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 문제 지적을 정치 공방·진영정치로 비판
부실 수사 추적 않고 의문 제기도 막으려는 건가
두 신문의 고질적 양비론 중에서도 밑바닥 수준
‘혐오 정치’에 대한 언론의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살해 시도에 이어 배현진 의원에 대한 둔기 폭행이 발생하면서 언론들은 혐오정치가 한국 사회와 정치의 큰 문제라며 집중적인 조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의 진단이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환자에 대한 의사의 오진(誤診)처럼 빗나간 진단과 지적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모든 정치적 대립을 '정쟁'으로 몰고 있는 것에서 혐오정치에 대한 그릇된 진단이 보인다.
연달아 발생한 두 테러 사건에 대해 정치권의 극단 대결·혐오의 정치에서 근본 원인을 찾으면서 정치권이 ‘증오 정치를 청산하자’는 목소리를 쏟아내면서도 이를 다시 혐오와 정쟁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많은 언론의 전반적인 보도 양상이다. 특히 29일 아침신문들은 강성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행태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럴 때 흔히 동원되는 것이 '정쟁론' '양비론'이다. 여기에는 양쪽 다 똑같다는 식의 양비론과 '소모적 정쟁론'으로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조선 중앙 등의 이른바 ‘보수’ 언론들이 앞장선다. 그러나 한겨레 경향 같은 진보적인 언론들이 그와 거의 다를 게 없는 것이 더욱 문제다.
29일 아침 신문에서 한겨레는 2면 기사 <이재명 피습 뒤에도 증오정치, 자성 없는 정치권 또 부메랑>에서 “혐오 정치 규탄은 말로만 그쳤다. 오히려 이 대표 피습 사건 대응을 위해 구성된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회’는 경찰·국가안보실·국가정보원의 사건 축소·왜곡 주장을 펼치며, 정쟁을 벌이는 모양새”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정치권의 극단 대결을 지적하면서 비슷한 논지를 폈다.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후 여야는 증오의 정치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면서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테러 사건을 축소·왜곡한 경찰의 소극적 수사 때문’이라며 여권 책임론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문제점 지적을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문화, 적대적 진영정치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경향 두 신문의 보도는 이에 대한 여당의 반박을 전하면서 ‘공방’으로 정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저급한 선동의 정치’라며 민주당을 탓하고 ‘음모론 생산공장’(윤재옥 원내대표)이라거나 ‘나치 히틀러가 떠오른다’(구자룡 비상대책위원) 등 거친 언사로 맞받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정치권의 공방'으로, 혐오정치 현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대립을 여와 야의 공방으로 낙인 찍는 것은 많은 한국 언론의 전형적인 정치 보도지만 한겨레와 경향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와 관련된 의문을 제기하는 것까지 정치권의 정쟁과 공방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테러에 대한 많은 의문은 민주당의 주장을 떠나 다수 국민들의 상식적인 의문들이다. 초동수사 부실에 따른 현장 증거 훼손 및 미확보에 대한 여러 의혹들, 테러 사건 축소·은폐의 배후에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이 있다는 의혹, 이에 대해 제대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까지, 이는 민주당의 의문을 넘어서 많은 국민의 의문인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 이를 제대로 제기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 경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살해 미수 테러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켰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서 이를 충실히 지적하고 제기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십년 만의 살해를 노린 백주 테러 사건 수사 결과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로는 납득할 수 없는 축소 보도였다. 이 점에서는 한겨레 경향도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는 다를 게 없었다.
이재명 테러 의혹 제기에 대한 한겨레 경향의 '정쟁 보도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려는 쪽과 이를 덮고 감추려는 쪽을 거의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의혹을 추궁하고 추적하는 것을 정쟁이며 혐오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소한 이 사안에서만큼은 조선 중앙 등의 이른바 보수 언론과 한쌍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일보가 29일자 사설에서 “(혐오정치의) 1차적 책임은 정치인들 스스로에게 있으며 여야가 대화와 타협은 외면한 채 자극·폭력적인 언사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데서 보이는 여야 양비론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공방의 양측을 동일시하는 보도로 한겨레와 경향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수' 언론과 동일한 언론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 경향의 보도는 이 대표 테러 사건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문을 품고 있는 점들에 대해 취재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진상 규명 의혹 제기를 정쟁이라고 비판하면서 억누른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 테러에 대한 ‘2중의 부실’을 범하고 있다.
이런 식의 보도는 ‘혐오정치’ 추방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오히려 혐오정치를 강화한다. 정치를 '정치'와 '정쟁'으로 굳이 나눈다면 언론의 역할은 무엇보다 모든 정치를 정쟁으로 모는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에 있다. 정쟁이 아닌 ‘정치’를 찾아내서 그 크기를 넓혀주는 것에 있다. 그래야 정쟁이 아닌 '정치'가 살아나고 커진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에서의 모든 대립과 갈등에 함부로 '정쟁'의 낙인이 씌워진다.
그렇게 정치와 정당이 문제를 풀도록 촉구하고 압박하는 역할을 언론이 하지 않을 때 정치는 문제를 풀지 못하는 정치가 되며, 그런 정치를 다시 언론은 무능한 정치라며 비하하고 혐오한다. 결국 혐오정치가 아닌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 즉 '정치 혐오'가 벌어진다. 언론이 '정치'를 주목해주고 분별해 주지 않을 때 정치 영역 내부에서 상호간의 혐오, 또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만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혐오정치와 정치혐오는 서로 원인과 결과가 돼서 악순환 되는데, 그 악순환의 조장을 언론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이 많은 사안에서 보이는 양비론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단순 병렬식으로 양쪽을 똑같이 비판함으로써 실은 어느쪽도 비판하지 않는 결과가 되는 보도들이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이재명 테러에 대한 정쟁론과 양비론은 이들 신문의 양비론 보도들 중에서도 그 밑바닥 수준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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