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의 나라 18] 경찰 조직의 주인은 권력 아닌 국민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경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러범의 당적 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이 진상조사의 핵심인 습격 현장을 바로 지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입었던 피 묻은 셔츠는 범죄 현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진주의 의료폐기물 업체에서 발견되었다. 배우 이선균의 자살 사건에 2천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경찰의 수사 내용 유출 및 고인 출석 정보 공개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 근대사에서 경찰은 줄곧 ‘권력의 충견’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해왔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탄압의 상징으로서 이른바 ‘순사’들의 악명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승만 독재에 이어 박정희 군사독재 시기 경찰이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치안본부를 위시하여 권력 유지를 위한 민중 탄압기구로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것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전두환 치하에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어이 없는 변명으로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대표되는 ‘권력에 알아서 기는’, 권력의 ‘충견’으로서의 경찰의 이미지는 특별하게 악화되었고, 이후 민주화 시기에서 상당한 변화의 모습은 있었으되 여전히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경찰은 언제나 ‘권력의 충견’이란 수치스러운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사실 ‘경찰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는 그간 우리 사회에서 역으로 검찰의 권력화 명분으로 이용되는 측면에서 자제되는 분위기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해방 후 ‘친일파 경찰’에 의한 ‘경찰 파쇼’ 국가를 막기 위해 검찰에 의한 경찰 통제가 이뤄지면서 ‘검찰의 권력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오늘까지 경찰 역량의 미비와 그로 인한 국민적 불신이 검찰 권력 비대화의 명분이 되어왔다는 점 역시 부인될 수 없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국’을 설치한 것은 그간 독립청으로 존재했던 경찰청을 일개 부처의 산하에 소속시키는 일로서 경찰의 지위와 위상에 대한 여지없는 격하이다. 경찰 조직은 1991년에야 비로소 경찰청이란 외청으로 독립했는데, 이제 행정안전부 산하에 경찰청을 설치하는 것은 이를테면 여전히 공공기관을 출입하는 ‘정보경찰’의 폐지 등 경찰개혁에 있어 시급한 시대적 과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채 오직 권력에 의한 경찰 장악에만 몰두하여 오히려 과거로 후퇴한 것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이는 과거 언제나 권력의 충견으로 역할했다는 경찰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장 극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직접 통제 논의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6.21. 연합뉴스 자료사진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개혁네트워크 관계자들이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직접 통제 논의에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6.21.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에 대한 시민의 개입과 통제 이뤄져야

과도하게 집중된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경찰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련의 제도적 장치 역시 반드시 시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점은 경찰 조직에 대한 시민의 개입과 통제가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경찰청장 및 지방 경찰책임자를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경찰책임자의 국민소환제를 시행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경찰이라는 공조직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의 통계에 의하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불리한 진술 강요’, ‘폭행·가혹행위’, ‘폭언·욕설’ 등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상담 건수가 2만 4265건에 이른다. 또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에 따르면 경찰의 신뢰도는 2018년보다 0.5%p 줄어든 2.2%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국회는 2.4%였고, 검찰은 작년보다 1.5%p 늘어 3.5%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국회, 검찰 그리고 경찰이 우리 사회 3대 불신기관이라는 사실이다. 국회에 대한 드높은 불신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경찰에 대한 불신 역시 대단하고 검찰보다 오히려 더 심한 상황이다.

비단 이러한 정치적 측면을 떠나 일반 치안 분야에서도 초동수사 미비 등 경찰 자체의 역량의 한계는 지속적으로 지적되어온 문제이다. (다만 이 점에서 우리나라 ‘수사 현실’은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 현재 검찰은 대략 검사 2,300여 명에 검찰 수사관 7,900여 명까지 약 10,000~11,000명이 수사를 하는 데 반해 경찰은 3만 3,000~3만 4,000명 정도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결국 전체 범죄의 99%를 처리하는 경찰이 0.6%를 담당하는 검찰에 비해 인원은 3배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유지와의 유착 등 각종 비리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빈발하고, 각종 사건사고 처리에서 경찰의 책임감과 자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면서 대중적 불신은 오히려 갈수록 심화되어 왔다.

인권 친화적 경찰이 되기 위해서 수사절차 개혁이 필요하다. 수사단계에서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 및 수사의 공정성 객관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 역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중앙 일점통제식의 현 경찰 시스템은 하루바삐 자치경찰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사실 현재 경찰법 제2조는 “경찰청의 사무를 지역적으로 분담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특별시장·광역시장 및 시·도지사 소속 하에 지방경찰청을 두고, 지방경찰청장 소속 하에 경찰서를 둔다”고 규정해 이미 지방경찰청 이하를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하에 두고 있다. 하지만 동법 14조는 경찰청장이 지방경찰청장을 지휘, 감독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경찰사무 수행 권한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제 이러한 경찰청장의 독점적 권한은 분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렇듯 대법원장이 모든 법관의 인사를 장악하고, 검찰총장이 모든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경찰청장이 모든 경찰의 운명을 독점한다. 거기에 대통령이 대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을 임명하게 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권력 종속적’이고 ‘권력 지향성’의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법원, 검찰, 경찰 조직이 분권화되어야 비로소 권력에 대한 종속성이 극복될 수 있다. 비단 지자체만이 아니라 학교경찰제와 같이 각급 교육청과도 그 권력을 분권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말하자면, 경찰 개혁의 기본이란 권력이 아니라 바로 시민에 의한 경찰 통제에 그 중점이 두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찰에 대한 시민 참여와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경찰청장 및 지방 경찰책임자의 직접 선출과 경찰책임자의 국민소환제가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경찰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경찰비리민원조사위원회(IPCC)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이 독립적 경찰감시기구에는 의장과 위원에 경찰경력이 있는 인사를 철저히 배제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직권으로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고,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관 기소를 검찰총장에게 권고·요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당초 경찰개혁위원회도 영국의 이 방안을 권고하고 경찰청도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었는데,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정부의 경찰개혁안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반드시 경찰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과 경찰력 남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찰조직이 전국적으로 단일화되어 매머드 조직으로 거대화한 우리와 달리 4만여 개의 분산된 별도 기관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이렇게 경찰의 수사권을 분산해 경찰의 권한 집중을 막고 있다. 즉, 법무부 소속의 연방수사국(FBI), 주 경찰, 지방경찰, 이민국(INS), 마약단속국(DEA), 국경순찰대 등 50여 개 기관이 수사권을 분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찰에 대한 시민감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경찰권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여 경찰에 대한 민원의 독립적 심사, 정책 검토와 제언, 민원조사의 감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과중한 경찰 업무량 축소를 위한 한 방법

경찰 업무량이 과중하다는 주장은 충분히 귀기울여야 한다. 경범죄처벌법, 도로교통법상 등에 규정된 경미한 범죄와 행정의무 위반적 형벌규정을 비범죄화하는 작업 등을 통하여 경찰 수사업무 총량을 축소함으로써 경찰의 과중한 업무를 줄여나가야 한다.

서구 각국 형법 개혁운동의 산물로서의 비범죄화(비형벌화) 운동은 원래 경미한 범죄로 간주한 행위가 더 이상 범죄의 성질을 지니지 않도록 만들었다. 독일은 1975년 진행된 개혁 중 위경죄(違警罪: 성격이 엄중하지 않은 경미한 범죄)의 형사범죄 성격을 배제해 위경죄를 일반적인 법규 위반으로 간주하였다. 이에 따라 행정처벌로만 처벌하고 형사처벌하지 않았다. 포르투갈 역시 같은 혁신을 진행했고, 이탈리아 역시 큰 영향을 받았다. 다시 말해 유럽 대륙 형법 이론은 더 이상 정성(定性) 분석의 범죄 개념을 견지하지 않게 되었고, 명백하게 ‘처벌할 수 있는 위법성’을 지니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 더 이상 범죄로 인식하지 않았다.

경찰, 검찰 그리고 시민

기실 현재 지적되는 경찰 역량의 한계란 구조적으로 영장청구권을 포함한 직접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불기소권을 포함한 기소권과 공소유지권을 가지고 있으며, 재판 이후에는 형 집행권까지 행사하고 있는 무소불위 검찰권력의 독점과 과잉화로부터 기인하는 측면이 강하다. 비대화한 검찰 권한은 당연히 ‘국제 표준’ 수준으로 축소되어야 하며, 특히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대규모 검찰수사단은 폐지 수준의 대규모 축소 및 경찰조직으로의 이관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일제 강점기 이래 관행화하고 구조화한 채 현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고착화된 경찰의 ‘권력 종속성’은 반드시 근본적으로 혁파되어야 하며, 경찰의 자체 역량은 민주적이고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충실하게 강화되고 제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찰 조직에 대한 시민의 감독 및 감시, 견제 시스템이 유효하게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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