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피해자 한국, 어찌 기꺼이 신냉전 부추기는가"

중국 외교부 "배타적 그룹"…한‧미‧일 군사동맹 경계

관영 매체 "한국, 흙탕물로…동북아에 불길한 징조"

 

한미일 3국 정상이 참가하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에서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2023 08.17 [AP=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이 참가하는 캠프 데이비드 회동을 하루 앞둔 17일 서울에서 시민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2023 08.17 [AP=연합뉴스]

18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중국은 잔뜩 긴장한 채 주시하고 있다.

이번 회동에서 세 나라는 겉으론 북한 위협을 내세워도, 중국을 실제 과녁으로 삼는 '한‧미‧일 안보협력체'의 창설을 공식화하고 대중 압박을 강화할 게 확실해지고 있어서다.

이에 중국은 두 갈래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담담하지만 명료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비공식으론 이른바 관영 매체들을 내세워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지켜보는 착잡한 속내와 우려, 불만을 비교적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외교부에서 정례 브리핑이 있었다. 여기서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에게 "중국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를 어떻게 보느냐"고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관영 매체 "신냉전 돌입 선언…동북아에 불길한 징조"

이에 왕 대변인은 "중국은 관계 당사국이 배타적 그룹을 만들어 대립을 격화시키고 다른 나라의 전략적 안보를 해치는 행동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관계 당사국이 시대의 흐름에 맞게 행동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이바지할 것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착잡한 속내는 인민일보 계열의 관영 매체인 글로벌 타임스 사설을 통해 표출했다. 특히 세 나라 중 한국을 콕 집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막판 설득에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타임스는 16일 '한국은 이 흙탕물로 들어가는 속뜻을 아는가'란 주제의 사설을 통해 캠프 데이비드 회동은 "신냉전"(new cold war) 돌입을 선언하는 행사로서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는 불길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문제는 냉전(the old Cold War)의 유산이고, 미해결된 냉전의 잔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피해자인 한국이 신냉전을 부추기는 '창설 멤버'로 행동하고 있다고 개탄하고, 이를 미국 내 '숨은 손'의 작업 결과로 풀이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체'의 성격에 대해선 이념의 색깔과 가치의 차이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배타성과 경쟁, 진영에 기초한 대결이란 분명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그룹'으로 규정했다. 특히 3자 협력 범위도 정치와 군사, 경제, 과학기술 등 많은 영역을 포괄하는 점에 주목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2023.7.16 [해군 제공] 연합뉴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1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등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오른쪽부터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율곡이이함,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존핀함,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마야함. 2023.7.16 [해군 제공] 연합뉴스

중국 외교부 "배타적 그룹"…한‧미‧일 군사동맹 경계

이에 사설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의도적으로 별도의 진영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편을 들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을, 특히 군사협력 면에서 '3자 동맹'으로 통합해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만들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봤다.

사설의 대부분은 한국에 할애됐다. 사설은 "지역에서 중대한 변수이면서 신냉전 흐름을 추동하는 한국에 특히 주의를 촉구하고자 한다"면서 '캠프 데이비드행 티켓'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했다. 사설은 한국이 현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지금처럼 흥분과 열정"이 아니라 "심연의 끝이나 살얼음 위에 있는 것처럼 두려움과 신중함으로 가득차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티켓은 극도로 다루기 힘들다는 점을 한국은 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자기들만의 다른 목적을 숨겨둔 미국, 일본과는 달리, 지역 및 국제 상황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은 "과격하고 지나치게 단순하다"면서 "그런 인식에 바탕을 둔 선택으론 대단히 복합적인 동북아의 지정학적 현실을 헤쳐나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출처 – 대전 골령골 학살, 뉴스타파 '이래도 전쟁인가, 당신이 보지 못한 민간인학살' 특별 페이지
대전 골령골 학살. 뉴스타파 '이래도 전쟁인가, 당신이 보지 못한 민간인학살' 특별 페이지

"신냉전, 한국의 사회경제적 부(富) 삼킬 구덩이"

특히 사설은 "냉전 잔재의 주요 피해자인 만큼 한국은 신냉전에 반대하는 가장 경각심이 높고 우려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됐어야만 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한국이 기꺼이 신냉전과 발맞출 수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설이 보는 한국은 최근 수년간 지정학적 압박에도 외교와 전략에서 상대적 밸런스를 확보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놀랄만한 경제, 사회적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한국의 상대적 밸런스가 "안에서는 윤 정부에 의해, 밖에선 미국과 일본에 의해 지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사설은 신냉전은 한국에는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사회적, 경제적 부(富)를 삼킬 우려가 있는 거대한 구덩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사설은 "한국이 자신은 물론 한반도와 동북아의 이익을 위해 이 결정적 시점에 이성적이고 냉철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한국이 모든 형태의 신냉전을 단호히 반대한다면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측면에서 공동 이익과 입장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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