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만 원으로 수도권 지하철, 버스 무제한 이용

정부 K-패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보다 혜택 커

독일 ‘9유로 티켓’이 모델…이용자 급증 문제 해결해야

서울 인접 도시서 서울 오가는 청년 혜택 가장 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오른쪽), 이소영 의원이 교통대책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운데)와 이개호 정책위의장(오른쪽), 이소영 의원이 교통대책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3만 원 청년 패스’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년들에게 수도권 전역에서 월간 교통 이용 금액을 3만 원 정액으로 하자는 제안이다. 이미 정부에서 제안한 K-패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기후동행카드 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3만 원 청년 패스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크게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포-서울 편입 이슈 대응, 청년 유권자 지지 확보라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오후 경기도 의왕역 대합실에서 지역 청년 6명과 ‘3만 원 청년 패스’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선거에 도움이 되느냐, 거대 담론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라면서 “국민이 바깥나들이를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김주현 씨는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한 달 생활비가 30만~40만 원 정도인데 한 달 교통비가 6만~7만 원 정도 든다”면서 “3만 원 패스가 도입되면 교통 환승 시간 30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일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교통 할인 정책은 더불어민주당에 앞서 정부와 서울시에서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K-패스를 추진 중이다. K-패스는 대중교통을 월 23회 이상 이용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은 20%, 청년은 30%, 저소득층은 53%의 교통비를 환급해 주는 정책이다. 내년 하반기 소요 예산은 516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수혜 대상은 1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시가 내년 1월부터 시범 도입할 예정인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000원에 서울의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까지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교통카드다. 여러 교통수단을 한꺼번에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용 범위가 서울에만 국한돼 경기도에서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3만 원 청년 패스’는 월 23회 이상 이용 승객으로 대상이 제한돼 전 국민 중 수혜 대상이 180만 명에 불과한 K-패스의 단점을 극복해 청년층의 경우 조건 없이 월 3만 원에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이용 범위가 서울로 국한된 기후동행카드의 단점을 극복해 서울 – 경기 광역 교통 수요를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3만 원 패스처럼) 정액으로 하게 되면 정액보다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돈이 효과적으로 지출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K-패스는 사용에 비례해 절감 혜택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용에 따라 (혜택을) 비율로 가져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도움을 준다”면서 “많이 쓰는 부분은 3만 원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가 ‘정액보다 적게 사용하는 사람’을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이런 사람은 3만 원 패스를 구매하지 않으면 된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22일 오후 경기 의왕역 대합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3만원 청년패스 정책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YTN이브닝 뉴스에 출연해 “우리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3만 원에 해준다고 했으면 포퓰리즘이라고 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충분히 그렇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고, 다만 재원이 지원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의논이라도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결국 경기도와 서울의 대중교통을 관장하는 지자체 간 협의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3만 원 청년 패스’의 모델은 독일의 ‘9유로 티켓’, 스페인, 뉴질랜드의 반값 패스, 뉴욕의 무상 버스 등이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은 지난해 6~8월 한시적으로 시범 운영된 교통패스 제도다. 버스, 지하철, 철도 등을 한 달 9유로만으로 이용할 수 있어 대중교통 이용객의 폭발적 증가를 가져왔다. 이 기간 대중교통 이용량이 그 전해 같은 기간보다 50% 증가했다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대중교통 공급이 단기간 급증한 교통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혼란이 빚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독일 정부는 ‘9유로 티켓’ 대신 ‘49유로 티켓’을 구독 기반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민생 경제 간담회에서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의 역할과 권한 확대를 요구했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광역 버스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지만, 서울-경기 지자체 간 협의가 용이하지 않아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대광위를 만들기는 했는데, 권한이 매우 취약해서 조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도권 또는 광역 교통 문제는 광역 교통 전담 기구의 권한을 많이 늘려서 주된 결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3만 원 청년 패스’는 정치적인 이점도 있다. 아직 가시적인 지지율 반등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메가 서울론’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포-서울 통합 특별법을 발의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인접 경기도 기초단체장과 만나면서 불씨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3만 원 청년 패스’의 최대 수혜자는 경기도의 서울 인접권역 청년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광역버스 요금이 23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라 수도권 인접 경기 지자체 거주자들이 ‘허리가 휜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의 대학교를 오가는 경기 거주 대학생이라면 하루 교통비가 6000원이며 한 달 동안 매일 학교에 간다고 가정하면 월 18만 원이다. 만약 3만 원 청년패스가 도입되면 월 18만 원에서 15만 원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메가 서울론’의 대상이 되는 경기도 지자체 거주자들이 ‘3만 원 청년 패스’의 최대 수혜자가 되기 때문에 여권의 ‘메가 서울’ 드라이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에 3만 원 청년 패스 예산 2900억 원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을 먼저 도입한 뒤 일반인까지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정치적으로도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만 원 청년 패스는 재원이 크게 소요되지 않으나 별도로 예산을 편성한 것은 일반 국민까지 확대해 5만 원 패스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왜 청년들만 주냐는 요구에 답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현수막’ 파동으로 곤욕을 치렀다.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의 문구가 청년들을 비하한다는 논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3만 원 청년 패스’ 등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통해 실점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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