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제도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 박인환
괴벨스 인용하는 뉴라이트 단체 공동대표
'법치주의' 강조하며 '사법 개혁'은 반대?
윤석열·한동훈에 대해서는 '기대감' 피력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국이 요동쳤다. 각계각층에서 연일 이명박 대통령의 사죄와 전면적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학교수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의 각대학 교수들이 앞다퉈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이명박 정권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얼마 뒤인 그해 6월 9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이 ‘일부 교수들의 릴레이 시국선언을 우려한다’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각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비난하고 나선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모두 128명이었다.
그들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안보적 위협’ 등을 거론하며 “일부 대학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혼란과 분열,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에 대해서는 “자유의 남용에 이른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했다.
그들은 “우리들의 생각이 한국 지식인 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침묵하는 다수를 무시하고 시끄러운 소수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기자회견이 열리던 9일 현재 반 이명박 정권 시국 선언에 참여한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2500명에 육박하고 있었다. 128명이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한다며 2500명에게 자신들의 생각이 주류라고 강변한 셈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들’은 대부분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었다. 뉴라이트싱크넷, 뉴라이트재단,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등 뉴라이트 성향의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교수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성신여대 교수 김영호, 명지대 교수 강규형, 건국대 교수 박인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바른사회시민회의 홈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박인환은 현재 이 단체 공동대표로 돼있다. 2002년 출범한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확고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가 실현된 사회’를 ‘바른 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 어록 인용
지난 2017년 1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 뉴라이트 단체의 출범식이 열렸다. ‘원로 보수’들이 대거 참여한 한국자유회의 출범식이었다. 이 출범식에도 김영호, 강규형, 박인환 등이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 이영훈, 연세대 교수 류석춘 등 ‘간판급 뉴라이트 교수’들도 동참했다.
박인환은 이날 “필요하다면 우파도 좌파 전술을 차용할 필요가 있다”며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이 된다’는 괴벨스의 어록으로 알려진 말까지 인용하며 “세월호·최순실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채용하고 배워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김영호는 윤석열 정부의 통일부 장관, 강규형은 총리실 산하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 박인환은 지난해 9월 6일 출범한 경찰제도발전위 초대 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다.
박인환은 검사 출신이다. 성균관대 법학과 출신으로 1984년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대구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검사 출신이 ‘자치경찰제’ ‘경찰대학 개선’ 등 경찰제도 발전을 논의하고 모색하는 위원회의 첫번째 수장이 된 셈이다.
경찰제도발전위는 애초 6개월짜리 ‘시한부 위원회’였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3월 종료됐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도 이 위원회는 남아 있다. 3개월 더 연장해 6월 5일까지 활동하기로 했으나 다시 존속기한을 ‘위원회 의결까지’로 정했다. 결국 변수가 없는 한 활동 종료 시점을 정하는 건 형식상 ‘위원회 맘대로’가 됐다.
“문재인이 간첩? 그럼 윤석열은 간첩 하수인인가?”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안보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인환은 “문재인은 간첩”이라는 발언을 했다. 발언 배경에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있다. 민주당은 2020년 12월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3년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그러므로 박인환의 “문재인은 간첩”은 ‘개정안’ 통과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이뤄졌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박인환의 말은 거칠었다. “국민의 70% 이상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을) 모르고 있다.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것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최근 간첩단 사건이 나오는데 문재인의 비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야당은 “문재인이 간첩이면, 윤석열은 간첩 하수인인가?”라고 물으며 박인환의 발언에 분노를 표했다. 언론도 전임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은 그의 발언을 크게 문제삼았다.
‘검수완박’도 반대…‘사법개혁’도 반대…
박인환은 지난해 5월 2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엉터리’ ‘미친 짓’ 등의 거친 표현을 동원해가며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을 비난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두고 여야간 공방을 벌이던 시기다.
박인환은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은 실패이며 ‘검찰과 사법부 탄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탄압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이 실패했다고 보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는 사실을 들기도 했다.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른 분야는 문외한일지언정 법만큼은 전문가다. (…) 법치주의를 제대로 확립할 수 있다면 나머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윤 대통령의 한동훈 법부무 장관 임명에 대해서는 “파격적인 인사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의 뜻을 숨기지 않았다.
박인환이 말하는 법치주의가 뭔지 모르겠다. 박인환의 눈에는 이른바 ‘본부장 비리(’윤석열 본인, 부인 김건희, 장모 최은순의 비리)는 안 보이나. 최근의 ‘김건희 일가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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