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종사자 10년 새 45만 명 줄어

저숙련 여성 근로자 일자리 직격탄

반면 물류센터와 택배, IT 는 구인난

“인력 재배치 위한 정부 지원 시급”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고 키오스크 같은 무인 판매대가 보급되면서 점포의 판매사원이 큰 폭으로 줄고 있다. 특히 마트 계산원(캐셔) 등 저숙련 여성 근로자의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뱅킹으로 은행 영업점에 감원 바람이 분 것처럼 정보기술(IT)과 자동화가 유통업계 일자리에도 대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판매사원이 다른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마트에 보급된 무인 계산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형마트에 보급된 무인 계산대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는 29일 통계청과 유통업계 자료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판매사원이 45만 명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취업자 중 판매 종사자는 262만 1000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45만 3000명 줄었다. 판매 종사자는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 중이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판매 종사자는 의류와 화장품, 가전제품, 가구, 음식료품 등의 판매원을 비롯해 매장 계산원, 자동차 영업사원, 보험설계사, 신용카드 모집인, 홍보 도우미 등 영업과 판매직 취업자로 주로 고객과 직접 대면으로 영업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판매 종사자 감소 폭이 가장 큰 시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과 2021년이다. 두 해 동안 줄어든 판매 종사자는 23만 3000명에 달했다. 온라인 쇼핑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동을 통제한 것이 판매사원 일자리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3대 대형마트 직원 수 변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만 3000여 명이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6월 말보다 2000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홈플러스도 2만 3000명에서 2만 명으로 3000명가량 줄었고 롯데마트 직원도 1만 3000명에서 1만 900명으로 감소했다. 오프라인 점포도 꾸준히 줄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9년 6월 말 125개에서 지난해 6월 말 111개로 감소했다. 홈플러스도 140개에서 131개로 각각 줄었으며 이마트는 4개 매장이 줄었다.

전국에 판매점을 두고 있는 화장품·의류 업체의 점포와 직원이 줄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업체는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연 퇴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1000여 명을 감원했고 LG생활건강과 삼성물산도 패션 사업 직원을 각각 수백 명씩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업체는 오프라인 점포도 각각 100~300개 줄였다.

 

 판매 종사자 수 추이. 연합뉴스
 판매 종사자 수 추이. 연합뉴스

이에 반해 네이버와 쿠팡 등 거대 플랫폼이 주도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94조 원에서 2018년 113조 원, 2019년 137조 원, 2020년 158조 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엔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지난 2021년 190조 원을 기록했고 2022년엔 20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도 1월부터 11월 말까지 전년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한 207조 원에 달해 연간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게 확실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비중을 보면 온라인 쇼핑이 53.7%를 차지했고 대형마트 17.3%, 편의점 15.3%, 백화점 11.4% 순으로 나타났다. 3대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합쳐도 온라인 쇼핑보다 비중이 작은 것이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 금융권이 그랬던 것처럼 점포와 매장 직원을 줄이는 대신 무인 계산대와 키오스크 등 자동화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금리로 기업들의 점포 운영비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셀프 계산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편의점도 판매 직원을 줄이기 위해 무인 매장을 늘리는 중이다. GS25는 지난해 완전 무인 매장과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각각 82개와 734개로 늘렸다. CU도 전체 매장의 2%인 400여 매장을 야간에 무인으로 운영한다. 유니클로와 에잇세컨즈, 이랜드 스파오 등 패션 매장도 셀프 계산대를 설치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판매 종사자는 대부분 저숙련 여성 근로자다. 반면 온라인 쇼핑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자동화 시스템 분야와 물류센터, 배달, 택배 등은 대체로 남성 근로자 몫이다. 유통산업의 고용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셈이다. 문제는 이 여파로 일자리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 판매사원 일자리는 사라지고 IT와 물류 등 새로운 분야에서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일자리 변화에 맞춘 정부의 고용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판매 종사자가 돌봄과 요양보호사 등 다른 복지 분야로 직종을 전환하거나 무인점포 같은 자동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 산업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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