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퍼주기 자제'했다며 거의 찬사보도 일색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 등 원인 진단 빠져
'재정 건전' 아닌 '재정 무책임' 예산
대한민국 사회에 날로 작아지는 것과 커지는 것이 각각 몇 개씩 있다. 서민들의 호주머니의 무게, 지금의 현실에 대한 만족도, 정부에 대한 신뢰 등이 작아지는 것들이라면 커지고 있는 것들 중 대표적인 게 실제의 현실-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으로서의 현실이든 비교적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현실이든-과 신문 지면에 실리는 현실 간의 거리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내년도(2024년) 예산안에 대한 30일 주요 매체들의 보도가 그 큰 거리를 다시 한 번 확연하게 드러냈다. 올해보다 18조 2000억 원 늘어난 656조 9000억 원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은 전임 문재인 정부 연평균 증가율인 8.7%뿐 아니라 현 윤석열 정부 1년차 예산 지출 증가율인 5.1%보다 2.3%p 낮은 규모다.
이를 주요 언론들은 <내년 예산 657조, 퍼주기는 끝났다> (조선일보) <“선거용 예산은 없다” 내년 예산 긴축살림>(중앙일보) <예산중독 탈피>(매일경제) 등으로 보도하고 있다.
긴축예산을 짜는 것은 건전재정이라는 명분과 필요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예산 편성 방향이다. 그러나 이들 보도는 초긴축예산을 '건전재정' '선심성 퍼주기 없는 결단'으로 일방적으로 칭송하면서 그 ‘긴축’의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 긴축예산에 이르게 된 원인을 외면하고 있고, 그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인 세수 감소를 외면하고 있으며, 세수 감소의 큰 원인인 '부자 감세'의 폐해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상당한 수준의 적극적 확장 예산 편성이 요청되고 있는 현재의 한국경제 상황에서 긴축 예산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없다. 그같은 냉정한 평가 없이 '절제된 예산'으로 포장하면서 선거를 앞두고도 선심 예산을 짜지 않은 정부의 '결단'으로 칭송하는 동시에 전 정부에 대해 '퍼주기 예산' 행진을 벌였던 듯 비난하는 논리를 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정부가 망친 국가재정 건전성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윤 정부의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문재인 정권 5년간의 10번의 추경 편성, 왜곡된 예산구조를 넘겨받았다”고 윤석열 정부를 위한 변론을 펴고 있다. 조선, 중앙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퍼주기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재정 만능주의 타성을 차단하기 위해 예산 증가를 최소화했다는 충정으로 높이 살 만하다"고 해 ‘충정’으로 풀이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를 '나라 살림의 수호자'인 듯 찬사를 보낸다.
윤 대통령을 '나라살림 수호자'인 듯 칭송
그러나 초긴축예산은 경기악화 탓도 있지만 대규모 감세로 올해 세수 부족이 50조 원 안팎에 따른 결과다. '부자 감세'로 인해 빚어진 '세수 결손’ 탓이 큰 것이다. 게다가 한국경제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유난히 지난해와 올해의 성적표가 부진한 상황이다. 수출의 경우 중국과 반도체에서의 급감 등 위기상황이 아세안과 자동차 등 다른 주요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수출 위기는 현 정부가 자초한 중국 러시아 등과의 갈등 고조 등 정치적 변수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 더욱 심각성이 있다. 소비, 투자, 수출, 수입이 모두 마이너스(-) 행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서 성장률을 각각 0.3%p와 0.5%p를 끌어내린 '정부 주도형 성장률 저하'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 그같은 상황에서 이번의 내년도 예산안은 대규모 지출 삭감으로 민생 경제 및 성장 동력 훼손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큰 편성이다.
매일경제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의 “나라 거덜 나기 직전”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긴축예산안이 그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나라가 거덜 나기 이전에 국민들 삶이 '거덜 나려는' 상황이다. '재정 만능주의'를 보강한 예산이라고 언론들은 응원하지만 한국경제의 현황에 비춰보면 ‘재정 무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말하고 있는 '복지 예산 강화' 기조의 경우에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혜성 항목이 대부분인 가운데 실업급여 실업부조 등 고용안전망 예산은 감소했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거의 없다. 반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 증액, 서울-양평고속도로와 ‘제 2의 4대강 사업’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예산항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정부의 긴축 예산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지적의 긴축'이라고 해야 할 상황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