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 "양국 진정한 화해 위해 과거 아픔 직시해야"
박재동·재일교포 등 40여 예술가들의 50작품 선보여
일본 요코하마 전시 이어 한국 전태일기념관서 전시
어렵게 전시장소 결정…"일본 우익, 한국 검열" 걱정
한국과 일본의 예술가 40여 명이 15일 광복절을 맞아 관동대학살 당시의 만행을 고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관동대지진 100년 만의 통곡 아이고전>을 두 나라에서 연이어 연다. 전시 작품은 그림과 설치 작품 등 모두 50여 점이다.
먼저 15~20일 일본 가나가와현 내 공공 전시시설인 요코하마 시민갤러리 아자미노에서 전시회를 연다. 디스플레이 등 작업이 끝나는대로 15일 오후 4시쯤 문을 열 예정이다. 가나가와현은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 학살 피해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뒤이어 한국 전시회는 9월 1∼10일 서울 청계천 전태일기념관에서 열린다.
한국에서는 박재동·이하·고경일·조아진·김운성 작가 등 24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일본에서는 오카모토 하고로모 작가 등 13명이 참여했다. 이중 김명화 작가 등 7명은 재일동포다.
두 나라 작가들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붕괴의 원인이 된 동일본 대지진 때도, 1995년 고베에서 일어난 한신 대지진 때도, 또다른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도 혐한 유언비어가 퍼지고 일본인들의 자경단이 꾸려지곤 했다”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처럼, 두 나라가 진정한 화해로 나아가는 길은 과거의 아픔을 직시하는 것”이라고 이번 두 나라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뜻 있는 일본인’들도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내놨다. 다나카 유코 전 호세이대 총장은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계로의 새로운 길이 된다”고 작가들을 격려했다. 가토 나오키 논픽션 작가는 “한일의 아티스트가 고통스러운 역사를 마주하고 미래를 함께 만들려는 시도를 지지한다”고 응원했다.
이번 두 나라 작가들이 마련한 전시회는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문제로 어려움이 많았다. 일본에서는 애초 도쿄 하라주쿠에 있는 한 사립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쪽에서 난색을 표했다. 그들은 “사립 갤러리는 일본 우익의 전시 취소 압력과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고민 끝에 ‘공공’ 전시관을 선택한 배경이다.
한국 전시회 장소도 전태일기념관으로 결정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엔 서울 여의도 국회 로비에서 전시회를 가지려 했다. 그러나 국회사무처의 ‘예상되는 사전 검열’이 걱정됐다. 국회사무처가 지난 1월 내규에 ‘전시 목적 로비 사용 허가’ 조항을 새로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국회에 전시 희망기간 두 달 전에 작품 사진을 제출해 자문위원회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조항이다.
국회 로비에서 <굿바이전 인 서울> 전시회를 개최하려다 강제로 작품들을 철거당한 트라우마가 있는 작가들은 결국 여의도 전시를 포기하고 전태일기념관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실제 국회사무처의 신규 조항도 <굿바이전 인 서울> 사태 직후 끼어넣은 것이었다.
관동대지진이란?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들이 일본 여성들을 강간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트렸다. 흉흉한 민심을 가라 앉히려는 간계였다.
유언비어에 휘둘린 일본인들은 “착한 조선인도 나쁜 조선인도 다 죽여라” 소리치며 자경단을 조직해 ‘조선인 사냥’에 나섰다. 일본군도 학살극에 가세했다.
이 학살극으로 조선인 6600여 명과 중국인 800여 명이 죽었다. 학살극을 만류하던 진보적 일본인들도 같은 꼴을 당했다. 100년 전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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