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드미트리 우트킨 등 동승 10명 몰살

폭발음과 함께 급전직하…“격추 당했다”

이날 수로비킨 항공우주군 사령관도 쫓겨나

푸틴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 지적 많아

바이든 “무슨 일인지 모르나 놀랍지 않다”

23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서 전용기 잔해가 추락하는 모습. 이날 러시아 당국은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 동영상 캡처] 2023.08.24
23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마을 근처에서 전용기 잔해가 추락하는 모습. 이날 러시아 당국은 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 동영상 캡처] 2023.08.24

지난 6월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모스크바로 진격했다가 반란이 실패한 뒤 벨라루스로 피신했던 러시아 민간군사회사 바그너 그룹의 창설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 자기 소유의 제트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반란을 일으킨 지 꼭 두 달만이다.

프리고진과 최측근 우트킨도 사망

프리고진이 탄 비즈니스 제트기(브라질 항공기 제조판매회사 엠브라에르 제작)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해 가던 중 이륙한 지 30분도 되지 않은 시각에 8500미터 상공에서 폭발음과 함께 모스크바 북서부의 트베리 주 쿠젠키노에 추락해 승무원 3명을 비롯한 탑승객 10명 모두 사망했다. 이 비행기에는 프리고진 외에 바그너그룹 공동 창설자로 그의 최측근이자 우크라이나 침공 부대를 이끌었고 6월의 반란에도 가담했던 군사전문가 드미트리 우트킨도 타고 있었다고 러시아 항공당국과 미디어들이 전했다.

군사면에선 아마추어였던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 부대편성 실무를 맡았던 전직 러시아군 정보장교 출신 우트킨은 히틀러를 흠모한 네오나치 사상의 소유자로, 바그너라는 그룹의 이름도 우트킨이 히틀러가 좋아했던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에서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사관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로 프리고진을 비롯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 제공] 2023.08.24. 신화 연합뉴스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3일(현지시각) 모스크바 인근 트베리 지역에서 전용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수사관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사고로 프리고진을 비롯한 탑승자 10명이 전원 사망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 제공] 2023.08.24. 신화 연합뉴스

<그레이 존> “격추당했다”

바그너 그룹과 가까운 관계인 텔레그램의 채널 <그레이 존>은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된 흔적이 있다며 프리고진의 제트기가 “격추당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도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으나 목격자들이 사고 직전 폭발음을 들었다면서 러시아 방공미사일에 의한 격추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일부 공개된 관련 영상들은 프리고진의 제트기가 기체 결함이나 파일럿의 실수 등으로 사고가 났을 경우 보여 주었을, 고도를 점차 낮춰가는 모습이 아니라 급전직하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프리고진이 탄 제트기를 따라가던 또 한 대의 비행기는 프리고진 탑승기의 추락 뒤 인근 공항에 착륙해, 한때 프리고진이 그 비행기에 타고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고진과 우트킨은 추락한 제트기에 타고 있었음이 러시아 항공당국의 발표로 확인됐다.

<이코노미스트>도 계획적 암살에 무게

프리고진 등의 죽음이 사고사일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으나 그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예컨대 우크라이나가 지난 5월 3일부터 8월 23일까지 15차례에 걸쳐 모스크바와 인근지역을 드론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모스크바 방공 당국이 신경과민 상태에 있었던 데다 레이더가 프리고진의 제트기를 드론으로 혼동해 격추했을 수도 있으나, 드론은 제트기에 비해 너무 작고 느리며 고도도 현저히 낮다며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격추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23일 반란을 선언하고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러시아군 남부사령부를 점거한 뒤 24일 모스크바를 향해 진군하다 모스크바를 200여 킬로미터 남겨 놓은 지점에서 진격을 포기했다. 그는 당시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의 지휘체제가 문제라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겸 국방 제1차관 등을 격렬하게 비판하면서 자신의 반란 목적이 그들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한 충성은 변함없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현지시각) 아프리카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가입 자원자들을 위한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정확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램 비디오 캡처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3.08.22. AP 얀합뉴스
러시아 민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1일(현지시각) 아프리카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재했다. 동영상에서 프리고진은 대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며 가입 자원자들을 위한 전화번호를 첨부했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무장 반란을 일으킨 후 정확한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다. [텔레그램 비디오 캡처 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23.08.22. AP 얀합뉴스

또 다른 측근 세르게이 수로비킨도 쫓겨나

그 직후 그는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벨라루스로 피신했으며, 이후 벨라루스와 모스크바를 이번에 추락한 제트기로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과 우트킨이 죽은 날인 23일 프리고진과 매우 가까웠고, 지난 6월 반란 때도 그를 도왔거나 반란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 항공우주군 사령관도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자리에서 쫓겨났다. 수로비킨은 지난 1월 좌천당할 때까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방면군 사령관을 지냈다.

반란 이후 거세돼 온 바그너 그룹

이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죽거나 좌천, 강제전역당한 것은 이번 추락 사건이 지난 6월의 반란에 가담한 핵심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이 계획적으로 진행돼 왔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군에 승리를 안기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프리고진의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군이 본격적인 반격전을 펼치면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깊은 참호를 파고 방어 진지를 구축한 이후 그 군사적 가치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 프리고진이 사망 직전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의 건재를 알린 아프리카에서도 최근 니제르의 쿠데타에 이르기까지 서부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친러시아적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러시아 군부가 그들 나라와의 공식적인 관계를 강화하면서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이 배제되는 양상을 보여 왔다.

 

러시아 트베리 지역 쿠젠키노 마을 인근에서 발생한 전용기 추락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각) 사법 당국 직원이 사고 현장을 경비하고 있다. 항공 당국은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법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23.08.24. AFP 연합뉴스
러시아 트베리 지역 쿠젠키노 마을 인근에서 발생한 전용기 추락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가운데 24일(현지시각) 사법 당국 직원이 사고 현장을 경비하고 있다. 항공 당국은 러시아에서 무장반란을 시도했던 용법 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2023.08.24. AFP 연합뉴스

푸틴의 승인없이는 불가능

우크라이나의 고위 정보 소식통은 러시아에는 프리고진의 죽음을 바란 사람들이 있다며, 프리고진으로부터 자주 비판당했던 쇼이구 국방장관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프리고진이 계획적인 암살의 희생자가 됐다면, 러시아에서 푸틴 대통령의 승인 없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다.

이날 네바다 주에서 휴가 중이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나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fact)은 모르지만, 놀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빌 번스 중앙정부국(CIA) 국장도 “러시아에서 일어나는 일 중에 푸틴이 뒤에 없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군방첩대(HUR) 대장은 지난 6월 인터뷰에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반역자 암살 임무를 맡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항공수송 규칙위반 혐의”로 수사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 국회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펼치고 있다. 전날 발발한 쿠데타에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번 쿠데타를 "바그너그룹의 효율성이 입증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023.07.28. 로이터 연합뉴스
니제르 군부 쿠데타 지지자들이 27일(현지시각) 수도 니아메 국회 앞에서 러시아 국기를 펼치고 있다. 전날 발발한 쿠데타에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번 쿠데타를 "바그너그룹의 효율성이 입증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2023.07.28. 로이터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이번 바그너 그룹의 핵심멤버 제가를 바그너 그룹을 다른 충성파에게 맡기기 위해 계획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프리고진의 죽음과 함께 바그너 그룹도 그와 유사한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는 23일 프리고진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의 소유 제트기의 추락과 관련해 항공수송 규칙 위반 혐의가 있다며 수사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프리고진의 정확한 사인들이 제대로 밝혀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기체 결함이나 파일럿 실수 등에 의한 사고사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