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텐트' 주요 축 무너져…더욱 초라해진 이낙연

"부실한 통합 결정, 부끄러운 결말" 대국민 사과

다시 '새로운미래' 돌아가 독자적 총선 치르기로

무분별한 야합 실패에도 "민주당 정신‧품격 회복"

이준석 "앞길에 좋은 일 많기를…이제 일하겠다"

김종인 영입에 주력…개혁신당 공관위원장 제안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공동취재]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공동취재]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결국 이준석 공동대표와 결별했다. 지난 설 연휴 첫날 깜짝 합당 선언을 한 지 11일 만에 선거공학만을 노렸던 무분별한 야합이 실패로 귀결된 것이다. 이로써 소위 제3지대라는 '빅텐트'의 한 축은 무너졌고 이낙연 대표는 총선이 50일밖에 안 남은 시점에 더욱 초라한 행색으로 벌판에 나서게 됐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20일 김종민 최고위원과 함께 서울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 2월 9일의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면서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원칙과상식' '새로운선택' 등 4개 정치세력은 지난 9일 통합신당 합당 합의문을 공개하면서 당 대표는 이낙연·이준석 공동대표 체제로 하되 총선을 지휘할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낙연 공동대표가 맡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캠페인과 총선 정책 결정권', 즉 포괄적인 선거운동 지휘 권한을 사실상 이준석 공동대표에게 위임하는 안건을 다수결로 의결했다. 졸지에 허수아비로 전락하게 된 이낙연 대표는 이 표결이 합당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했다고 반발한 것이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들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신당(가칭)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합의문. 2024.2.9. 연합뉴스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상식 등 제3지대 4개 세력들은 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신당(가칭) 합당 방안에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합의문. 2024.2.9. 연합뉴스

이낙연 대표는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며 "더구나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통합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해 독자적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통합은 좌초했지만, 저의 초심은 좌초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해졌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깨고 진영보다 국가, 정치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나아가 "도덕적 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면서 "민주당의 자랑스러웠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저희가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던 자신이 수구보수 세력의 본산인 국민의힘 대표 출신이자 혐오 정치로 악명 높은 이준석 대표에게 끌려다니며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까지 '민주당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회복하겠다'는 상투적 슬로건을 되풀이한 것이다. '민주당 망신은 이낙연이 다 시킨다'는 지지층의 평가와는 동떨어진 유체이탈 화법이 설득력을 갖기는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거듭 죄송하다"면서도 "그러나 법적 합당 이전에 신당 판도가 분명해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불확실성은 긴 것보다 짧은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긍정적 의미를 부여했다. 끝으로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겪으시는 오늘의 실망이 내일의 희망이 되도록 저희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디 저희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저희들의 충정을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이낙연 공동대표 합당 철회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이낙연 공동대표 합당 철회 발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2.20. 연합뉴스

이에 이준석 대표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당 통합을 선언한 지 10일 만에 이낙연 대표께서 이끄시는 새로운미래가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참담한 마음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누군가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할 말이야 많지만 애초에 각자 주장과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 국민들 보시기에 눈살 찌푸려지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제 일을 하겠다. 개혁신당은 양질의 정책과 분명한 메시지로 증명하겠다"면서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에 실망하신 유권자께 더 나은, 새로운 선택지를 마련해 드리기 위해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낮은 자세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지만, 따로 노력하게 된 이 대표 및 새로운미래 구성원들의 앞길에 좋은 일이 많기를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제 일을 하겠다"는 대목에 방점이 찍힌 이준석 대표의 '고별사'는 이낙연 대표 측의 이탈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투다. 이준석 대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김종인 전 위원장을 지난 17일 만나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정식으로 제안했다고 한다. 전날 김종민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준석 대표는 사실상 김종인 전 대표를 끌고 오기 위해 이낙연 대표를 몰아내야 한다는 계산으로 최고위에서 말도 안 되는 비민주적 안건 강행을 한 것"이라고 분개한 바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4.1.20. 연합뉴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4.1.20.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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