때만 해도 사과할 생각은 없어 보였던 그였지만 언론단체 등의 반발과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를 해서 넘어가기로 '입장'을 정한 듯하다.   

황 수석은 이날 대외협력비서관실을 통해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날 오전 9시 57분께 출입기자 알림방에 올라온 이 입장문에서 황 수석은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했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2023.12.20 연합뉴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2023.12.20 연합뉴스

그러나 이 입장문이 과연 발언의 충격과 파문에 걸맞은 사과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내용은 물론 주말 아침 시간을 틈타 짤막한 '입장문’을 내는 형식도 테러 협박 발언에 대한 진정한 사과로서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지난 이틀간을 고심해서 내놨을 이 입장문은 ‘사과’라고 표현했으나 그 말에서부터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성과 인식이 충분했는지 의문이 들게 한다. ‘사과’가 아닌 ‘사죄’라고 해야 마땅한 것이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했으나 국민들은 '심려' 정도가 아닌 '공포'와 '불안'을 느꼈을 발언이었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돌아봤는지 또한 의문이다.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는 대목도 외람된 말이다. 그에게는 다만 사죄를 거듭해야 할 뿐 ‘위로’를 할 자격은 없기 때문이다.

이 입장문은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한 것과 함께 또 하나의 입장을 분명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황 수석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고 오홍근 부장 유족 측이 황 수석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MBC 기자회,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황 수석 사퇴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야당도 "농담으로라도 결코 입에 올릴 수 없는 망언"이라며 황 수석 경질과 윤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 입장문은 언론계 및 시민단체의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황 수석은 “향후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했는데,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이 정도의 사과문으로 충분한 것인지도 의문이지만 대통령실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처신’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황 수석의 입장문이나 사과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책임 지는 처신'의 끝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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