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뒤 4년새 280조 늘어…증가속도 이전의 두 배
2금융권 포함 땐 1400조원 넘고 대출 금리도 상승세
금리 5% 넘는 신규 대출 62%…2년새 20배 늘어나
연체율 급증…파산신청 10월까지 1363건 역대 최대
중소기업이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금이 1400조 원을 훌쩍 넘었다. 특히 은행권 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에 다가섰다. 더구나 대출금리가 크게 올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올해 중소기업 파산 신청 건수가 1000건을 넘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4일 한국은행과 대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금융권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421조 원에 이른다. 특히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전달 말보다 3조 8000억 원 증가한 998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 추세로 미뤄 11월 중 10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9월 말 423조 원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상호금융 166조 원, 새마을금고 110조 원, 신협 72조 원, 상호저축은행 64조 원, 기타 11조 원 등이다.
이에 따라 은행‧비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500조 원에 다가서고 있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증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0월 말 기준 716조 원에서 4년새 283조 원이나 늘어났다. 2015년 10월 말 561조 원에서 4년간 증가한 155조 원보다 증가 폭이 1.8배가 넘는다.
중소기업 대출은 금액만 늘어난 게 아니다. 대출 금리도 크게 오르고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5.3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12월 2.89%에서 2021년 12월 3.37%로 올랐고 지난해 12월 5.76%로 급등했다. 이 금리는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 연속 5%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중소기업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올해 10월 신규로 받은 중소기업 대출 중 금리가 5% 이상인 대출 비중이 62.1%나 된다. 2년 전인 2021년 10월에는 이 비중은 3.0%에 그쳤다. 2년 만에 금리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이 20배 넘게 폭증했다. 이 비중은 작년 5월까지 한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6월 12.3%로 오른 뒤 11월 83.8%까지 폭증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높아지고,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가장 많았다.
금융감독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9월 0.27%에서 올해 8월 0.55%까지 높아졌다가 9월에는 분기 말 상각이나 매각 등으로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연체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앞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설문 결과를 보면 은행의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6으로 3분기(-6)에 이어 다시 음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1분기 3에서 2분기 0으로 낮아진 데 이어 3분기에 음수가 됐다.
해당 설문조사는 204개 금융사의 여신 총괄책임자를 대상으로 금융기관 대출태도 등을 평가해 100과 -100 사이의 지수를 산출하는 것으로 이 수치가 음수로 나오면 은행이 전반적으로는 대출태도를 강화할 것이란 뜻이다. 4분기 중소기업 대출태도 지수는 대기업(0)보다 낮다. 이는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 기능이 대기업에 비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금리에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법인 파산 신청도 크게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8%나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의 기존 최대치(1069건)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이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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