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위 시정권고 '톱10'에 조선·중앙·동아 포함
21년 시정권고, 조선닷컴이 위키트리보다 많아
조중동 자매지들이 총 시정권고의 5~8% 차지
'사생활침해·혐오·음란·포악' 표현 적발 많아
조선 '선정적 제목 지적 사례 없다'는 가짜뉴스
'큰 언론사가 황색언론에 기여' 김행 주장 사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나가서 돌아오지 않아 ‘김행랑(김행과 줄행랑을 합친 말)’이란 망신스러운 별명을 얻었지만, 청문회에서 한국 언론을 향해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부끄러운 한국언론의 현실’에 관해서다.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터넷매체 위키트리의) 혐오 장사로 주식을 79배 급등시켜 100억대 주식 재벌이 됐다. (선정적 제목의 위키트리 기사들을 언급하며) 황색언론으로 만드는데 혁혁하게 기여했다”고 추궁하자 김 후보자는 이렇게 답했다.
‘저도 부끄럽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 언론의 현실이기도 하다. (언론중재위원회) 지적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자신에 대한 비판과 추궁을 모면해 보려고 다른 언론사들까지 다 싸잡아 ‘황색언론’이라고 한 것이다. 선정적 표현, 성폭력 2차 가해, 혐오 표현은 다른 언론사들도 다 마찬가지인데 왜 위키트리만 갖고 그러냐, 특히 큰 언론사는 더 심한 것 아니냐며 화살을 ‘큰 언론사’로 돌렸다.
물귀신 전략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주장이 사실인지는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줄행랑’ 후보자의 이 주장은 ‘드라마틱한 엑시트’를 위한 가짜뉴스였을까?
지난해 12월5일 언론중재위원회가 주최한 ‘언론중재위원회 시정권고 운용의 성과 및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발표된 ‘시정권고제도의 이해와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2019에서 2021년까지 3년간 언중위 시정권고를 ‘가장 많이 받은 10개 언론사’가 나온다.
김행 후보자가 말한 ‘큰 언론사’를 전국단위로 종합일간지나 경제지를 발간하는 언론사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2019년 시정권고 10위 내에 포함된 ‘큰 언론사’로는 국민일보(인터넷 국민일보, 2위), 세계일보(인터넷 세계일보, 4위), 동아일보(동아닷컴, 7위), 중앙일보(인터넷 중앙일보, 8위) 등이다. 1위는 인사이트, 3위는 위키트리였다. 통신사인 뉴스1, 뉴시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2020년에는 국민일보(3위), 세계일보(4위), 헤럴드경제(헤럴드POP, 7위), 조선일보(조선닷컴, 8위)였다. 1위는 인사이트, 2위는 위키트리였고 뉴스1, 뉴시스는 또 10위권에 들었다.
2021년에는 조선일보(2위), 세계일보(5위), 한국경제(6위) 등이 ‘큰 언론사’로 10위권 내에 들었다. 인사이트는 역시 1위, 김행의 위키트리는 조선닷컴보다도 낮은 3위였다.
상위 10개 언론사가 전체 시정권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20%였다. 전체 시정권고 대상 매체가 2,682개(2022년)이라고 할 때 상위 10개 언론사에 시정권고가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조선·중앙·동아 미디어 그룹별로도 시정권고 건수를 분석했다. 이른바 신문시장의 ‘빅3’라고 하는 조중동 매체의 자매지까지 포함해 시정권고 건수를 집계한 것이다.
2019년 조선일보 미디어그룹(조선일보, 조선닷컴, 스포츠조선, 인터넷 여성조선, 인터넷 주간조선, 월간조선, 헬스조선 등 10개 매체)은 총 36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같은해 동아일보 미디어그룹( 동아일보, 동아닷컴, 인터넷 스포츠종아 등 8개 매체)는 30건이었다. 중앙일보 미디어그룹(중앙일보, 인터넷 중앙일보, 인터넷 일간스포츠 등 3개 매체)은 22건이었다.
2020년에는 조선일보 미디어그룹이 28건, 중앙일보 미디어그룹 13건, 동아일보 미디어그룹 12건이었다. 2021년에는 조선일보 미디어그룹 61건으로, 중앙 33건과 동아20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조중동 미디어그룹에 대한 시정권고가 전체 대상 매체(2,682개)의 시정권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8%대였다. 시정권고가 3개 미디어 그룹에 집중되었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김행 후보자의 주장 -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는 말은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큰 언론 1~3위’에 해당하는 조중동 그룹이 다른 매체에 비해 시정권고를 많이 받은 게 사실이다. 1~3위는 아니지만 큰 언론사로 볼 수 있는 전국단위 일간신문(경제지 포함)들도 매년 10위권 안에 다수 포함됐다.
김행 후보자 청문회가 열린 다음날 조선일보는 ‘저질보도가 언론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제목의 뉘앙스는 김행 후보자의 이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쪽이다. 김 후보자가 지칭한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라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김 후보자 발언을 부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팩트는 조선일보를 포함해 1~3위의 큰 언론사가 언중위 시정권고 톱10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다른 언론사에 대해 시정권고한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보도 정보 누락’ ‘무죄 추정 원칙에서 벗어난 범죄사건 보도’ 등이 대부분이다.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지적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언중위 사이트에 공개된 2021년 조선일보의 인터넷신문 조선닷컴이 받은 29건의 시정권고 내용을 보면, 사생활 침해 등(13건)이 가장 많았고, 폭력묘사 4건, 자살관련 보도 3건, 충격·혐오감 3건, 피의자 피고인 신원공개 1건, 성폭력 가해자 범행수법 등 묘사 1건, 성관련보도 1건, 기사 제목 3건 등이었다.
같은해 스포츠조선닷컴도 총 20건 시정권고를 받았는데 사생활 침해 등이 역시 11건으로 가장 많았고, 자살관련 보도 3건, 기사형광고 2건,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 1건, 충격·혐오감 1건 순이었다. 조선비즈 시정권고 총 8건 중에는 사생활침해 2건, 자살관련 2건, 피의자 피고인 신원공개 1건,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 1건, 여론조사, 1건, 기사형 광고 1건 등이었다.
즉, 조선일보와 자매지들이 받은 시정권고 중에 가장 많은 유형이 ‘사생활 침해’였다. ‘폭력묘사’ ‘자살관련 보도’ ‘충격·혐오감 보도’가 그 뒤를 이었고 ‘성폭력 가해자 범행수법 등 묘사’ ‘음란·포악·잔인 범죄묘사’도 있다.
“다른 언론사에 대한 시정권고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보도 정보 누락, 무죄 추정 원칙에서 벗어난 범죄사건 보도 등이 대부분”이라는 주장은, 적어도 조선일보의 경우에는 맞지 않는 말이다. 조선일보가 위키트리의 ‘선정성’을 비난할 바는 아닌 것이다.
김행 후보자가 결국 ‘줄행랑’에 ‘드라마틱 엑시트’를 했지만, 한국언론의 부끄러운 황색언론 현실을 만드는 데에 조선일보와 같은 ‘큰 언론사’들이 더 혁혁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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