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날 발표하려다가 돌연 취소 뒤 재추진
선관위 독립성 훼손 논란 있는데 선거 앞두고…
국정원 "문제가 있으면 알려드릴려는 것" 해명
김의겸 "투표율 영향…선거중립의무 훼손 우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하루 전인 오는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선거를 하루 앞두고 선관위의 보안 실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론 브리핑을 자청한 시점 등과 관련, 야권에선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국정원 대변인실은 6일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는 10일 오전 10시 판교 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 브리핑이 있을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언론에 브리핑을 자청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헌법상 독립이 보장되는 선관위와 관련된 사안을 발표하는 자체에 대해서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는 지난 5월 북한의 해킹시도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으로부터 국정원 보안 점검 압박을 거세게 받아왔다. 이에 선관위는 국정원의 점검 대상이 아님에도 여당의 압박에 점검을 수용했고, 헌법기관의 중립성·독립성 훼손 논란이 제기됐다. 선관위 자체 보안 점검 의사도 사실상 묵살됐다.
당시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선관위에 대한 여당의 겁박이 도를 넘어섰다" "국정원은 과거 대국민 심리전을 펼치며 부정선거에 앞장선 전력이 있다"며, 선관위가 총선을 1년 정도 남기고 국정원 보안 점검을 받아들인 데 대해 비판했지만, 보안 점검은 강행됐다.
국정원이 이번에 발표하려는 내용도 지난 7월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으로 실시한 보안 점검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발표 결과는 정확히 파악돼지 않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 중요 선거를 앞두고 긴급하게 발표할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국정원의 보안 점검 발표 내용과 관련, "북한과 중국의 해킹 정황은 있었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발표 뒤, 선관위도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정원이 기자들에게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공지한 과정은 더욱 의심을 사고 있다.
당초 국정원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일인 6일 오전 10시 판교 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발표한다고 했다. 국정원은 이같은 내용의 공지를 하루 전인 5일 저녁 7시 9분쯤 기자들에게 기습적으로 전파했다. 그러다 6일 오전 7시 46분쯤 "불가피한 사정으로 연기됐다"고 긴급 재공지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발표 연기를 공지하기 전인 6일 오전 5시 1분쯤 온라인에는 국정원의 발표 내용과 관련한 기사가 노출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뻥 뚫려 있는 선관위 보안망..."北에 해킹당할 우려">라는 제목의 단독 기사를 내고 "선관위의 선거 업무 관련 내부 시스템이 북한 등 적대 세력의 해킹 공격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선관위 보안 체계 등과 관련, "외부 해킹에 뚫릴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도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전 선거 과정에서 선관위 내부망과 장비가 북한이나 중국의 해킹에 뚫렸다는 정황은 현재로선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관계자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발표 연기한 '불가피한 사정'과 관련, "장소가 협소해서"라고만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발표 당일 언론에 관련 내용이 노출된 이유에 대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선거를 앞두고 발표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우려)에 대해서는 안다"면서도 "문제점이 있으면 알려드릴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 국정원은 장소가 협소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연기했다면서, 발표 연기를 공지한 지 약 3시간 뒤인 이날 오전 10시 51분 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간에, 날짜만 10월 6일에서 10월 10일로 바꿔서 선관위 보안 점검 결과를 발표한다고 재공지했다. '불가피한 사정'이 단 3시간 만에 해소된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당초 설명한 취지와 달리 같은 장소에서 다시 발표하는 이유에 대해 "(취재에서) 빠질 인원은 빠지고 조정이 돼서 원래 장소에서 하게 됐다"고 했지만, 공지에 재공지를 하면서 혼선을 거듭한 점을 고려하면 그 해명을 쉽게 납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전투표 당일이든 선거 하루 전이든 국정원이 선거 직전 독립기관인 선관위와 관련된 내용을 발표하는 자체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에도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는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평일 열리는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로 전국단위 선거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만큼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율이 높을수록 야권에, 낮을수록 여권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에 대한 부정 여론 조성은 투표장에 나오려는 발길을 돌리게 하거나, 추후 선거 불복 등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 국정원이 선관위 관련 브리핑을 예정했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일정) 변경 사유도 명확치 않은데다가 (변경된) 일자도 본투표 전날이라면 투표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오히려 선거중립의무를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정원은 브리핑의 주요 내용과 브리핑이 취소된 사유 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최근 포털의 축구 응원을 문제삼은 것도 비슷한 맥락의 군불때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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