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나라 ⑫] 검찰, 무엇이 문제인가?(2)
이 나라의 미래는 ‘검찰문제’ 해결에 달려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은 이미 생소하지 않다. 이 ‘검찰공화국’에서 검찰은 당연히 최대 화두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검찰의 생성부터 그 권력 확장 과정은 세계 검찰역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검찰,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 사회의 키워드인 검찰의 문제를 지난 번에 이어 살펴본다.>
대통령은 과연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없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심각한 홍역을 치렀다. 검찰총장 임기와 관련된 법률 조항은 바로 검찰청법 제12조 3항의 “검찰총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이다. 또 동법 제34조 2항은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에는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임명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 해임에 관한 규정이 없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의 임기는 과연 완전히 대통령의 권한 밖에 있는 것인가?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1997년 정당의 통합과 관련된 소송사건에서 ‘별도의 해임 규정이 없을 때에는 임명권이 있으면 해임권도 있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대통령의 임명권에는 이미 해임권이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다.
근본적으로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어 민주적 정당성에 의한 통치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단지 직업관료의 신분일 뿐인 검찰총장을 어떠한 경우에도 해임할 수 없다는 것은 현대 대의민주주의 기본에 배치된다. 우리나라에서 위 대법원 판례에 의거하여 대통령이 해임권을 실제로 발동시킨 사례도 있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선택적 법치’
2019년, 큰 사회적 이슈가 된 ‘라임 사건’이 있었다.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수익률 조작,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파만파로 커진 사건이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 김모씨는 2019년 7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검사들과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술 접대를 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당연히 뇌물죄가 적용되어야 할 사건이었다. 그러나 검찰은 처음부터 뇌물죄는 아예 적용하지 않은 채 처벌 수위가 낮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만을 적용하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기상천외한 ‘숫자 나누기’라는 셈법이 동원되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직무 관련성이 없을 경우 1회 금품·향응액 상한은 100만 원으로 규정되어 있다. 바로 이 점이 ‘악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이 사건에 관련된 검사들은 총 536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검찰은 이 536만 원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술자리 인원으로 나누는, 순전히 편법인 셈법을 동원했다. 즉, 우선 536만 원에서 밴드와 유흥접객원 비용 55만 원을 제외한 481만 원만을 계산하면서 다시 그 481만 원을 술자리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눈 96만 원이 1인당 접대비라고 계산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밴드와 접객원이 오기 전에 떠난 검사 2명은 접대비가 각 96만 원이라 해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사 한 명과 검사 출신 변호사 등 나머지 세 명만 기소되었지만, 이들도 법원이 그 술자리에 두 명이 더 왔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모두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결국 아무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다.
‘검찰의 나라’, ‘검찰공화국’은 필연이었다
언제나 ‘법의 정의’를 내세우고 말끝마다 ‘공정’을 강조하고 있는 검찰의 현주소다. 이는 물론 기소권을 독점하고 수사권까지 보유한, 그리하여 그 어떤 기관이나 그 누구도 검찰을 건드릴 수 없게 된 이 나라 검찰의 유례없는 특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들을 기소하거나 수사할 수 없고, 유일하게 자신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내부 징계뿐이지만 언제나 자기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는 반면 자신들은 그 누구든 사건화해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심화되면서 수십 년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니 이 나라가 명실상부 ‘검찰의 나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게 된 상황이다. 그것은 필연적 수순이었다. 마침내 검찰 출신 대통령의 등장 이후 검사 출신들이 국가의 요직들을 두루 장악하면서 ‘검찰공화국’이 현실화되었다.
검찰 권력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 권력’이 사회에 크게 부각되는 시기는 이른바 ‘87 체제’ 이후 들어선 문민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치’라는 명분을 앞세워 정치군인들이 차지하던 자리를 검찰 조직이 신속하게 접수해나가면서 마침내 ‘검찰 권력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 것이다. 일찍이 김지하 시인이 ‘5적’으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지목했는데, 이제 ‘장성’ 대신 ‘검찰’이 들어섰고, 그것도 맨 앞에 자리잡았다.
검찰 기소독점주의,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제도가 아니다
오늘 이 나라 ‘검찰 권력’의 막강한 힘은 바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에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소독점주의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제도가 전혀 아니다.
미국에서는 민간인들로 구성되는 대배심(Grand Jury)이 기소를 결정한다. 이렇게 하여 시민들은 이 대배심을 통하여, 혹은 기소를 하지 않는 검사에 대한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를 통하여 검찰의 기소권을 견제할 수 있다. 미국의 검사는 연방검사와 지방의 지방 검사장(District Attorney)으로 구분되는데, 연방검사는 모두 94명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당적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방 검사장은 주민들의 직선으로 선출된다. 검사에 대한 주민 직선, 이 방식은 검찰을 시민이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한편, 형사 사건의 대다수를 담당하는 주 검찰청 및 카운티(자치주, County) 검찰청의 검사장을 대부분 지역주민이 직접 선출한다. 각 주의 검찰총장 역시 대부분 지역주민 선거로 뽑는데 이 중 일부는 주지사나 주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미국의 각 주에는 주 법무부장관 겸 검찰총장 산하에 있는 ‘주 검찰’이 있다. 카운티 등에는 주로 선출직 지방검사 1명과 다수의 ‘검사보’가 있고, 이들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처리한다. 여기에서 지방 검사는 우리의 검사장, 검사보는 검사에 해당한다. 이렇게 하여 미국에서는 이른바 ‘직업적 검사’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나라 ‘검찰 권력’의 막강한 힘은 바로 검찰의 완전한 기소독점주의로부터 비롯된다. 전술한 바처럼, 검찰이 보유한 이 기소독점주의는 일제강점기인 1912년 <조선형사령>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말 그대로 일제 잔재에 속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기소권 부여가 사법체계 교란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득세한 바 있었다. 그러나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보편적인 제도인 것은 전혀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소추주의만을 관철하게 되면 범죄 피해자의 피해 배상과 정당한 응보 감정을 외면하기 쉽다.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권리 보호는 단순히 국가형벌권의 발동이라는 명목 하에서 형사소송의 제3자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소송 절차에 참여하도록 하여 가해자에 대한 유죄를 이끌어내고 각종 수사행위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서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서구 여러 나라에서 사인(私人) 소추주의 역시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가의 기반은 시민이고, 시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사법체계가 존재하는 것이지, 사법체계 자체가 절대불변의 진리인 것은 결코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검찰’이란 존재가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인류 역사에서 ‘검찰’이 출현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검찰 제도는 13세기 이후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출현하였다. 본래 서양의 고대시대에 소추는 중대 범죄를 제외하고 직권으로 이뤄지지 않고 일반적으로 금전적 배상을 받기 위하여 피해자 또는 그 가족이 제기하였다. 그러다가 13세기 무렵부터 프랑스에서 왕과 영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하여 대관(代官, procureur)을 두게 되었고, 14세기 이후 왕의 대관은 점차 모든 중죄의 고발자로서 자리 잡게 된다. 왕의 대관은 “중죄가 처벌되지 않고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공익에 해당한다.”는 관념에 따라 단순한 왕의 이익의 대변자가 아니라 피해당사자의 소추와 독립하여 일반이익, 즉 공익을 대표하여 소추를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 1670년 대칙령에 의해 완성된 형사소송절차는 소추와 재판을 분리하여 검사를 예심 또는 증거수집으로부터 배제했으며 공소와 사소를 구별하여 개인적 법익에 한정된 사건들은 피해자에 의한 소추만이 가능하였다. 이렇게 하여 프랑스의 형사소송절차를 지배하는 전통적 이념은 수사, 소추, 재판의 기능을 분리하여 각각 예심판사, 검사, 재판관에게 수행하도록 하여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있으며 검사의 수사권 및 수사지휘권은 현행범 수사의 분야에만 인정되었다.
프랑스의 형사소송 절차는 또한 범죄 피해자에게 직접소추를 할 수 있는 사소권(私訴權, Action Civile)을 인정함으로써 검찰의 자의적 공소권 남용에 대한 제한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는 가해자를 형사법원에 직접 소환의 방식으로 범죄피해의 배상을 요구하는 사소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더라도 범죄 피해자가 예심판사에게 사소당사자가 되는 신청을 하여 공소권을 발동시킬 수 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 제2-1조 이하에서는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또는 단독으로 일정한 범죄에 대하여 사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에 참가할 수 있는 법인격을 갖춘 단체들을 열거하고 있다. 다만 이들 단체는 범죄의 행위 시를 기준으로 5년 전에 법률에 의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공익성을 추구해야 한다.
독일 역시 개인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범죄에 대하여 언제나 피해자나 그 대리인이 사인소추를 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소송참가제도를 인정하여 범죄 피해자의 형사절차 참여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영국도 사인소추를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사인(私人) 소추주의가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국가 소추주의만을 관철하게 되면, 범죄 피해자의 피해 배상과 정당한 응보 감정을 외면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공적(公的) 옹호자’로서의 위상을 지닌 독일의 검찰
물론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검사(檢事)’라는 명칭도 일본으로부터 유래하였다. 그런데 독일에서 ‘검사’라는 용어에 대응하는 용어는 ‘Staatsanwalt’로서 ‘국가의 법률가’ 혹은 ‘국가의 변호사’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렇게 하여 ‘체포’나 ‘검속’의 의미를 연상시키는 우리나라의 검사와 근본적으로 상이하게 ‘공적(公的)’ 의미를 지닌다.
독일에서도 검찰 권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는 오랜 시간의 논의 과정을 거쳤다. 그 논의의 주요한 결과 중의 하나는 바로 검사가 피의자에게 불리한 증거만이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수집해야 한다는 검사의 “객관 의무에 관한 규정”의 명문화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독일에서 검찰은 “공적 옹호자”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
검찰 수사의 구속 기간, 지나치게 길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검찰 조사를 받은 108명의 시민이 자살하였다. 바로 이 지점에 중요한 한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검찰수사에 필요한 경우 영장을 발급받아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데, 그 구속 기간은 10일이고 다시 10일의 연장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만 보고 살아온 우리로서는 10일이라는 이런 구속 기간이 너무나 당연한 듯하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미국의 경우 피의자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반드시 치안 판사(magistrate judge)에 “불필요한 지체 없이(without unnecessary delay)” 인도하여 심문을 받아야 한다. 독일은 보다 엄격해서 체포 당일 판사에 인치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에는 24시간 이내에 경찰기소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며, 경찰 상급간부의 승인을 얻어 최장 36시간 기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구금할 수 있다. 경찰기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36시간을 초과해 피의자를 구금할 경우에는 치안판사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96시간 안에는 기소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다만 일본은 우리와 같이 구속 기간이 10일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 잔재를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나라에서 구속 기간을 짧게 규정하고 있는 것은 범죄를 계속 저지를 우려가 있거나 재판을 회피하고 도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의자가 아니라면, 수사 목적의 구속은 최대한 단기간에 끝내고 피의자로 하여금 판사 앞에서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준다는 것이 그 취지다. 특히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 수색이나 압수를 통해서 증거를 수집하고,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검찰은 많은 경우 증거와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장기간의 구속 기간을 통하여 계속 자백을 강압하고 심리적 압박과 신체적 시련 그리고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함으로써 상대방을 제압하려 한다. 이는 피의자가 원치 않는 자백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고문에 해당하는 반인권적 행태이다. 서구 각국이 검사로 하여금 가급적 신속하게 공소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에는 자백을 강요할 시간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목적이 있다. 사실 미국이나 영국의 영미법의 경우 자백을 하면 대부분 재판도 없다. 재판은 피의자가 검사의 논고에 동의하지 않을 때 열리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검찰 입맛대로 불기소’, 이것을 막을 제도적 장치는?
시민으로 구성된 검찰심사시민위원회의 제도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검찰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이 땅에서 기소라는 행위는 검찰의 무소불위적 권한이 되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검찰이 자신들의 입맛대로 기소하는 이른바 ‘선택적 기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어왔다.
잘 알려져 있듯이, 검찰 출신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서도 끝까지 ‘자기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결국 불기소 처분했다. 또 어느 보수진영 전 의원의 사건들에 대해 검찰은 모조리 불기소 처분을 했다. 이를 계기로 이른바 검찰의 ‘선택적 불기소’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계속되는 검찰의 ‘자기 식구 감싸기’ 불기소
이러한 검찰의 ‘선택적 불기소’ 행태는 근본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 무소불위 검찰, 자기 입맛대로 기소하는 검찰을 감독하고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검찰 시스템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사법제도는 소수의 법률전문가들에 의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사법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소수에 의한 사법운영이 필연적으로 관료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피해자나 일반 시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서 크게 괴리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질 위험도 커지게 된 것이다.
법적 구속력을 갖춘 일본의 ‘검찰심사회’
일본은 구한말 이래 수많은 그릇된 제도와 관행 그리고 문화들을 이 땅에 이식시켰다. 그런데 뜻밖에도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마땅히 배워야 할 제도도 존재한다. 바로 검사의 불기소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검찰심사회라는 제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전후(戰後) 일본에서 연합국 최고사령관총사령부(GHQ)는 ‘검찰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 본토에서 시행되는 검사직선제의 도입을 주문하였으나, 일본이 계속 반대하자 결국 타협책으로 미국의 기소배심 제도를 참고하여 만든 제도가 바로 검찰심사회다. 일본 검찰심사회는 (검찰조직 내부가 아니라) 지방법원이나 그 지부 소재지에 설치된 기구이다. 원래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못했지만, 2009년 5월부터는 검찰심사회의 의결에 법적 구속력이 부여되었다. 이를 기소의결 제도라고 하는데, 기소 의결이 내려진 경우 법원이 지정한 공소유지 변호사(지정변호사, 변호사회의 추천을 받아 지정한다)가 그 사건에 관하여 신속하게 기소한다.
현재 전국 지방법원과 지방법원 지부가 있는 장소에 총 165개소의 검찰심사회가 설치되어 있다. 각지의 검찰심사회 구성원은 20세 이상인 공직선거법상 유권자 중 무작위로 선출한 11명으로 구성되며, 같은 수의 후보 인원도 선출된다. 임기는 6개월이고, 1948년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59만 명 이상의 시민이 검찰심사원 또는 보충원으로 선정되어 활동하였다. 연간 약 7300명이 검찰심사원으로 선발되고 있다. 각지의 검찰심사회는 11명의 심사원 중 8명 이상의 동의로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에 대하여 기소 의결을 하게 되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밖에도 검찰심사회는 검찰 사무의 개선에 대한 건의와 권고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검찰에도 말로는 미국의 대배심과 일본의 검찰심사회를 참고해 검찰시민위원회라는 제도가 설치되었다. 하지만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할 뿐이다.
국회, 검찰의 선택적 불기소를 방지할 시민위원회 제도의 입법에 나서야
검찰의 기소독점과 선택적 기소 그리고 선택적 불기소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검찰도 일본의 이 제도를 본떠 만들었다는 검찰시민위원회가 있지만, 아무런 법적 구속력도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에 불과하다. 이제 본래 검찰 조직의 주인인 시민이 나서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차제에 국회는 검찰의 불기소를 방지할 수 있는 시민위원회 제도를 입법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검찰 권력에 대한 시민의 민주적 통제(Democratic Control)가 실현될 수 있으며, 검찰개혁 역시 유효할 수 있다.
‘검찰 권력’ 통제를 위한 법적 장치, ‘법왜곡죄’
2011년 발생한 ‘IDS홀딩스 사기 사건’은 고율의 환차익을 미끼로 내걸면서 다단계 금융조직을 이용, 상습적으로 약 4년 10개월 동안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차용금 또는 투자금 명목으로 편취한 사건이었다. 피해액은 1조 원이고 피해자는 1만 2천 명이 넘는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만도 50명이 넘는다.
피해자들은 특히 검찰의 직무유기에 분노하였다. 검찰이 권력자의 비리를 덮어왔고 자기 식구 감싸기를 하면서 은폐 및 축소 수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심지어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주범을 정보 수집 명목으로 검사실로 불렀고, 그 주범은 검사실에서 외부 공범들과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검사는 처벌은커녕 정권이 바뀌자 오히려 영전했다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 농단’ 관련자들에게 예외 없이 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그들에게 적용시켰던 이른바 ‘직권남용 혐의’란 사실상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코에 걸면 코거리, 귀에 걸면 귀거리”의 유명무실한 잣대일 뿐이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다스와 BBK 사건이 마침내 13년 만에 단죄를 받았지만,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특검팀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룸싸롱 술접대 검사에 대해 ‘신출귀몰한’ 셈법을 동원하며 끝내 불기소했던 라임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의 비상식적인 세월호 피해자 유족 사찰 및 탄압을 조사해야 할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무혐의와 불기소 처분을 했다. 특히 당시 국정원이 내세웠던 “북한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세월호 피해자) 유족 동향을 파악했다”는 어불성설의 주장도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그대로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불기소 처분을 했다.
하지만 법치란 이렇게 권한만 있고 그 책임은 면제되는 것이 아니다. 법률을 집행함으로써 공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을 솔선수범해야 할 당사자들이 “사리를 추구하여 법을 왜곡”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를 지탱하는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행위는 일반 범죄보다 범죄성이 훨씬 크다.
독일 형법 제339조는 “법관, 기타 공직자 또는 중재인이 법률 사건을 지휘하거나 재판함에 있어 당사자 일방을 유리하거나 법을 왜곡한 경우에는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법왜곡죄다. 독일을 비롯하여 스페인, 노르웨이, 중국 등 적지 않은 국가에서 이러한 법왜곡죄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법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
법왜곡죄의 신설에 대하여 ‘법적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론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적 독점’ 혹은 ‘농단’의 상황에서 이뤄지는 그런 ‘법적 안정성’이라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정작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사법부 판결에 도전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적지 않은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검찰과 법원이다. 이명박 사건이나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은 검찰이 명백하게 ‘법적 불안정성’을 야기시킨 사건이다. 법원 역시 예를 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기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위헌 무효로 결정해놓고도 이후 대법원 소부나 하급심에서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이를 뒤집어 “긴급조치는 고도의 통치행위로서 정부의 배상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법적 안정성’을 극적으로 동요시킨 바 있다.
사실 법왜곡죄가 존재하고 있는 독일 등의 국가에서도 해당 조항이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적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법왜곡죄의 존재는 법왜곡 행위의 방지에 대한 아무런 통제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법 집행을 담당하는 관계자들로 하여금 법왜곡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작동되는 ‘상징적 법적 기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법왜곡죄는 이미 충분한 존재의 의미가 있다.
‘국제 표준’에 맞춰야
사실 무소불위 안하무인 검찰에 대해 국회에도 대응할 무기가 있다. 이미 국회의 손에는 검찰을 포함하는 모든 공무원에 대한 ‘탄핵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 제65조 1항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 역시 분명한 탄핵 대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듯이, ‘87 헌정체제’는 오늘의 시대 흐름에 이미 너무나도 명백하게 부적합하게 낙후된 구체제, 앙시앵 레짐이다.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라는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이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규정이다. 이 조항을 비롯해 법원과 감사원 관련 규정 등을 포함하는 많은 불합리한 내용들을 수정하여 시대의 흐름에 정확하게 조응하는 개헌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본고에서 시종여일하게 계속 강조하는 바처럼, 전 세계를 통틀어 봐도 이 나라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권한은 지나치게 과도하다. 검찰은 영장청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불기소권을 포함한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가지고 있으며, 재판 이후에는 형 집행권까지 행사한다. 형사 절차에서 재판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권한을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으며, 더구나 이러한 검찰을 견제할 그 어떠한 시스템이나 제도적 장치도 철저하게 부재한 상황이다. 오늘의 ‘검찰의 나라’, ‘검찰공화국’의 출현은 필연이었다.
검찰권력의 이러한 극단적인 비대화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그 기저부터 결정적으로 해치는 것으로서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 요인일 수밖에 없다. 이 땅 민주주의 성패는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는 결정적으로 향후 검찰 문제를 여하히 해결해나가는 데에 달려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과도한 초(超)권력기관들은 어김없이 불행한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이 나라 검찰권력 역시 과도한 그 크기만큼 검찰조직 미래의 불안정성 및 위험도는 정확하게 비례하여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제 검찰도 오늘날 국제적으로 적용되는 ‘국제 표준의 검찰’로 ‘환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적 측면의 개혁이 대대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전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률 개정과 아울러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규모 검찰수사단은 폐지 수준의 대규모 축소와 경찰조직으로의 이관이 이뤄져야 한다. 나아가 주요 검찰 직위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거나 미국의 대배심 제도 및 직무집행명령제도(mandamus) 그리고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같이 시민이 기소권에 적극 개입하고 간여할 수 있는 방식 등으로 검찰에 대한 시민의 분명한 통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 미국처럼 공소권 운용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 직무 태만 및 위법행위 등이 있을 경우 검사를 해임, 면직시킬 수 있는 해임제도(removal)를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길이 건강한 검찰조직의 지향점이며, 동시에 지금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우리 민주주의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정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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