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신화1: 중도로 이동해야 지지층이 확장?

무너지는 신화2: 양당 모두 싫다는 제3지대 크다?

무너지는 신화3: 조국의 강을 건너야만 한다더니?

무너지는 신화4: 조국 임명 찬성해 정의당이 추락?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정말 놀랍다. 이렇게 단기간에 이토록 급성장한 정당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지적한 적이 있듯이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2019년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집회의 정치적 부활이며 일종의 ‘역사의 복수’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조국혁신당의 리더인 조국 대표의 구실도 빼놓을 수 없다. 마치 ‘지옥섬에서 살아돌아와서 빌포르 검사와 정면 대결하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리게 하는 조국 대표는, 전국을 돌면서 속시원한 연설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 조국 대표가 ‘조선일보의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장면은 족벌언론들에 대한 오랜 반감을 쌓아온 사람들에게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정도였다.

“조선일보와 보수언론들은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이 들어서는데 어떤 아부와 찬양과 온갖 범죄행위를 했는지, 각종 범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군사정권과 결탁해서 어떠한 수사도 기소도 유죄 판결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들이 윤석열 정권과 싸우다가 수사와 기소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이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던 정치적 공간을 파고들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더 넓은 정치적 공간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 모든 게 지난 5년 동안 조국 가족을 그야말로 멸문지화시키면서 돌아올 수 있는 다리까지 모두 불태워버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스스로 자초한 결과라는 것은 지독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출처 - 조국혁신당
출처 - 조국혁신당

아마도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몇 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이러한 폭발의 불씨를 심고 있는 자신들 스스로를 말리고 싶은 심정일 것 같다. 더 나아가 조국혁신당의 갈수록 태풍에 가까워지고 있는 돌풍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당연한 상식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억누르고 있던 몇 가지 허구적 신화들을 뒤흔들며 무너트리고 있다.

1. ‘중도층’의 신화

모든 것을 정치공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수많은 정치평론가들(대표적으로 박성민, 성한용, 윤태곤, 이철희, 최병천, 이관후 등)은 보통 정부나 정당이 더 넓은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하지 말고 중도로 이동하며 지지층을 확장해야 한다고 충고해 왔다. 이에 따라서 민주당은 많은 경우에 여러 개혁 정책을 강행하기보다는 주춤거리며 물러서는 일을 반복해 왔다.

문재인 정부가 언론과 여론의 압박을 받아서 조국 장관과 추미애 장관을 물러서게 했던 일, 윤미향 의원을 당에서 쫓아냈던 일,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을 정권 말기에나 뒤늦게 통과시킨 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쉽게 포기했던 일,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은 발의만 해놓고 손놓고 있었던 일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선명성을 버리고 중간적인 위치로 이동해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논리를 거부하고 검찰 개혁 등에 대한 가장 선명한 주장을 하면서 순식간에 큰 지지를 얻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중도층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대중의 잠재력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지적했던 것이다.

예컨대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였던 트로츠키는 자서전에서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제시하면서 ‘어떤 사회에서든 진보적인 30%와 보수적인 30%, 그리고 중간에서 좌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양쪽의 30%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단호하고 분명하게 방향을 제시하며 중간의 사람들을 자기 쪽으로 이끄느냐가 전략과 전술의 핵심’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조지 레이코프도 유명한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중도층’은 사실 진보와 보수 모두에서 동요하고 있는 ‘이중 개념주의자’이기 때문에 보수적 프레임에 타협하는 것으로는 결코 중도층을 데려올 수 없다고 말이다.

사실,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잘못된 방향으로 실천해 온 것은 보수우파 쪽이었다. 미국의 트럼프가 대표적이고,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도 비슷했다. 당시에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은 중도화가 아니라 확실하게 보수층을 결집하면서 극단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정치혐오를 일으켜 상대방의 지지층을 약화시키려고 했다. 이것이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능하게 했다. 

 

또 종북몰이로 우파 지지층 결집하려는 윤석열, 한동훈, 조선일보 - 그러나 이번에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또 종북몰이로 우파 지지층 결집하려는 윤석열, 한동훈, 조선일보 - 그러나 이번에는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금까지의 선거운동 방식이 보여주듯이 윤석열 정부와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성공할 것을 기대했겠지만, 윤석열 2년의 경험이 낳은 효과에 민주당이 공천개혁을 통해서 당원과 지지층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중도층까지 흡수하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

2. ‘제3지대’의 신화

한국정치에는 오랫동안 ‘제3지대’의 신화가 존재해 왔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과 민주당 계열 정당의 중간에, 양 정당 모두를 똑같이 싫어하고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거대한 제3지대가 존재한다는 신화였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이 신화를 부추기며 스스로가 그 신화의 불빛에 불나방처럼 몰려들었던 것이 바로 이낙연, 이준석, 금태섭, 류호정 같은 정치인들이었다.

엄청난 과장과 허풍이었겠지만, 이들은 ‘제3지대 신당이 100석 이상도 가능하다’거나 심지어 ‘제 1당도 가능하다’면서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제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보면 신기루였다는 게 명백해지고 있다. 이낙연의 ‘새로운 미래’, 이준석의 ‘개혁신당’ 등은 지금 당 대표들부터 당선 가능성이 없을 뿐 아니라 총선 이후에 살아남을 것인지 의문시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정당들은 윤석열 정부는 검찰독재이지만 이재명의 민주당도 비리범죄자의 소굴이라면서 둘 모두를 심판하자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앞뒤가 안맞고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들리고 있다. 검찰독재 정부가 야당을 부당하게 탄압한다는 것인가? 비리로 얼룩진 야당이 검찰 독재를 핑계대고 있다는 것인가? 

 

제3지대 신당으로 가장 주목받던 이준석 개혁신당은 실패가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류호정은 '제3지대는 실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제3지대 신당으로 가장 주목받던 이준석 개혁신당은 실패가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 류호정은 '제3지대는 실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관련기사 화면 갈무리

결국, 이 당들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면서 존재감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것은 ‘제3지대’가 한국정치에서 항상 보여줬던 모습이기도 하다. 이들은 언제나 선거를 앞두고 양당에서 떨어져 나오거나 공천받지 못한 의원들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더구나 양비론으로 결국에는 보수우파를 돕거나 오른쪽으로 흡수되곤 했다.

지금은 윤석열의 품으로 들어간 안철수, 조정훈 의원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이낙연, 이준석, 양향자, 금태섭 등의 ‘제3지대’ 신당들은 지금도 주로 민주당과 대립하고 있고, 총선 이후 국민의힘과 합쳐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권력 연장에 함께할 가능성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의 몰락을 앞당긴 것이 바로 조국혁신당의 주요한 공로이다.

조국혁신당은 ‘제3지대 신당’들처럼 윤석열 정부도 민주당도 나쁘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민주당보다도 더 빠르고 강하게 윤석열 정부와 검찰 독재에 맞서서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제3지대’는 민주당 왼쪽에서 보수우파에 더 철저하고 일관되게 싸우는 세력을 기대하는 사람들 속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3. ‘조국의 강’의 신화

2019년 소위 ‘조국 사태’ 이후에 이 나라의 레거시 미디어와 정치평론가들은 항상 민주당을 향해서 ‘조국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툭하면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한 민주당’이라고 비판했고, 조국혁신당이 처음 출현했을 때도 ‘다시 등장해 민주당을 가로막은 조국의 강’이라고 했다. 또 조국 대표에게 ‘범법자로서 정치할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고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런 태도에서는 사실 조중동과 한겨레 경향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것은 ‘조국 사태’의 핵심적 본질이 ‘입시비리, 반칙과 특권, 내로남불의 전형으로 수많은 시민들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줬다’는 당시 정치검찰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토대 위에서 나온 태도였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검찰이 꺼내든 카드는 고작 또 다시 가족인질극과 먼지털이뿐이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검찰이 꺼내든 카드는 고작 또 다시 가족인질극과 먼지털이뿐이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그런데 막상 조국혁신당이 출현하니까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면서 놀라운 지지를 얻고 있을 뿐 아니라 민주당의 지지율까지 올려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것은 각종 데이터가 증명할 뿐 아니라 조선일보까지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결국 ‘조국의 강’은 존재하지 않았고, 레거시 미디어들이 만들어낸 허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셈이다.

2019년에 벌어진 사태의 진정한 핵심은 검찰 개혁을 막아내려는 검언 카르텔의 연성쿠데타 시도였고, 수많은 시민들이 기대했던 것은 이러한 검찰과 언론의 방해 공작을 뛰어넘어서 검찰 개혁을 실제로 성공시키고, 그것을 더 폭넓은 정치사회경제적 개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정치세력이었던 셈이다.

4. ‘정의당과 민주당 2중대’의 신화

2019년에 ‘조국 사태’ 당시에 정의당은 갈팡질팡하다가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찬성했다. 하지만 결국은 검찰과 언론의 프레임을 받아들이며 조국몰이에 끌려가는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곧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했던 것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청년’ 의원들이 특히 적극적이었고, 결국 심상정 대표가 공식 사과했다.

모든 언론과 지식인들은 ‘조국 장관 임명에 찬성한 것은 정의당을 민주당의 2중대로 보이게 만들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의 이탈과 지지율 추락을 가져온 결정적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과 심상정 의원은 그후에도 몇 번이나 반성과 사과를 거듭했다. 최근에 발간한 책에서도 심상정 의원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며 다시 사과하고 반성했다.

뿐만 아니라 정의당의 청년 의원들은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했고, 정의당은 나중에 이재명 체포동의안까지 당론으로 찬성하며 민주당과 선을 그었다. 류호정 의원은 심지어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면서 “조국 사태 이후 했던 반성, 민주당과의 결별, 이러한 정의당의 당론을 따라서 저는 움직”였다고 했다.

‘조국 장관 임명을 찬성하고 민주당 2중대처럼 보여서 지지율이 추락’한 것이 맞다면, 이러한 민주당과 선 긋기는 정의당의 지지율 회복으로 나타났어야 한다. 그리고 이 논리가 맞다면 정의당의 지지율까지 같이 끌어내렸던 조국 전 장관이 만든 신당은 정의당보다 훨씬 낮은 지지율을 보여야 한다. 

 

정의당의 진정한 '패착'은 민주당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준 것에 있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정의당의 진정한 '패착'은 민주당보다 더 강하고 빠르게 개혁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발목을 잡는다는 인상을 준 것에 있었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그런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상 최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정의당과 정의당의 10배 가까운 지지를 얻는 조국혁신당의 모습이다. 이것은 정의당의 지지율 추락과 위기는 오히려 조국몰이 등을 뒤쫓으며 검언 카르텔과 윤석열 정부에 타협하는 모습에 진보정당 지지층이 실망해서 나타난 결과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검언 카르텔과 윤석열 정부에 의해서 가장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강력하고 선명한 검찰 개혁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사실 민주당처럼 주춤거리지 않고 기득권 우파와 정치검찰, 족벌언론에 가장 앞장서 결연하게 맞서는 것은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의 몫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떡값검사들의 명단을 폭로하며 정치검찰의 표적이 됐었고, 이정희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눈 앞에서 “다까기 마사오”라고 일갈했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은 조선일보 같은 족벌언론들과 가장 대립하며 언제나 공격받았다. 하지만 종북몰이와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지난 10여 년간의 위기와 분열 속에 이제 그런 결기는 희미해졌다.

따라서 지금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놀랍지만, 사실 진보정당의 분열과 위기를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기득권 우파와 검언 카르텔에 맞서서 눈치보며 타협하는 게 아니라 가장 강력히 싸울 수 있다는 기대는 진보정당보다는 조국혁신당을 향하고 있다. 진보정당들이 다시 제 몫과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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