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성차별적 보도 위키트리 수장이 여가부 장관?"

김행 "그런 보도는 1~3위 메이저 언론사도 다 그래"

조선일보 "저질보도가 언론현실?" 물으며 김행 비판

유인촌 '블랙리스트'와 이동관 '언론탄압'도 비판해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2023.10.5. 연합뉴스

조선일보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발끈했다. 조선일보는 6일 오전 3시(인터넷판)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김 후보자의 청문회 발언을 논리정연하게 비판한 기사다.

조선일보는 최근 김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된 여러 건의 기사를 게재했지만 매몰차게 비판한 적은 없었다. 대개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당사자의 해명을 함께 소개한 기사들이 많았다. <‘주식 파킹’으로 백지신탁 피했나…김행 “그 방법뿐…위법 사항 없지 않나”> <김행, 위키트리·김건희 여사 친분 논란에…“난 코인쟁이도, 월단회 회원도 아냐”> 등의 기사들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미디어오늘 유튜브 채널 갈무리
미디어오늘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데 난데없이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비판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조선일보는 왜 이런 비판 기사를 썼을까. 그 전말을 시간순으로 들여다 보자. 최초의 원인 제공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었다. 용 의원은 5일 청문회장에서 김행 후보자를 몰아붙였고, 김 후보자는 조선일보에 꼬투리 잡힐 답변을 하고 말았다.

용혜인 “(위키트리 부회장인) 김 후보자는 이런 (선정적) 기사들로 돈을 벌었다. 혐오 장사로 주가를 79배 급등시켜서 100억 원대 주식 재벌이 됐다. 악질적이고 성차별적인 2차 가해 보도를 양산했던 언론사 수장이 성평등 부처의 수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김행 “저도 부끄럽고, 이게 지금 대한민국 언론 현실이다. (…) 언론중재위원회 지적 사항이 나온 시기를 연도별로 보면 저희보다 훨씬 큰 언론사, 메이저 언론사 1~3위가 다 들어갔다.” 

용 의원은 질의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은 위키트리 기사가 2018년부터 최근까지 10건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수갑 채우는 경찰 하반신에 ○○○ 비비며 신음하는 여성> 등의 기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위키트리 운영자로서 사과는커녕 ‘다른 언론도 다 그렇지 않느냐’며 일반화시켰다. 물타기였다.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이 장면을 거의 모든 언론이 중계했다. 조선일보도 5일 정오 쯤 <성희롱 기사 양산 지적에, 김행 “부끄러운 한국 언론 현실”>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용 의원의 질의와 김 후보의 답변을 전하는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그런데 김 후보자의 발언을 다시 들어보니 불쾌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 1~3위도 마찬가지라니, 그렇다면 조선일보도 포함되지 않나. 더군다나 조선일보는 ‘1등 신문’ 아닌가. 조선일보로서는 김 후보자가 괘씸했을 것이다. 가만 있을 조선일보가 아니다. <저질 보도가 언론 현실? 김행 후보자 발언 논란>이라는 기사는 이런 배경에서 출고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정치권에서는 ‘자기가 창업하고 경영한 언론사가 성차별적이고 2차 가해성 기사를 남발한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그렇지 않은 언론까지 끌어들였다’는 비판이 나왔다”며 “‘성폭력 피해자 보호’ 위반과 관련한 시정권고 건이 일부 있지만, 위키트리처럼 선정적인 제목을 썼다는 이유로 (다른 언론사가) 지적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고 김 후보자의 발언을 반박했다”고 비판했다.

모름지기 언론은 이래야 한다. 칭찬 받을 만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나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론탄압 의혹’도 매섭게 물고 늘어지면 더 칭찬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취재원이 ‘정치권’ 아닌 ‘언론계’면 더 자연스럽지 않나.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은 한국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를 불신 매체 1위로 선정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 6월 발간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3’은 한국 언론사 가운데 조선일보를 불신 매체 1위로 선정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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