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 해소보다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찰 발표

애초부터 철저히 밝혀낼 의지 있었는가 의문

언론의 부실 왜곡보도가 소극수사 낳은 큰 원인

10일 경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살해 미수 테러 수사 결과 발표는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을 해소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켰다. “피의자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경찰의 발표는 이를 공범과 배후 세력이 없는 개인의 범죄로 결론 내렸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제기됐던 여러 의혹들에 대한 설명은 없거나 매우 부족했다. "테러 동기, 공범 여부, 배후 등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 사건 본질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민주당 테러대책위원회의 지적은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이기도 하다. 

이제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은 범인의 범죄동기와 배경, 공범 존재 여부 등 범행 관련 의문과 함께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경찰의 부실수사를 낳았는가, 라는 것이다. 수사하려 했지만 하지 못했는가, 아니면 애초부터 제대로 수사하려 하지 않았는가다.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경찰은 "습격범 김씨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 총선에서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2024.1.10
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 10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경찰청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과 관련해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4.1.10 연합뉴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서 이를 제대로 지적하고 제기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발표 직후는 물론 11일 아침 신문에서 이를 보도하는 매체들은 경찰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옮기는 데 그치고 있다. 기사의 내용도 그렇지만 기사의 배치와 비중에서도 1면이 아닌 4면과 5면 등 안쪽에 배치했을 뿐만 아니라 짤막하게 전하고 있을 뿐이다. 조선과 중앙 동아일보 등 거의 모든 매체들이 이재명 대표의 퇴원 소식의 뒷부분에 "한편 부산경찰청은" 식으로 덧붙이는 정도로 전했다. 야당 대표에 대한 수십년 만의 살해를 노린 백주 테러 사건 수사 결과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로는 납득할 수 없는 축소 보도다.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모든 의문이 해소되고 결론 내려졌다는 태도도 문제지만 일반적인 형사 사건처럼 취급하고 있다.  

언론의 이같은 보도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보였던 보도 양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초 보도들에서 '열상(裂傷)' 표현을 써서 사건의 진상을 오해하게끔 한 것에서부터 언론은 이 사건의 진상을 오도하고 왜곡했다.  '찢겨진 상처'를 뜻하는 열상과 '칼로 찔린 상처'를 뜻하는 자상(刺傷), 두 용어의 차이를 모르는 무지 탓이 아니라면 오보라고 해야 할 보도였다. 어수선한 현장에서 기자들이 전하는 속보가 범할 수 있는 부정확한 보도라고 할 수도 있고 대테러종합상황실발로 뿌려진 ‘이재명 1cm 열상 문자’를 인용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수의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과 함께 유튜브 중계를 볼 수 있었던 상황에서 이는 얼마든지 교정할 수 있었으나 열상 보도는 장시간 계속되면서 국민들에게 초기에 사건의 진상을 그릇되게 전했다. 언론은 사건의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이같은 오류와 부실을 범하는 반면 이재명 대표의 병원 이송을 놓고는 특혜 논란을 극대화했다. 이로써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해 테러'를 '이재명 대표에 의한 물의' 사건으로 전환하려는 듯했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단독 범행이라는 예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같은 예단이 부실 수사로 이어진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공범이나 배후를 밝히겠다는 철저한 수사 의지의 결여로 인한 예단이었는지 의문을 낳지만 언론은 이를 제대로 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지난해 6월부터 5차례나 흉기를 지닌 채 이 대표의 공식 일정을 따라다니는 등 장기간 준비 끝에 살인을 시도한 것에 대해 제기되는 합리적 의문에 대해 언론은 제대로 묻지 않았다. 자신이 운영하던 부동산사무실 월세도 여러 달 밀려 있을 만큼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을 범인이 수개월간의 범행 준비 관련 자금을 대체 어떻게 마련했는지에 대해 경찰은 10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은 거의 없다. 

범인 김 씨 스스로가 범행동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변명문을 참고하라고 했는데도 그의 글을 공개하지 않은 것, 범인 신상공개와 관련해 범행 수법과 피해 정도 및 제1야당 대표 겨냥 등의 요건에 대부분 해당되는데도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그 이유마저 공개하지 않은 것, 국민의힘 지지 성향의 김씨가 이 대표를 살해하기 위해 민주당에 위장 입당했다는 추론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익적 목적의 당적 공개는 문제가 없는데도 당적 공개를 거부한 것 등 경찰의 의문투성이 결정에 대해서도 질타하고 비판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건 하루 전 봉하마을에서 평산마을로 김 씨와 차를 타고 함께 갔던 A씨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전화해 17분가량 통화하면서 진술했지만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말했던 대로 경찰의 부실 소극 수사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나지만 이에 주목하는 언론도 거의 없다. 경찰의 부실수사와 언론의 부실 보도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격이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말한 대로 “축소 지향적인 수사로서 정치 테러의 ABC가 망각된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는 이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에도 고스란히 해당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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