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교에서 ‘퀴즈’ 의미는 ‘비공식적 테스트’
‘퀴즈’는 성적 아닌 수업 개선 목적의 ‘형성평가’
1심, ‘퀴즈 점수 성적에 비율적 반영’ 엉터리 주장
무시된 중요 힌트, ‘완료 안한 퀴즈는 0점 처리’
강의 주관자였던 맥도널드 교수 의도가 절대적
그런데도 문의 한 번 안 한 검찰이 ‘재판 희화화’
앞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조지워싱턴대 업무방해 혐의에서 유일한 ‘피해자’인 맥도널드 교수가 뒤늦게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 조국 ‘아들 대리시험’ 뒤집을 미국 교수, 법정 증언한다
그런데 이 소위 ‘대리 시험’ 혐의와 관련해 다들 미심쩍어 하면서도 지금껏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던 중요한 관건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퀴즈냐 시험이냐’의 문제다.
검찰은 이 혐의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조국 부부가 아들을 도운 것을 ‘온라인 시험’이라고 규정했고, 1심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별다른 고찰 없이 검찰이 규정한 대로 ‘온라인 시험’이라고 기재했다. ‘시험’이었기 때문에 ‘부정행위’라는 프레임도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국 부부가 아들을 도왔던 일은 ‘시험’이 아닌 ‘퀴즈’였다. 시각에 따라 ‘퀴즈’를 ‘시험’으로 번역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실제 미국의 교육 현실상 두 가지는 분명히 구분되는 별개의 평가 절차라는 것이다.
미국 대학, 미국인 교수의 ‘퀴즈’…과연 ‘시험’이 맞나
이 혐의에는 매우 보기 드문 특수성이 있다. ‘미국 소재 대학교’에서 ‘미국인 교수’가 진행한 온라인 퀴즈에서의 부정행위 여부를 한국의 법정에서 따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의 상식이 아닌 미국 교육 현장에서의 상식을 바탕에 깔고 조심스럽게 따져봐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실제 현실에 맞지 않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국의 상식이 아닌 미국의 상식을 전제로 했을 때, 이 혐의에서 실질적인 핵심 관건은 이 ‘온라인 퀴즈’가 한국 검찰이 공소사실로서 주장한 “미국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와 얼마나 관련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검찰이 ‘퀴즈’를 ‘시험’이라고 프레임을 짠 데 대해 법정에서 제대로 문제 제기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점수가 해당 과목 성적에 유의미하게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추정은 과연 그대로 사실일까.
미국 교육 제도에서 ‘시험’ 즉 ‘exam’은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을 말하는 것으로 각각 ‘midterm exam’, ‘final exam’이다. 반면 ‘퀴즈’는 일반적으로 ‘시험’으로 번역되지 않는다. 미국의 학교에서 ‘퀴즈’는 시험(exam)과 별개로서, 학기 진행 중에 매 수업이나 매주 혹은 격주 등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별도의 평가 절차다. (물론 예고 없이 실시하는 ‘pop quiz’도 있다.)
그런데 조국 부부에 대한 이 혐의 재판에서는 검찰이 ‘quiz’를 ‘시험’이라며 엉터리 번역을 제시한 데 이어, 1심 재판부도 판결에서 ‘quiz’를 모두 ‘시험’이라고 지칭했다. 더욱이 이 판결문은 조지워싱턴대의 규정을 인용하며 ‘exam’도 ‘시험’이라고 번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quiz’를 ‘exam’과 동일한 ‘시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러면, ‘퀴즈’를 ‘시험’이라고 번역하면 도대체 뭐가 문제가 되는가? 두 평가의 주된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에서 ‘퀴즈’의 의미, ‘비공식적 테스트’
구글 번역, DeepL, 파파고 등 가장 유명한 서비스들을 포함한 많은 자동 번역 서비스들에서 확인해본 결과, 이들 자동 번역 서비스들은 모두 ‘exam’과 ‘quiz’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모든 번역 서비스에서 ‘exam’은 ‘시험’으로 번역되는 반면 ‘quiz’는 영문 그대로 ‘퀴즈’라고 번역된다. 두 단어의 번역이 혼용되거나 다르게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즉 검찰과 1심 재판부가 ‘quiz’를 ‘시험’이라고 번역한 것은 사회 통념상으로도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것이다. 심지어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exam’도 동일하게 ‘시험’이라고 번역해 기재했다. 결국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quiz’와 ‘exam’을 완전히 동등한 것으로 등치시킨 셈이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일까?
필자가 미국의 교육 관련 논문들과 각 대학 규정들을 대량으로 검색하여 알아본 결과, 미국 교육 현장에서 ‘quiz’는 ‘exam’과는 구별되는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한 예로, 북미 지역 교육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캐나다 스타트업인 톱햇(TopHat’)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육 용어집에서는 ‘quiz’의 의미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보다시피 ‘quiz’를 ‘비공식적 평가', ‘학생들의 레벨을 간략하게 테스트하기 위한 것’, ‘최종 성적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 TopHat - The Glossary of Higher Ed - Quiz
세계 최고 권위의 영어사전인 옥스포드 사전에서도 “(especially North American English) an informal test given to students”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 학생들에게 시행되는 비공식 테스트’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참조되는 영어사전 서비스인 네이버 사전에서도, ‘quiz’를 찾아보면 첫번째 의미로는 “퀴즈”, 두번째 의미로는 “특히 美 (학생들에게 하는 비공식적인·간단한) 시험[테스트]”라고 나온다.
미국의 다른 많은 출처을 포함해 필자가 찾아본 거의 모든 용어사전, 어휘사전 등에서 ‘quiz’의 의미는 위의 TopHat의 설명과 대동소이했다. ‘quiz’는 ‘exam’과 형식 뿐만 아니라 목적도 다르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대학 생활에 대한 체험기 등을 보더라도 그 모든 사례에서 quiz를 exam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둘을 혼용한 사례는 단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요컨대, ‘quiz’의 의미에는 단지 짧은 테스트 정도의 의미만이 아니라 거의 공통적으로 ‘비공식적인’(informal)이라는 설명이 따라붙고 있다. 또 최종 성적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된 곳도 많았다.
그러면 ‘quiz’와 ‘exam’ 사이에 어떤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일까?
‘퀴즈’, 성적이 아닌 수업 개선 목적의 ‘형성평가’
미국 교육에서 ‘quiz’란 한국의 ‘쪽지시험’과 같거나 비슷한 것이다. 그냥 ‘쪽지시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쪽지시험’과 ‘퀴즈’를 따로 부르기도 하는데, 미국식으로는 둘 다 ‘quiz’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 이런 ‘퀴즈’, ‘쪽지시험’은 교육 분야에서 학생들의 개별 성적 평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교육학에서 ‘평가’에는 크게 ‘총괄평가’, ‘형성평가’, ‘진단평가’ 등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학생의 성적을 계량하는 용도로 알고 있는 ‘평가’는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이 대표적인 총괄평가 방식이다.
반면 쪽지시험과 퀴즈 등은 원론적으로 총괄평가가 아닌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의 기초적 수단들이다. 여기서, ‘형성평가’란 학생들의 개별 성적을 계량화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증진과 수업 개선을 위한 평가다. 교사나 교수가 학생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또 추가적인 학습이 필요한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형성평가’에서의 평가 대상은 개별 학생들의 ‘성적’이 아닌 수업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형성평가의 결과는 개별 학생의 성적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일본식 교육 방식, 즉 주입식, 서열화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쪽지시험이나 퀴즈의 형성평가 목적이 형해화되고 일반 시험처럼 학생의 성적에 반영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가 수업 개선을 지향하는 형성평가의 취지를 몰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5점 만점짜리 퀴즈나 쪽지시험에서 얻은 점수를 최종 성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공고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쪽지시험을 최종 성적에 반영하지 않을 경우에 학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점수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쪽지시험 점수를 최종 성적에 반영할 경우에 교사들은 평가의 목적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퀴즈나 쪽지시험 결과를 최종 성적에 반영하겠다고 공고하는 순간, 형성적 목적과 기능은 상실되고 만다. 물론 쪽지시험의 결과를 최종 성적에 반영할 수도 있다. 학생들의 최종 성적에 반영되는 쪽지시험은 더 이상 형성평가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 형성평가의 오해와 진실, 교육문화연구소 ☞ 형성평가의 오해와 진실
온라인 퀴즈, ‘성적사정 업무 방해’와 무관
그런데 형성평가의 취지가 원론으로만 찾아볼 수 있고 실제 교육 실무에 적용되는 경우가 매우 드문 한국과 달리, 주입식 교육이 덜한 미국의 교육 현장에서는 ‘quiz’를 형성평가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거나 최소한 전혀 드물지 않아 보인다.
미국 소재의 유명 학술저널 SageJournals에 실린 교육학 논문 “Online Quizzes with Closed Questions in Formal Assessment: How Elaborate Feedback can Promote Learning”은 초록 첫 문장에서부터 아래와 같이 발제하고 있다. ☞ Online Quizzes with Closed Questions in Formal Assessment: How Elaborate Feedback can Promote Learning
“Online-quizzes are an economic and objective method for formative assessment in universities.”
즉 ‘온라인 퀴즈는 대학들의 형성평가를 위한 경제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다’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이렇게 발제한 명제에서부터 더 나아가기 위한 연구 내용으로 보인다.)
물론 온라인 퀴즈의 결과를 ‘시험’처럼 학생들의 개별 성적에 반영을 하느냐, 또 한다면 어떤 식으로 반영하느냐는 담당 교수에게 달린 문제다. 하지만 그가 강의계획서로 공지했던 내용에는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전혀 없다. 맥도널드 본인의 속내를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앞서 교육문화연구소에 실린 ‘형성평가의 오해와 진실’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교사들로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퀴즈의 점수를 최종 성적에 반영하려는 동기가 있다. 성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해당 퀴즈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퀴즈 점수는 최종 성적에 반영하거나 반영하지 않거나 두 가지 선택밖에 없는 것일까?
1심, ‘퀴즈 점수 성적에 비율적 반영’ 엉터리 주장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온라인 퀴즈의 점수가 “성적산출에 비율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퀴즈에서 받은 점수가 최종 성적에 그 비율대로 반영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예컨대 5회의 퀴즈에서 9, 9, 9, 9, 9점을 받을 경우 총점에 9%의 점수로 반영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비율적 반영’이라는 주장은 어디에도 출처나 근거가 없는 유령 주장이다. 재판부는 유죄 판단의 근거로서 해당 강의의 강의계획서 내용 중 온라인 퀴즈 관련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 놓았는데, 거기에 ‘비율’은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성적과 관련된 부분은 퀴즈 결과가 성적에 총 10%가 반영된다는 내용 뿐이었다.
즉 맥도널드 교수가 전혀 공지하지 않은 내용을 1심 재판부가 출처도 없이 멋대로 ‘성적산출에 비율적으로 반영’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더욱이 이 재판부가 이렇게 출처도 없이 ‘성적산출에 비율적으로 반영’이라고 못박은 것은, 퀴즈의 형성평가 목적을 자의적으로 부인하고 총괄평가의 일부일 뿐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1심 재판부의 이 같은 자의적인 ‘비율적 반영’ 규정은 완전히 허구이면서도, 이 혐의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는 데에 필수적인 논거로 작동했다. 왜냐하면, 온라인 퀴즈의 결과를 성적에 반영하는 방법에는 ‘비율적으로 반영’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교수의 강의 세부사항에 대한 이런 1심 재판부의 근거 없는 자의적 규정이, 과연 맥도널드 교수의 의사와 일치하는 일이었을까?
온라인 퀴즈의 결과를 최종 성적에 반영하는 방법에는, 1심 재판부가 근거 없이 규정한 대로 ‘비율적으로 반영’ 외에도 다른 방법들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앞서 논문에서 살펴본 대로 미국 대학들에서 온라인 퀴즈가 형성평가의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성실한 참여’ 자체로 득점을 하는 구조였을 가능성이다. 즉 출석에 대한 점수 부여와 비슷한 구조가 된다.
만약 퀴즈의 점수가 1심 재판부의 자의적 ‘상상’에서처럼 최종 성적에 반영되는 방식이 비율적인 방식이 아니라 ‘성실한 참여’ 자체로 득점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는 ‘맥도널드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 혐의를 무력화 시킬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된다.
따라서 이 ‘온라인 퀴즈의 최종 성적 반영 방식’ 문제는 맥도널드 교수에 대한 증인 신문과 사전 진술서에 대한 질의서에서 반드시 질문해야 할 중요한 이슈가 된다.
무시된 중요 힌트, ‘미완료 퀴즈는 0점 처리’
그런데, 이와 관련해 맥도널드 교수의 의향을 짐작해볼 수 있는 중요한 힌트가 하나 있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인용해놓은 강의계획서(syllabus)의 온라인 퀴즈에 대한 설명이다. 재판부는 그 내용을 한글로 번역해 본문에 싣고 원문을 각주로 옮겨놓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보다시피 맥도널드 교수는 해당 온라인 퀴즈에 대해 성적에 10% 반영된다고 써놓았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영하는지의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영문 원문의 마지막 줄의 내용에 중요한 주의사항이 있다. “Uncompleted quizzes will receive a zero”, 즉 ‘완료하지 않은 퀴즈는 0점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는 총 5회의 온라인 퀴즈 각각에서 총 10문제 중 한 문제라도 답을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퀴즈 전체가 0점 처리된다는 것이다.
상식적인 추론에서, 만약 맥도널드 교수가 온라인 퀴즈를 기말고사처럼 총괄평가의 목적으로 여겼다면, 단 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해서 전체를 0점 처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예를 들어 수능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어떤 과목에서 단 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고 해당 과목 전체 점수를 0점 처리한다고 생각해보시라. 한국이든 미국이든 오직 학생의 성적만이 평가 목적인 총괄평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 특이한 주의사항으로부터 유추하자면, 맥도널드 교수가 격주로 총 5회 실시되는 각 퀴즈에 대해 학생들이 제출한 결과에서 수치적으로 몇 점을 받느냐보다는, 10개 문항 모두 답을 제출하는 것, 즉 ‘성실한 참여’ 자체가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즉 이 주의사항은 맥도널드 교수가 온라인 퀴즈를 성적산출을 위한 총괄평가가 아닌 학습개선을 위한 형성평가의 목적으로 여겼다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1심 재판부는 판결문 본문에서 이 강의계획서의 온라인 퀴즈 부분 내용을 번역해 놓았으면서도, 거기에는 이 0점 처리에 대한 마지막 주의사항 하나만은 번역해 옮기지 않고 누락시켰다. 이 중요한 주의사항은 각주의 영문 원문을 봐야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우연일까? 1심 재판부가 성실한 참여가 중요하다고 해석될 수 있는 주의사항은 본문에서 누락시키고, 근거도 출처도 없는 ‘성적산출에 비율적으로 반영’ 부분을 난데없이 등장시켰다. 원문 내용에서 형성평가로 해석되는 중요 주의사항은 본문에서 누락하고 정반대로 총괄평가로 해석되는 허구의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재판을 희화화’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 검찰
맥도널드 교수가 온라인 퀴즈에 대해 점수 자체보다 성실한 참여가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이 사건에서처럼 부모가 퀴즈 풀이를 ‘도운’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물론 조국 부부가 정답을 알려주고 아들은 그대로 받아쓰기만 했다면 문제가 맞다.
하지만 아들은 부모가 알려준 답을 그대로 받아쓴 것이 아니었다. 이는 1심 판결문에도 명시되어 있는데, 검찰이 문제 삼은 두 차례 온라인 퀴즈마다 조국 부부의 아들은 “피고인들(조국 부부)과 상의하여 결정한 답을 반영하여 답을 제출”했다.
부모가 알려준 그대로 답을 기입한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들 사이에 실질적인 ‘토론’을 거친 후 최종 제출했음을 1심 재판부도 인정한 것이다. 즉 정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것이지 그대로 베낀 것이 전혀 아닌 것이다.
맥도널드 교수가 온라인 퀴즈의 점수 자체보다 성실한 참여를 더 중시했다는 추정 하에서, 이렇게 부모가 도와서 함께 토론을 거쳐 답을 제출한 행위를 맥도널드 교수는 성실하지 않은 참여라고 여겨 부정행위라고 판단할 것인가? 물론 그 답은 맥도널드 교수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소권을 독점했다고 검사들이 할 수 있는 답이 아니다.
그리고 맥도널드 교수의 의도에서 성실함이 더 중요했고 또 부모의 조력을 받은 것을 성실한 참여라고 여긴다면, 보다시피 검찰이 유죄의 객관적 증거라며 내세워온 가족간 대화내용은, 유죄의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증거가 된다. 가족간에 실질적 토론을 거쳤다는 객관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은 맥도널드 교수 본인만이 내려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이 단계에서도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소위 ‘대리시험’ 혐의는 검찰의 ‘입맛대로 잣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강의의 주관자였던 맥도널드 교수의 의도에 거의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맥도널드 교수에게 문의 한번 해보지 않은 채로 일방적으로 조국 부부를 기소했다.
맥도널드 교수의 증인 채택에 이르기까지 검찰은 그를 출석시키는 것이 ‘재판을 희화화 하는 것’이라 주장하며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과연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 재판, 형사제도까지 도매금으로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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