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승리가 아니라 계속 싸우게 하는 것
관건은 서방, 특히 미국의 우크라 지원
미국 고립 노리는 러-중 연합과의 신냉전
“러시아 제재는 단거리 경주 아닌 마라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전장의 교착상태가 결정적인 변화를 가리고 있다. 전쟁의 주요 전선은 이제 정치 전선이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분열과 망설임이 자신이 지상전에서 이루지 못한 승리를 안겨 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포린 폴리시> 2월 19일)
장기전 양상 속 기세 올리는 러시아
24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통칭)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났다. 이제 3년째로 접어든 전쟁은 어느쪽으로도 단기간에 승부가 나기 어려운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 전황은 러시아에게 좀 더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6월 돈바스와 그림반도 등의 ‘점령당한 영토(우크라이나 영토의 18%) 탈환’을 외치며 반격에 나섰던 우크라이나군 공세가 별 성과 없이 끝난 뒤, 러시아가 호전된 국내외 정세를 배경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젤렌스키 전세 불리 시인
지난 8일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직에사 해임당한 발레리 잘루즈니는 이미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소모적인 장기 진지전(참호전) 단계로 가고 있다며 상황은 ‘체력’이 강한 러시아에게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군을 이끌어 온 그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불화설 끝에 해임된 사건 자체가 우크라이나의 어려운 처지를 반영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지난 19일 북동부 하르키우 주의 격전지 쿠피안스크를 방문한 뒤 “몇개 전선에서 상황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며 전세 불리함을 인정했다. 그 이틀 전인 17일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도네츠크 주의 아우디이우카를 격전 끝에 러시아군에 내주었다.
서방 지원 지연이 우크라 약세 원인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서방의 포탄과 방공 시스템 지원이 서방, 특히 미국의 국내 정치상황 때문에 지연된 것을 아우디이우카 패전의 원인으로 꼽았으며, 젤렌스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그런 처지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우디이우카 철수 때 현지의 우크라이나 사령관은 “적(러시아)이 포탄에서 10대 1의 우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실패한 것도 서방의 최신예 전차와 전투기 등 첨단무기 제공이 늦어지면서 러시아가 참호 구축 등 방어선을 강화하기 위한 시간을 벌게 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들이 많았다.
키이우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실시한 이번 달 여론조사는 지금 “사태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응답률은 44%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주변에서 철수했던 2022년 5월 조사 때의 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률은 68%였다.(<아사히신문> 2월 24일)
그럼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져 전쟁이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유리한 상황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피폐한 우크라, 멀쩡해 보이는 러시아
<가디언>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쟁터였던 우크라이나는 공장과 도로, 발전소 등의 풍비박산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봤다.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00만 명 이상의 삶이 빈곤상태로 떨어졌으며, 전쟁 첫 해에 경제는 30%나 위축됐다.
반면에 자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쟁을 강행해 온 러시아는 직접적인 피해도 입지 않았고, 예상과 달리 재정적 난관에 봉착하지도 않았으며, 무기공장들을 중심으로 인력난을 겪을 정도로 경제가 풀가동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년 전 전쟁이 시작된 직후 러시아 경제가 그해에 8.5%, 2023년에도 2.3%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서 2년간 심각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2022년에 2% 조금 넘게 위축되는데 그쳤으며, 2023년에는 오히려 3% 성장했다. 러시아인들이 전쟁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증거는 없다. 병역기피 등에 따른 인구 유출로 노동력이 줄어든데다 ‘전쟁 특수’에 따른 노동력 수요증가로 임금이 오르고 소비자 지출도 6% 증가했다.
푸틴은 전쟁을 시작하면 석유가 상승으로 국고에 자금이 채워지고 GDP 대비 부채비율이 약 20% 줄어들 것이라 계산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재정(예산) 적자는 GDP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에서 제어됐다. 푸틴은 전쟁 뒤 국방비를 국민소득의 3%에서 7%로 늘렸으며, 내년에는 1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영국 워릭대학 마크 해리슨 명예교수(경제사학)는 내다봤다.(<가디언>)
그렇다고 러시아 승리도 아닌 “한국 모델”?
그렇다면 이런 국면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면서 결국 러시아의 승리로 이어질 것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서도 대체로 회의적이다. 유럽과 미국이 전열을 재정비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본격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략이 먹혀들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들은 예상한다.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러시아만의 전쟁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 또는 러시아-중국 연합 간의 신냉전적 대결이라는 성격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패전이 자신들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보는 서방은 이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망 또한 다분히 서방 쪽의 희망섞인 관측일 수 있어서, 지금으로선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 외에 어느쪽의 승패를 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엄청난 인적 물적 피해가 뒤따르는 장기 소모전 끝에 서로 결정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적당히 타협해서 휴전하는 이른바 ‘한국 모델’이 거론되는 것도 그런 맥락 위에서다.
서방, 특히 미국 지원이 관건
여기에는 인구에서 러시아의 약 3분의 1, 경제력에서 10분의 1 수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체력’ 격차와 함께, 전쟁 수행에서 서방, 특히 미국의 군사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특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의 반격작전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종전 협상을 둘러싼 서방 여론은 장기간의 ‘전쟁(지원)피로’와 함께 분열됐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지원 여부와 지원 규모, 방법을 둘러싸고 분열된 상태에서 집단적인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인지,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망설이면서 시간을 끌어 왔다. 여기에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미국은 국내정치 상황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다. 얼마전에야 상원을 통과한 바이든 정부의 601억 달러의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은 공화당이 다수파인 하원 심의를 앞두고 있지만, 다시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파들이 장악한 하원을 통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방(미국)이 이런 상황을 헤쳐나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지 못할 경우 전쟁은 러시아 승리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느냐 지느냐는 서방의 지원 여하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지금 현금 고갈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390억 달러 규모의 예산 적자를 메워야 한다. 올해 지출은 810억 달러 남짓이고, 수입은 430억 달러가 조금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예산만 약 420억 달러다. 미국의 601억 달러 지원법안의 하원 통과가 우크라이나 전황을 좌우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고립 노리는 러시아
푸틴의 러시아는 이런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조롱하면서 중국 및 브릭스(BRICS) 등 ‘글로벌 사우스’와 손잡고 서방을 분열시키고 미국을 고립시켜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도 서방의 이해와 관심을 2개의 전선으로 분산시키면서 러시아에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과 팔레스타인 주민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은 사실상 묵인하면서 오히려 이스라엘에 막대한 군사, 정치적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의 ‘이중 기준’을 비판한다.
푸틴, 대권 도전 때마다 전쟁으로 지지율 높여
24년째 집권하고 있는 푸틴은 그 동안 대권 도전 때마다 내셔널리즘과 포퓰리즘을 극대화하는 전쟁(조지아 침공, 크림반도 강제합병 등)을 통해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냈다. 이런 예들을 보건대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음달 중순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푸틴에게 당선 보증수표나 같다. 장기구금 끝에 돌연사한 알렉세이 나발니 사건에서 보듯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일상적인 탄압과 박해에도 러시아 여론조사는 80% 안팎의 푸틴 지지율을 보여 주고 있다.
신냉전 구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러시아와 중국의 접근을 부채질했다. 서방과의 교역 차단으로 석유와 가스 수출길이 막히고 첨단기술과 생필품 수입통로가 막힌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착을 그 대안으로 삼았다. 점점 격화되는 미국과의 장기 패권경쟁 속에서 과도한 관세 및 첨단기술 장벽을 앞세운 ‘미국 제일주의’에 맞서 중국은 에너지 등 자원 수입과 자국산 제조업 수출 소비 시장을 러시아에서 찾았다.
미국과 러시아-중국 연합간의 대립구도는 중국시장에 밀착해 가던 유럽을 돌려 세우고 있다. 폭스바겐과 벤츠의 독일이 탈중국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오랜 기간 중립을 표방해 오던 스웨덴과 핀란드마저 북대서양조약(NATO)에 가입하면서 반중-러 진영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에따라 이른바 신냉전적 구도가 전 지구 차원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 과거 동서냉전이 미국과 중국의 밀착, 중국과 소련의 분리 및 소련의 고립으로 나아간데 비해, 지금의 신냉전은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미국을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도 정권이 바뀌면서 일본을 따라 미국 편임을 선언하고 러시아와 손절한 채 중국과도 멀어지는 쪽을 택했다.
정치가 주요 전선이 된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처럼 주요 관련국들의 국내외 정치상황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전선이 야전(지상의 전장)이 아니라 정치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포린 폴리시>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유럽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그가 공언한 대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등 개입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가 패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점점 현실감을 띠어 가면서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540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지원 액수는 비군사적 경제지원까지 포함하면 미국 지원의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큰 변화다. 하지만 전쟁의 흐름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관건은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쥐고 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대로 601억 달러의 지원금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미국 내 정치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세에도 전황 판세를 흔들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비나치화, 비무장화, 중립화’를 요구하면서 미국 대선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푸틴이 얘기하는 ‘비나치화’ 주장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체제가 우크라이나를 통치하게 둘 수 없다는 얘기다. 비무장화, 중립화도 결국 같은 얘기다.
전략적 명확성도 견단력도 없는 유럽
‘규칙에 토대를 둔 국제질서’와 ‘현상변경 불가’를 원칙으로 내세우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나선 바이든 정부가 적어도 대선이 끝날 때까지 표를 깎아먹을 푸틴과의 타협에 나서진 못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돼 미국이 정말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러시아와의 관계회복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국가로서의 전망은 불투명해질 것이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배하는 상황은 유럽에겐 최대의 안보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유럽이 이제까지의 자세를 바꿔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트럼프 당선이라는 악몽이 조만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현실적 위기감 때문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 국방부는 서방이 GDP의 0.25%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에 투입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올해 자신을 방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년에 새로운 반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시산했다. 하지만 유럽은 여전히 그런 것을 결행할 전략적 명확성과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쟁 목적은 승리가 아니라 계속 싸우게 하는 것
서방은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겨서는 안 되지만, 우크라이나가 이겨도 안 된다는 듯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이길 경우 또는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격할 경우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자국 영토 내에서 계속 러시아와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방은 우크라이나가 이기라고 지원하는 게 아니라 지지 말고 전쟁을 계속하라고 지원하는 셈이다. 그것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계속 싸워서 러시아 경제와 국력을 고갈시켜 쇠망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의 목표라는 얘기가 된다. 그때까지 우크라이나는 끝없는 소모전을 벌이며 국토와 경제, 국민을 희생시켜야 할 가혹한 운명이다. 서방은 관전하며 지원할 뿐 그들 손에 직접 피를 묻히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전쟁과 다른 점이다.
젤렌스키 정부로서는 그렇게 해서라도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야 하는 것이 공약이자 운명이기도 하다. 그가 그 목표를 포기하고 적절한 선에서 타협해서 정전에 합의하는 순간 그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 어려운 길을 우크라이나가 계속 걸어가게 하려면 장기적으로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자체 무장 서두르는 우크라
우크라이나는 치명적 약점인 서방에 대한 무기와 장비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체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의 자체 생산이다. 우크라이나가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흑해함대를 흑해 서부해역에서 몰아내고 러시아의 석유정제 시설과 저유소,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수 있게 해 준 것도 이 드론들이다. 이와함께 우크라이나는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전쟁 초기에 위력을 발휘한 튀르키예제 드론 바이락타르 제조회사를 끌어들여 올해부터 자국 내에 공장을 짓고 생산할 수 있게 하는 한편 유럽연합 지역에서의 합작생산도 모색하고 있다.
제재 무용론과 유용론
러시아에게도 약점이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그런 약점을 노린 것이다.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보면 러시아는 아직 건재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재가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외교협회 수석연구원이자 <포린 폴리시> 칼럼니스트인 아가테 데마라이스는 전쟁 2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가 정보전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제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제재로 러시아의 서방 고급기술 수입이 전쟁 이후 약 40% 줄었다면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제는 단거리 경주 아닌 마라톤”
데마라이스는 “제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과 같은 것”으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난다며 항공 및 에너지 분야의 서방 기술과 장비 차단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항공사의 항공 운항률이 떨어진 것은 이런 기술 및 장비 수출 차단에 따른 엔진 부족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산 콤프레서가 고장난 뒤 러시아 석유정제 분야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느리지만 제재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베아타 야보르치크는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제재로 러시아가 서방의 기술, 자본, 지식 및 관리기법으로부터 단절되면서 생산성 향상에 문제가 생길 것이고, 그 영향은 숙련 노동자들이 (전쟁과 징집 등을 피해) 러시아를 떠나면서 발생한 인적 자본 손실 때문에 증폭될 것이라고 봤다.
싱크탱크 OMFIF의 마크 소벨은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추이 등의 데이터를 보면 러시아가 무자비한 침략 수행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탄력성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은 러시아 경제와 국민에게 훨씬 더 큰 고립과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약점과 현실을 보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가디언>)
지금 러시아가 줄곧 주장하고 있고, 서방의 여러 미디어들도 지적하고 있는 “서방의 러시아 제제 실패” 담론의 확산이 서방에게 다음 대응조치를 더욱 고민해 만들었는데, 싱크탱크 채텀 하우스의 러시아 전문가인 팀 애시와 해리슨 교수도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해리슨은 제1차 세계대전 마지막 해인 1918년의 유럽 서부전선과 연합군이 민간인과 군대로 가는 중요한 보급품 통로에 대한 봉쇄를 강화해 독일의 사기를 무너뜨린 사례를 떠올리며 지금의 러시아에 대해서도 제재 강화로 그때와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애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형 대출기관들이 러시아 쪽 은행계좌를 폐쇄하고 결제를 제한하기 시작한 것과 중국의 은행, 튀르키예의 대출기관이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 방산 관련 업체들과 거래하는 외국은행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에 반응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러시아가 서방(벨기에) 은행에 맡긴 3000억 달러 상당의 동결된 자금을 압류해 우크라이나 재건에 써야 한다는 주장들도 제기됐다.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유럽 중앙은행, IMF가 모두 유럽연합의 금융 인프라와 유로화의 신뢰 실추를 우려하며 아직은 반대하고 있으나, 여러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고 이 또한 러시아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논의도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방향이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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