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휴전…가자 이집트 국경 통행로 8시간 개방

바이든,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기도 사전경고

중국 왕이 "이스라엘, 자위 범위 이미 넘어서"

아랍‧아프리카, 이스라엘에 지상전 철회 촉구

"예측 불가 시가전에 빠질 것…모두에 피바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트럭을 타고 가자시티의 쉬파 병원에 도착했다.    2023. 10.16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트럭을 타고 가자시티의 쉬파 병원에 도착했다.    2023. 10.16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열흘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촉발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군의 가공할 보복 공격과 봉쇄로 민간인 사상자 규모는 기하급수로 늘고 있다.

15일 현재 가자지구에서만 누적 사망자가 2600명을 넘어섰고, 이스라엘이 공언한 대로 지상군을 투입하면 하마스와의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 규모는 상상 이상일 것으로 우려된다. 가자는 세종시와 비슷한 360여㎢ 면적에 237만 명이 거주하는 초밀집 지역이어서 '도시시가전'을 벌일 경우 하마스를 정밀타격한다고 해도 대규모 민간인 피해는 불을 보듯 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침공을 전제로 가자 주민에게 15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첩하고, 민간인들이 가자를 떠나는 대로 "중요한 군사 작전을 시작할 것"(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이라고 말해 지상군 투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네타냐후 총리도 전날 가자지구 외곽의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피 경고에 따라 100만 명 이상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스라엘군은 60만 명이 가자시티와 그 인근 지역을 떠나 남부로 간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인근에 모여들고 있다.   2023 10.15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 인근에 모여들고 있다.   2023 10.15    [AFP=연합뉴스]

일시 휴전…가자 이집트 국경 통행로 8시간 개방

하지만, 피란 도중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걱정하는 주민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임신부, 장애인 등은 피란 갈 엄두를 못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로 연료, 식수, 식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은 생존마저 위협받는 상황이다. 병원에는 환자가 밀려들고 있으나 의약품과 연료 등이 소진돼 부상자 중 수천 명이 더 사망할 우려가 크다.

가자지구가 인도주의 위기에 처하자 유엔은 물론 대다수 국가가 이스라엘의 가자 전면 침공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는 한편, 인도주의 위기 완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왔다.

그 결과, 16일 가자지구와 인접한 이집트의 협조를 얻어 유일한 출구인 '라파 국경 통행로'를 다시 여는 데 성공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집트와 이스라엘, 미국이 이날(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일시 휴전과 함께 통행로를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휴전 지속 시간은 명확하지 않지만, 오후 5시까지 8시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서 15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만난 뒤 "가자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물품들이 마련됐다"며 "유엔, 이집트, 이스라엘 등과 함께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들도 구호 물품 트럭의 통행이 허용되고 외국인들의 출국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정상의 회담은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9개월 만에 이뤄졌으며 백악관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됐다. 2023.09.21.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두 정상의 회담은 네타냐후 총리 재집권 9개월 만에 이뤄졌으며 백악관이 아닌 뉴욕에서 진행됐다. 2023.09.21. AFP 연합뉴스

바이든,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기도 사전경고

'보복'을 구실로 이스라엘군의 전면 침공과 가자지구 재점령에 대한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뭣보다 언제 끝날지 모를 하마스와의 교전 과정에서 민간인 대참사 우려가 큰데다, 자칫하면 불길이 주변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제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관련해 상당수 서방국이 네타냐후에게 전면 침공을 늦추라고 권유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마스 공격 직후 이스라엘의 우군임을 자처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공개된 CBS 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면서도 그것을 구실로 한 가자지구 재점령에는 "큰 실수"라고 반대를 분명히 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우려에는 "이스라엘이 전쟁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CBS 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법치와 전쟁법을 따라야 한다"고 가세했다. 민간인과 같은 비전투원 살해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바이든의 이같은 발언은 유대교 초정통파가 좌지우지하는 극우 네타냐후 정권이 국제사회의 우려와 지배적 공론을 무시한 채 가자지구를 전면 침공한 뒤 내친김에 재점령하고 그 과정에서 하마스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15일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격으로 이미 4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2023.10.16 [UPI=연합뉴스]
15일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공격으로 이미 4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2023.10.16 [UPI=연합뉴스]

"예측 불가 시가전에 빠질 것…모두에 피바다"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과 관련해 프랭크 매켄지 전 미국 중부사령관은 워싱턴포스트에 "모두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예측 불가능한 도시시가전에 빠져들고 전쟁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설사 이스라엘이 가자를 점령해도 중장기 전략이 없어 인명 피해만 양산하고 충돌을 격화시켜 확전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명예회장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전략에 대해 "목표와 수단 모두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5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를 통해 "하마스는 하나의 조직일 뿐 아니라 네트워크이고 운동이며 이념"이라면서 "그 지도부를 살해할 수는 있지만 그 실체나 그 비슷한 어떤 것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스는 "하마스 파괴 시도는 초밀집 도시 지역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요구하는 만큼 대규모 민간인 희생을 초래해 팔레스타인인 사이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의 막무가내식 보복전이 가져올 또 다른 위험은 주변 지역으로 확전이다.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의 개입 가능성이 그것이다. 실제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외무장관은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이스라엘 정권이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계속한다면 이 지역의 현상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북부와 맞닿은 레바논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자리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설리번은 "이번 충돌이 격화하고, 북쪽에서 두 번째 전선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며 "우선 우리는 이란의 대리자인 헤즈볼라를 우려한다. 물론 이란이 어떤 형태의 직접 개입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 베이징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제공. 2023 10.16   [AP=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6일 베이징에서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 제공. 2023 10.16   [AP=연합뉴스] 

중국 왕이 "이스라엘, 자위 범위 이미 넘어서"

중국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14일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중국은 민간인을 해치는 모든 행위를 반대·규탄한다"며 "이스라엘의 행위는 자위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왕 부장은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와 유엔 사무총장의 호소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가자 인민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중단해야 한다"며 "각 당사자는 사태를 고조시키는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되고 협상 테이블로 조속히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사우디 등 아랍 국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이 민족의 권리를 회복하는 정의로운 일을 계속해서 지지하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두 국가 방안'이라는 정확한 궤도로 돌아가 전면적이고 공정하며 항구적인 해결을 보도록 이끌기를 원한다"면서 중동특사 파견 방침을 밝혔다.

왕 부장은 이날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도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형세가 오늘의 지경까지 온 근본적인 이유는 팔레스타인 인민의 건국할 권리가 오랫동안 방치되고 생존할 권리가 오랫동안 충족되지 않으며 고향에 돌아갈 권리가 오랫동안 무시당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역사적 불공정은 조속히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평화와 정의의 편에서 팔레스타인 인민이 자기 민족의 권리를 지키는 정의로운 일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0.15 [AFP=연합뉴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3.10.15 [AFP=연합뉴스]

아랍‧아프리카, 이스라엘에 지상전 철회 촉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라비아반도 및 북아프리카 등지의 아랍권 국가들로 구성된 아랍연맹(AU)은 아프리카 전체 5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는 아프리카연합(AL)과 공동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기구는 "늦기 전에 재앙을 막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시) 전례 없는 규모의 대량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의 파이살 외무장관은 왕 부장과의 통화에서 "사우디는 현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상황 전개를 깊이 우려한다"며 "민간인에 대한 일체의 공격 행위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 강제 이주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독립된 팔레스타인을 건설하지 않으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공정하고 항구적인 해결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요구하고, 민간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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