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지지 시위 동영상 "반유대주의"라며 징계받아

동료들에게 "팔' 아이 울음소리 다르게 들리나?"

"전쟁 범죄를 더 큰 전쟁 범죄로 덮어선 안 돼"

바이든 향해서도 "휴전과 살육 중단 요구하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에서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다. 2023. 11. 07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파괴된 집에서 한 여인이 빨래를 하고 있다. 2023. 11. 07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내겐 다르게 들리지 않는다. 당신들 모두에겐 어째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다르게 들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국 연방 의회의 유일한 팔레스타인계인 라시다 틀라입 하원의원은 7일(현지 시간) 하원 의사당에서 ’반유대주의 행위’ 혐의로 본인에 대한 징계 표결이 진행되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틀라입 의원이 지난 3일 본인의 'X’(옛 트위터) 계정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이 '강에서 바다까지'란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담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영상을 올리자, 이 구호가 "반유대주의적"이라면서 공화당의 리치 매코믹(조지아) 의원이 징계안을 발의했다.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가 사용해왔던 이 구호는 하마스 등 일부 강경그룹에선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 땅에서 유대인 축출을 뜻하지만, 온건 그룹에선 팔’ 주민이 종교와 인종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한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미국 연방 하원은 7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 혐의로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틀라입 민주당 하원의원에 대한 '견책' 징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틀라입 의원은 지난 3일 본인은 SNS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동영상을 올렸다. 2023. 11.07 [AP=연합뉴스}
미국 연방 하원은 7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 혐의로 팔레스타인계 라시다 틀라입 민주당 하원의원에 대한 '견책' 징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압도적 다수로 통과시켰다. 틀라입 의원은 지난 3일 본인은 SNS에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동영상을 올렸다. 2023. 11.07 [AP=연합뉴스}

"팔' 아이, 이스라엘 아이 울음소리 다르지 않아"

징계 결의안을 발의한 매코믹 의원은 틀라입 의원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거짓 이야기를 홍보하고 이스라엘 국가 파괴를 촉구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틀라입 의원은 "나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저지른 끔찍한 민간인 표적 살해를 모두 규탄했으며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 모두를 애도했다"고 맞섰다. 이날 하원은 '견책' 징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234표, 반대 188표로 가결했다. 민주당도 22명이 찬성했다. 공화당에선 4명이 반대했다. 징계 결의를 주도한 매코믹 의원은 "의원실 직원들이 심각한 폭력 협박을 받아 조지아주 커밍에 있는 지역구 사무실 문을 한시적으로 닫기로 했다"며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상 발언에서 틀라입은 "휴전 촉구 운동은 매일 확산하고 있다. 당신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잠재울 수 없다"며 "나를 위협하거나 견책하려고 해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이 (베냐민) 네타냐후의 극단주의에 반대하고 집단적 처벌과 뼈와 살을 녹이는 백린탄 사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갈 곳 없는 수백만 명에 식량과 물, 전기, 의료 공급을 차단하는 행위를 지지하는 우리 정부를 더는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은 전쟁 범죄들을 더 큰 전쟁범죄들로 덮어선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 정부 비판이 반유대주의란 관념은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긴다"며 "그것은 우리나라 전역의 다양한 인권 옹호 목소리를 잠재우는 데 사용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공립도서관 계단 앞에서 9일 가자기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지하는 학생 주도의 시위가 발어지고 있다. [2023. 11. 09EPA=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뉴욕공립도서관 계단 앞에서 9일 가자기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에 반대하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지지하는 학생 주도의 시위가 발어지고 있다. [2023. 11. 09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도 자유와 인간 존엄 지니고 살고파"

틀라입 의원은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인간이다. 나의 할머니는 모든 팔레스타인인과 마찬가지로 그저 우리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지니고 살고 싶어 한다"며 "신념이 뭐든 인종이 뭐든 생명을 구하자고 외치는 것이 이곳에서 논란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의 잔혹 행위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휴전과 폭력 종식을 촉구하는 이스라엘 시민과, 네타냐후 극우 정권을 향해 "우리 이름으로 학살하지 말라"(Not in our name)고 외치는 유대계 미국인들의 행동에 특히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절박한 인도주의적 원조가 가자지구에 즉각 전달되고, 모든 인질과 자의적으로 구금된 이들이 석방되며, 모든 미국인이 귀환할 수 있도록 휴전을 계속 촉구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모든 국민들의 인권과 존엄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의 평화 공존에 무게를 두는 진정한 지속적 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틀라입 의원은 "단지 몇몇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대변해야 한다"며 "나는 대통령이 용기를 내어 휴전과 살육의 중단을 요구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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