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발표하며 “재정 만능주의 극복” 분칠
코로나 재정 규모 GDP 대비 4.5%…선진국은 17.3%
미국은 25.4% ‘헬리콥터 머니’…“너무 돈 안써 문제”
“약자 복지 예산”이라며 보건의료 예산 19.5%나 줄여
참여연대 “선별적 몇 개 정책으로 사회안전망 불가능”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의 키워드는 ‘펑크난 세수에 따른 허리띠 조이기’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두 가지 세부 키워드를 꺼냈다. ‘재정 만능주의 극복’과 ‘약자 복지’이다. 하지만 전 정부의 재정 만능주의는 잘못된 분석이며 약자 복지도 허울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재정 방만 운용?
대통령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2024년도 예산안’ 심의와 의결을 위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 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며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했다는 분석은 틀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가계 등 지원 예산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지나치게 인색하게 썼다고 비판받았다.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한국의 코로나 추가 재정 대응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5%에 불과했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17.3%보다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GDP 대비 25.4%, 싱가포르와 호주가 각각 18.4%, 일본 16.5%, 독일 13.6%였다. 한국은 신흥시장국인 태국(11.4%), 중국(4.8%)보다 낮았다. 문재인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짠물 재정’을 운용했다는 뜻이다.
한국의 가계 직접지원 금액은 1차 재난지원금 14조 2000억 원, 5차 재난지원금 11조 원으로 합계 25조 2000억 원 수준이었다. 이는 2020년 GDP 대비 1.3% 수준이었고, 1인당 수혜액은 50만 원 수준으로 1인당 GDP 대비 1.3%였다.
미국은 가계를 살리기 위해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를 뿌렸다. 3차례에 걸친 가계 직접 지원(현금)의 총 규모는 8610억 달러로 2020년 GDP 대비 4.1% 수준이었다. 3차례의 지원액을 합하면 다수의 미국 국민이 1인당 3200달러를 받았다. 이는 2020년 미국 1인당 GDP 6만3544달러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국이 쓴 예산은 복지국가인 덴마크(3.5%), 스웨덴(4.2%), 핀란드(4.3%)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복지지출이 많고 사회안전망이 튼튼해 직접적 현금지원보다는 실업보험, 수당 등 기존 전달체계를 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반면, 사회안전망이 비교적 취약한 미국과 일본은 가계에 대한 현금 직접 지원을 선택했다.
2021년 하반기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라 곳간이 비어간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막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초과 세수가 110조 이상 있는 것이 드러났다. 모피아가 서민 지원 예산을 막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약자 복지 실현 예산?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보건복지 예산이 올해 109조1830억 원 대비 1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 총지출 증가율 2.8%의 4배가 넘는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진정한 약자복지 실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허울뿐인 약자 복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복지부는 기초생활 생계급여(4인 가구 기준)는 올해보다 21만3000원(13.16%) 인상해 183만 4000원으로 정했으며, 기준 중위소득도 6.09% 높여 더 많은 사회적 약자를 포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기준 중위소득 인상 등으로 약자 복지가 실현될 것처럼 포장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전면 폐지나 기준 중위소득의 대폭 인상도 없이 선별적인 몇 개의 정책으로 두터운 사회안전망과 사각지대 없는 복지체계 구축은 요원하다”고 비판했다. 기준 중위소득 6.09% 인상과 생계급여 선정 기준 향상에 따른 기초생활 보장 제도 예산 증가는 기준 중위소득 산출의 기본 산식을 지킨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했다.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기준 중위소득 35%까지 상향한다는 대통령 공약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예산 중 가장 증액폭이 큰 항목은 공적연금이다. 공적연금 예산은 올해 37조 1600억 원에서 내년도 44조 3279억 원으로 19.3% 증가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화로 수급자가 늘고 수급 개시 연령이 한 살 늦춰지면서 신규로 가입자가 들어온 영향”이라고 밝혔다.
보건의료 분야 예산은 올해 4조 5543억 원에서 내년도 3조 6657억 원으로 19.5%나 감소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신종감염병 위기 상황 종합관리 예산 약 1조 2527억 원 삭감 등 보건의료 예산을 전년 대비 2조 6248억 원 삭감했다”며 “재정을 투여해 감염병 확산을 막아 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감세로 쪼그라든 재정만을 쪼그라든 채로 지키겠다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신규 사업 예산 중 어이없는 부분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중환자실, 수술실 등 필수 의료 분야 간호사의 교육지원을 위한 교육 전담 간호사 255명 신설을 지원하는 사업을 내놨다. 최근 대통령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간호법을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다. 간호학과 졸업생은 충분하지만 처우가 열악해 이직률이 높아 간호 인력은 늘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힘든 수술실 등의 인력을 교육시키는 간호사 신설이 어불성설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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