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상임위에서 예산안 증액 민주당 단독 처리

민주, 김포 5호선 연장안 예타 면제 법안 상정도 변수

R&D·새만금 예산 등 대폭 증액…원전 관련 예산은 삭감

국민의힘 “탄핵 폭주 모자라 입법, 예산 폭주까지” 비판

예산안 시한과 이동관 탄핵안 맞물려 합의 어려울 수도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22. 연합뉴스

2024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 별로 대거 예산 증액을 의결해 논란이 예상된다. 예산안 증액은 상임위에서 의결됐더라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하며 정부·여당의 동의를 받아야 해 논의 과정에서 여야 간 격론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12월 2일)을 앞두고 예산안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을 연계할 가능성이 있어 11월 말~12월 초에 본회의가 정상적으로 열릴 수 있을 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민주당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타 면제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단독 의결했다. ‘김포–서울’ 통합론을 제기한 국민의힘은 이 법안 처리에 반발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가급적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계획이지만 29일로 예정돼 있던 기재위 전체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포 5호선 예타 면제 법안’은 관련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어서 예결위 논의와 함께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포 주민들이 진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출퇴근 시간대 콩나물시루 같은 지옥철”이라면서 “이 민원을 해결하고 나서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할지 말지, 경기도를 어떻게 할지는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시 편입은 되는데, 지하철 5호선 연장·연결은 안 된다는 이게 대체 무슨 논리인가”라면서 “김포 주민들은 서울특별시민 주민등록증만 바뀌면 되는가”라고 말했다.

각 상임위별로 보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 증액을 의결한 상임위는 7곳에 이른다. 국토교육위원회,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이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새만금 고속도로 및 철도 예산안을 1472억 원 늘렸고, ‘3만 원 청년 패스’ 관련 예산도 2923억 원 증액했다. 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관련 예산은 설계비 예산 123억 원 중 61억 원을 삭감했다.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에서도 새만금 신항 예산 2902억 원을 증액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는 원전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증액했다. 원전 수출 보증 예산 250억 원, 원전 생태계 조성 예산 1112억 원, 소형모듈원자로(SMR) R&D 관련 예산 333억 원 등 총 1813억 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 2302억 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예산 1620억 원,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예산 579억 원 등은 증액됐다. 위원회 소관 부처 관련 R&D 예산도 7165억 원 늘렸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됐던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900억 원도 증액됐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혁신형 SMR은 2021년 문재인 정부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22년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면서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가 탄소 중립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세계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올해 민주당이 삭감한 원전 관련 예산은 불요불급한, 또 정체가 불분명한,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만 감행했을 뿐”이라면서 “총액 규모로는 올해 원전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가 여당 의원들이 불참한 채 열리고 있다. 2023.11.20. 연합뉴스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지역화폐 예산 7053억 원이 증액됐다. 지역화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정책이 모델이 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제도다. 대표적인 ‘이재명 표’ 예산으로 꼽힌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청년 취업 지원 예산인 ‘청년도전사업’ 등 취업 지원 관련 2382억 원이 삭감됐다. 정무위에서는 순직군경자녀 지원 사업 예산 6억 원도 빠졌다.

순직군경자녀 예산과 관련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순직 군인·경찰·소방관 자녀가 눈엣가시냐”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주니어 단복 제작사업, 소수 인원의 해외 탐방 사업, 스포츠 관람 지원 사업일 뿐”이라면서 “각종 수당 예산은 크게 증액했다”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예산 가운데 공영방송 지원 등에 278억 원을 증액하고 기본경비 46억 원은 감액한 예산을 의결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R&D 사업 예산 1조 1500억 원을 감액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각종 연구원의 운영비와 학생 연구원 인건비 등을 약 2조 원 늘리기로 했다.

지난 6일 민주당은 ‘5대 생활 예산’과 ‘5대 미래 예산’ 부분에서 예산 증액에 나선다고 밝혔다. 5대 생활 예산은 지역사랑상품권, 3만 원 청년 패스,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지원, 소상공인 에너지 요금 및 대출이자 지원,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 등이며 5대 미래 예산은 연구개발,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 아동수당 등 보육 지원, 청년 예산 등이다.

이 가운데 여야 합의로 증액된 예산도 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누리과정비 2000억 원, 장학금 확대와 대학설비 개선 등에 3456억 원가량을 여야 합의로 증액하기로 했다. 요양병원 간병비 및 급여 지원 예산 80억 원도 여야 합의를 통해 증액됐다.

민주당의 예산 증액 드라이브에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과 공직자에 대한 탄핵 협박을 매일같이 하는 것도 모자라 입법 폭주에 예산 폭주까지 하는 모습은 책임 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면서 “민주당의 횡포를 우리 국민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엉터리 예산안’에는 원칙과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부자 감세와 긴축 재정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산안 증액을 공언하면서 함께 제시했던 권력기관 예산 감액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무부와 감사원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규모를 두고 여야 간에 이견을 해소하지 못해 예산결산위원회로 심사를 넘겼다.

2024년도 예산안 본회의 통과 법정 시한은 12월 2일이다. 예산안 증액을 놓고 여야 간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11월 30일, 12월 1일 본회의에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이정섭·손준성 검사 탄핵안을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이 본회의 개최 전제 조건으로 예산안 합의를 들고 나올 경우 예산안 합의가 불발되는 것은 물론, 예정된 본회의마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연말 예산안과 각종 탄핵안, 특검 법안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수 싸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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