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문재인', 비서실 직제와 특감반의 '아버지'
직제 규정과 특감반 만들고 운영한 독보적 권위자
의견서 통해 "감찰 후 처분은 민정수석 권한" 적시
검찰 "문재인 개인의 월권 의견" 어이없는 말장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6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항소심 공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 담긴 내용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권한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해설로서, 조 전 장관 재판의 1심에서부터 치열하게 다투어 온 ‘감찰무마’ 직권남용 혐의에서 그간의 크고 작은 쟁점들을 모두 쓸어버릴 결정적 사안이다.
이 ‘문재인 의견서’는 조 전 장관이 기소된 혐의들 중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에 직결된 것이다. 조 전 장관의 ‘감찰무마’ 직권남용 혐의의 가장 핵심 쟁점이자 법리상 유일한 관건은, 특감반 감찰의 종료 및 처분 권한이 민정수석의 권한이냐 아니면 특감반원과 특감반장의 권한이냐였다.
검찰의 주장은 특감반원에게 독자적인 직권이 있고 그럼에도 민정수석이 감찰 종료를 결정한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특감반의 모든 활동은 민정수석의 직무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뿐 독자적 직권이 없으며 감찰의 시작과 종료 결정은 민정수석의 직권이라고 주장해왔다.
여기서 특감반의 업무를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는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해석이 논쟁의 핵심이었다. 이 규정의 제7조 2항에는 “특별감찰반의 감찰업무는 법령에 위반되거나 강제처분에 의하지 아니하는 방법으로 비리 첩보를 수집하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에 한정하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이첩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검찰은 이를 감찰반의 독자적 권한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이 조항은 특감반의 권한에 대한 규정이 아닌 특감반의 월권을 막기 위해 활동 범위와 권한을 규제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 과거 특감반의 감찰 사례들에서 특감반이 민정수석의 통제 없이 독자적으로 처분한 전례가 없다.
그런데 이날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제출한 의견서가 바로 이 ‘대통령비서실직제’ 규정의 해석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민정수석 문재인’, 비서실 직제와 특감반의 ‘아버지’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 전 대통령이 노무현 청와대의 첫 민정수석이었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2003년 2월 25일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는 인수위 동안 준비한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제정했는데, 이 직제 규정을 만든 실무 책임자가 바로 같은 날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문재인이었다.
아울러 특별감찰반(특감반) 역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만든 것이다. 김대중 청와대의 ‘사직동팀’이 해체된 후 임시적 비공식 조직으로 운영되던 ‘별관팀’을 대신해 공식적으로 새로 만든 것이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었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은 2003년 3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직접 특별감찰반 신설을 발표하고 ‘대통령비서실 직제’를 개정해 관련 규정을 추가했다. ☞ 청와대, '친인척 등 비리' 특별감찰반 설치 운영
이날 발표된 신설 특감반은 검사 출신 팀장, 10여 명의 검찰수사관 및 경찰관으로 구성, 강제 수사권 없이 수사 전 단계의 임의 조사에만 한정 등 최근 문재인정부의 특감반과 조직과 업무에서 거의 동일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노무현 청와대 당시의 직제를 거의 그대로 되살린 것이기 때문이다.
또 문 전 대통령은 단지 직제 규정과 특감반을 만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2년 이상 민정수석으로서 특감반을 운영, 보완하며 직제 규정을 수차 수정하기도 했다. 또 그 후로도 대통령비서실장으로서 1년 동안 민정수석을 포함한 비서실 업무를 총괄했다. 총 3년 이상 직제 규정과 특감반에 관여한 직접 경력자인 것이다. (시민사회수석 기간은 제외한 것.)
따라서 조 전 장관 재판에서 직권남용 논쟁의 핵심이 된 직제 규정의 해석 문제, 특히 특감반의 권한 여부에 있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권위자임에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의견서, ‘감찰 후 처분은 민정수석 권한’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문재인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증인으로 출석한 이옥ㅇ에 대한 증인 신문에서 해당 의견서의 여러 주요 내용들을 언급했다. 이옥ㅇ은 특감반에서 유재수를 감찰했던 특감반원이었다.
이날 변호인이 인용한 의견서에서 문 전 대통령은 “감찰에 대한 처분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고, 특감반장과 특감반원은 조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뿐 처분을 선택할 권한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감찰 시작 여부, 감찰 종료 여부, 종료 후 처분 판단과 결정 권한 모두 민정수석에게 있다”고 했으며, 특감반을 “민정수석의 감찰업무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보조하는 기구”라고 정의했다.
또한 문 전 대통령은 특감반의 감찰 종료 이후 수사의뢰나 이첩 이외의 선택에 대해서도 “감찰 결과에 따라 수사를 위한 수사의뢰나 이첩으로 귀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의 경우 인사조치만으로도 큰 문책이 될 수 있으므로 사표 처리, 보직 좌천, 인사검증 자료로 승진 불이익, 부처 자체 징계 등 다양한 선택이 있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의견서 내용은 조 전 장관 측이 재판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공직 경험이 없던 조국 민정수석의 업무 수행은 직접적으로 문 전 대통령의 지침과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규정 해석과 실무 설명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 검찰의 주장은 전혀 혐의로 성립조차 될 수 없게 된다. 혐의가 통째 날아가고 흔적도 남지 않게 되는 수준이다.
당초 조 전 장관 측은 지난 5월 25일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 때 문 전 대통령에 대해 재판부에 ‘사실조회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었다. ‘사실조회’란 법원이 공무소나 공사단체에 필요한 사항의 보고 또는 서류 송부를 요구하는 절차다. 이는 법원 직권으로 수행할 수도, 검사 측이나 변호인 측의 신청에 의해 할 수도 있다.
그러자 검찰은 ‘개인 문재인’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은 재판부가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며 반대했었다. 그런 이유로 재판부의 사실조회 대신 조 전 장관 측이 질의서를 보내고 문 전 대통령이 그에 대한 회답 형식으로 의견서를 보내온 것이다.
검찰, ‘문재인 개인 월권 의견’ 주장, 먹힐까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문재인 의견서’에 대해 “단지 문 전 대통령의 의견에 불과”하고 “재판부에서 담당할 법률 해석 부분에 대해 전직 법률가인 문 전 대통령이 의견을 밝힌 것”이라 깎아내리며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심지어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필체가 다르다”면서 “작성 자체도 문 전 대통령이 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어이 없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민정수석 문재인’과 ‘대통령비서실 직제’, ‘특별감찰반 제도’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감안하면 이런 검찰의 입장은 패색이 완연해진 국면에서 현실을 부정하려는 억지에 가깝다.
직제 규정을 직접 만든 장본인의 규정 해설을 ‘단지 개인의 의견’이라는 식으로 주장한 것은, 문 대통령이 직제 규정과 특감반을 만든 당사자라는 부인 불가능한 사실을 어쩌겠다는 것인지 난감할 지경이다.
특히 ”재판부가 담당할 법률 해석을 한때 법률가 문 대통령의 의견을 밝힌 것”이라는 주장은, 결정적으로 중요한 ‘입법자 해석’을 평범한 일개인의 주장인 양 깎아내린 것은 물론이고, 뜬금없이 '재판부의 권능에 대항하는 월권'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려는 간교한 말장난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검찰이 필체까지 거론하며 ‘문 전 대통령이 해당 의견서를 작성했다고 믿기 어렵다’고 한 것은 문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 양측 모두에 대한 매우 모욕적인 언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런 억지 꼬투리 잡기가 검찰이 사실조회신청에 반대한 결과로 그 여지가 생긴 것이라 더욱 그렇다.
‘문재인 작성 못 믿겠다’라는 검찰의 입장이 실제 진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실조회신청에 동의함으로써 재판부가 문 전 대통령에게 사실조회를 진행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 하지만 직제 규정 제정자의 해석을 일개 개인의 의견이라며 턱없이 깎아내린 것을 보면, 검찰의 의도는 어떻게든 패배로 몰리지 않으려는 현실 부정일 뿐 정상적인 법정 의견 제시로 보기 어렵다.
결국 어떤 억지 핑계를 동원해서라도 무조건적으로 증거 채택만은 막아보려는 목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변호인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 비서실 직제를 만든 당사자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적시했음에도 ‘개인 문재인’으로 격하하는 등의 검찰의 억지에 재판부가 적극 속아준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증거 채택이 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조국 변호인 "문재인 전 대통령에 '사실 조회' 신청할 것"
- 비리 점철된 '특감반 김태우' 징역형…'공익신고자' 아니다
- 세계일보 "정경심이 도피 지시" 보도, 4년만에 '허위' 확정
- 비위 의혹 이정섭 검사, '김학의 무죄' 파기환송의 주역
- "거칠어져 송구하다"…'조국의 반격' 시작됐나
- 명예 회복과 검찰정권 타파…조국, 출마 결심 굳혔나
- 조국 ‘아들 대리시험’ 뒤집을 미국 교수, 법정 증언한다
- 조국 ‘아들 대리시험’ 혐의의 숨은 관건, ‘시험 아닌 퀴즈’
- 문재인 "국정에 소통이 가장 중요…요즘 전혀 다른 모습"
- 조국 2심도 유죄, 새 결정적 증거들 모두 외면한 판결
- "4월 10일은 퇴행 막는 시작"…조국, 사실상 출마 선언
- 조국 2심 재판부, ‘특감반 제도화’ 문재인 의견도 묵살
- 윤석열 부부엔 굽신, 문재인 부부는 계좌추적…딱 검찰
- 조국 대법원 선고를 앞둔 불길한 전망, 사무치는 회한
- 재임 때 윤석열 끝까지 신임한 문재인의 뒤늦은 후회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