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동영상, 별장, 여성 등 핵심어는 공통
동아, 파티·포르노·혼음 등 선정성 도드라져
조선, 상대적으로 김학의보다 로비업체 부각
경향, 공직자 도덕성…한겨레, 수사·비리에 무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1차 수사팀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10일 만료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소시효 만료 전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세간의 이목이 쏠려 있는 상황이다.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박석일)가 맡고 있다.
김 전 차관은 검사 시절이던 2007~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별장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사건은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국민적 충격을 안겨 주었다.
검찰은 지난 수사에서 검사 출신의 김 전 차관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수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일부 기소의견으로 ‘김학의 성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김 전 차관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건설업자 윤 씨는 구속기소됐다.
김 전 차관은 다시 수사팀이 교체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2차 수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또다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수사단이 재수사를 통해 2019년 김 전 차관을 뇌물 혐의로 기소했지만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같은 흐름을 보면 ‘제 식구 감싸기’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공소시효 날짜를 고려해) 일정에 맞춰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2013년 3월 15일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차관에 임명됐지만 이 사건으로 같은달 21일 물러났다. 박근혜 정부의 흑역사 가운데 하나다. 이 사건은 영화 <내부자>로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건설업체 로비에 초점’ 맞춰]
한편 ‘김학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터졌을 당시 언론의 보도 행태는 큰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일부 언론은 사건의 본질에 천착하기보다는 선정적 기사를 쓰기에 급급했다.
조선일보는 ‘개발비, 공사, 이권, 뇌물, 인테리어, 특혜와 같은 기업의 로비와 사업자의 이권에 관계되어 있는 언어를 많이 사용’했다. 동아일보는 ‘성접대, 성폭행, 성상납, 섹스파티, 집단혼음, 쇠사슬과 채찍, 최음제, 에로물, 강간, 예쁜 여자와 같은 자극적이고 외설적인 단어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했다.
반면 한겨레는 ‘검사, 계좌추적, 배임, 비리, 사업가, 압수수색, 결탁, 진실과 같은 검찰의 사건수사에 무게를 둔 단어를 사용’했으며, 경향신문은 ‘공직기강, 국정원, 조사, 할복자살과 같은 공직자의 도덕성에 비중을 두는 단어를 비교적 많이 사용’했다.
이완수(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부교수)와 최명일(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부교수)이 2019년 9월에 학술지 ‘젠더&문화’(제34권 제3호)에 발표한 논문 <뉴스 언어의 선정성과 언론의 상업성 : ‘김학의 성접대 사건’ 보도에 대한 의미연결망 분석을 통해>에서 분석한 내용이다. 모 대학 전자도서관 검색 기준 '김학의'가 제목에 언급된 것은 이 논문이 유일하다.
이 논문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의혹 사건이 집중되었던 2013년 3월 19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일반뉴스, 사설, 기자칼럼 기사를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했다. 논문이 그 열흘에 집중한 이유는 ‘이후로는 관련 기사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열흘간 이 매체들은 모두 107건의 기사를 내놓았다. 동아(36건), 한겨레와 경향(각 26건), 조선(19건) 순이다.
논문은 “주요 일간지들은 당시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성접대, 성폭행, 성상납, 섹스파티, 집단혼음, 쇠사슬과 채찍, 최음제, 에로물, 난잡한 유희, 예쁜 여자, 여대생, 긴 생머리 여성, 주부, 중년 여성, 벤츠, 별천지, 별장, 골프, 고급양주, 마약…’과 같은 퇴폐적이고 낯 뜨거운 외설적 언어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사건 뉴스는 3류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관음증을 유발하는 선정적인 단어로 채워져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에는 42개 핵심어 중에서 성접대(74회), 동영상(49회), 별장(31회), 여성(15회), 고위공직자(9회), 소문(8회), 차관(8회), 김학의(7회), 성폭행(7회), 경찰(6회), 성관계(5회)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등장했다.
동아일보에는 92개 핵심어 가운데 성접대(160회), 동영상(123회), 별장(64회), 여성(48회), 성관계(44회), 사회지도층(30회), 고위공직자(29회), 의혹(22회), 인사(22회), 남성(15회), 여성 사업가(13회), 파티(13회), 강간(10회), 성폭행(10회) 등이 많이 보였다.
한겨레에는 65개 핵심어 중 성접대(118회), 동영상(51회), 별장(30회), 로비(21회), 고위공직자(20회), 성폭행(18회), 사회지도층(16회), 여성(16회), 의혹(15회), 인사(14회), 성관계(10회) 등의 어휘가 많이 나타났다.
경향신문에는 50개의 핵심어 중 성접대(128회), 동영상(41회), 별장(21회), 사회지도층(19회), 성관계(16회), 경찰(12회), 여성(12회), 여성 사업가(10회), 의혹(9회), 인사(9회), 검증(8회), 로비(7회), 수사(7회) 등의 등장 빈도가 높았다.
“동아일보, 당시 상황 선정적으로 자세히 보도”
특정 언론에만 등장하는 핵심어가 특히 관심을 끈다. 조선일보에는 ‘개발비, 공사, 사교모임, 사퇴, 술잔치, 이권, 인테리어, 임명, 정치인, 중천산업개발, 총장, 촬영, 회장’ 등과 같은 13개 핵심어가 등장한다. 논문은 “조선일보는 다른 신문사들과는 달리 특정 건설회사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이 이권을 따내기 위해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을 중심으로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10여명, 30대, 간부, 갈등, 강간, 건설사, 골프장, 국장급, 난교, 남녀, 남성, 내부, 대형, 문란, 불법, 사법처리, 사정당국, 상류층’ 등과 같은 46개의 핵심어를 차별적으로 사용했다. 논문은 “(동아일보는) 특히, 난교, 문란, 섹스, 약물, 음란, 최음제, 파티, 포르노, 혼음 등의 핵심어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당시 상황을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자세하게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에만 등장하는 핵심어는 모두 12개로 ‘검경, 검사, 압수수색, 계좌추적, 배임, 비리, 사업’ 등이었다. 한겨레는 다른 신문들과는 달리 사법기관의 수사나 비리, 처벌과 관련한 보도내용이 상대적으로 강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향신문의 핵심어는 모두 9개다. ‘골프, 공방, 공직기강, 국정원, 도박, 성매매, 외제, 조사, 할복자살’ 등이다. 로비를 위해 성접대 뿐만 아니라 골프, 도박, 성매매 등과 같은 불법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었으며,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이 문제가 있음을 비판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논문은 매체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언론은 ‘김학의 성접대 사건’이 사업가가 권력층과 결탁해 서로 특혜나 이익을 나눠 갖는 사회구조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구조적 진단이나 원인, 그리고 해결방안을 별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대신 성접대, 성관계, 별장, 동영상, 여성과 같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고, 관음적인 단어 보도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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