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금 파티 뒷돈 빼돌려 비자금 조성, 정치자금법 위반
마쓰노 관방, 니시무라 경산상, 하기우다 정조회장 등
1993년 자민당 정권 붕괴 유사…비자민당 내각 등장
일본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자 기시다 후미오 정권을 떠받쳐 온 주요 기둥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 세이와카이清和會) 핵심 간부들이 정치자금 모금 파티 수입의 일부를 뒷돈으로 챙기고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기시다 총리가 조만간 이들을 내각과 당 요직에서 모두 배제하기로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전했다.
“아베파는 끝났다”
이에 따라 “우리 파벌은 무너졌다”(아베파 중진) “아베파는 끝났다”(비파벌 중견)는 탄식과 함께, 기시다 정권, 나아가 자민당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정치자금 파티 수입의 일부를 뒷돈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이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조회장,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 등 현역 5명과 아베파의 ‘좌장’인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등 모두 6명이다. 현역 5명은 아베 전 총리가 지난해 7월 사망한 뒤 구성된 아베파 집단지도체제의 주축 ‘5인방’(5人重)으로 알려져 있다.
뒷돈 빼돌려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아베파는 매년 한 차례 정치자금 모금 파티를 열어 소속 의원들의 당선 회수나 직책에 따라 파티권(1매당 2만 엔) 판매 매수를 할당한 뒤 판매해서 자금을 마련해왔다. 할당분 이상의 수입을 올린 의원에게는 그 초과분을 돌려준다(‘환류’ 還流). 문제는 이 돌려 준 초과분은 파벌의 수지보고서에 수입으로 기재하지 않고, 의원들에 환류한 것도 지출로 기재하지 않아 조직적으로 뒷돈(비자금)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뒷돈이 정치자금규정법 위반(기재 누락, 허위 기재)죄에 해당하는데, 이 죄의 시효가 끝나지 않은 2018~2022년 5년간 불법으로 빼돌린 뒷돈이 억 엔대의 단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파 5인방이 빼돌린 뒷돈 규모는 각기 100만 엔에서 1000만 엔 이상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들 외에 또 다른 아베파 의원들인 오노 야스타다 참의원 의원, 이케다 요시타카 중의원 의원, 다니가와 야이치 중의원 의원 등 3명은 최근 5년 간 각각 4000만~5000만 엔을 뒷돈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자민당의 뒷돈 빼돌리기는 아베 전 총리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련 불법자금 운용 의혹과도 얽혀 있다.
아베파의 문제이자 기시다 정권, 자민당의 문제
최대 파벌인 아베파의 5인방이 내각이나 당 집행부 요직에서 한꺼번에 배제될 경우 아베파의 붕괴뿐만 아니라 내년 가을의 총재선거를 앞두고 이들을 중용하면서 아베파를 재집권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아 온 기시다 정권의 파벌정치 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자민당 전체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네 번째 크기의 파벌 출신으로 당 내 기반이 강고하지 못한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를 크게 배려하면서 거기에 의존해 왔다. 아베 사망 뒤에도 아베파의 ‘수의 힘’(중의원 의원 59명, 참의원 의원 40명)을 믿었고, 지난 9월 개각 때는 내년 가을의 총재선거 재선을 염두에 두고 아베파 간부들을 계속 기용해 정권운영 축을 아소 다로 부총재 및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과의 기존 ‘삼두정치’ 체제에서 아베파 쪽으로 더 이동시켰다.
아베파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갱신한 아베를 비롯해 2000년 이후 4명의 총리를 배출한 최대파벌이자 자민당의 상징적 존재였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아베파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기시다 정권의 문제요 자민당 전체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1993년 자민당 정권 붕괴 때와 닮은 상황
이와 관련해 지금 상황을 30년 전에 자민당이 겪은 위기에 겹쳐서 보는 시각도 있다. 후지타 나오타카 아사히 편집위원(정치, 외교, 헌법)은 아베파의 5인방 집단지도체제를 ‘집단관리체제’ ‘집단뒷돈체제’라고 야유하면서, 1992년 11월 8일 이 신문 1면 머리를 장식했던 기사를 떠올렸다. 당시 자민당 최대파벌인 다케시타파 회장이었던 가네마루 신 부총재(부총리)가 비슷한 불법 정치자금 문제로 실각하면서 다케시타파는 후계자리를 놓고 싸우다 분열했고, 1993년 7월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은 패배했다. 그 결과 미야자와 기이치 정권이 퇴장하면서 자민당 장기집권은 38년만에 끝났으며, 호소카와 모리히로의 비자민 연립정권이 수립됐다.
1990년 1월에 도쿄 사가와큐빈 전 사장으로부터 5억 엔을 받은 가네마루에게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추궁하는 도쿄지검 특수부에게 가네마루는 “분배처는 비서에게 맡겨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발뺌했다.
마쓰노 관방, “수사 중” 이유로 답변 회피
이번의 불법적인 뒷돈 빼돌리기 사건도 도쿄지검 특수부가 맡고 있는데, 1천만 엔 이상의 뒷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진 마쓰노 관방장관은 지난 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내 정치단체에 관해서는 적절히 처리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파벌이 형사고발을 받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시 자세히 조사해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만 할 뿐 제대로 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권의 중추가 기능을 멈췄다”는 비판을 받고 있고, 요직에 앉은 다른 피혐의자들이 같은 상황에 빠지면 정권운영이 마비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13일 인사 조치
기시다 총리는 9일 밤 총리관저에서 아소 다로 부총재와 인사 규모와 후임 등에 대해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금 임시국회의 회기가 끝아는 오는 13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일번 사태와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고 향후 정권운영에 대한 생각도 밝힐 예정이다.
정권 내부에서는 마쓰노 관방장관을 먼저 교체한 뒤 임시국회가 폐회하는 13일 이후에 여론과 수사 당국의 움직임을 봐 가면서 다른 관련 인사들도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이 흘러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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