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부터 이태원,효순미순,팔레스타인까지
서울서 '1천켤레 신발 시위', 이스라엘 학살 규탄
조민씨 '이태원의 짝 잃은 신발들' SNS에 공개
조아진 화백 신발 그림은 위안부·효순미순 비극
고 이우영 작가 '검정고무신', 저작권 역사 기록
‘엄마는 늘 신발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정말 많은 걸 알 수 있다고 말했어요.’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다. 제법 유명한 대사다.
신발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걸 알려준다. 어느 전쟁터에서 전사한 이름 없는 병사의 포탄에 찢긴 군화는 스스로의 몸으로 역사를 드러낸다. 어떤 신발은 현재 진행중인 역사의 편린을 보여 준다. 오늘도 ‘지금, 여기’의 역사를 증언하는 신발들이 있다.
1000 켤레 신발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극 규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벌이고 있는 학살극의 희생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가자 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현지 시간) 9061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절반 가까운 3760명이다. 희생자들은 현장에 피 묻은 신발을 남겼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 1000 켤레의 신발을 쌓아놓고 인종 학살극을 멈추라는 취지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오는 8일까지 시민들의 낡은 신발을 기증받아 마련할 계획이다. 시위 날짜는 미정으로 신발이 모이는대로 진행한다.
조아진 화백이 희생자들의 신발을 그리는 이유
조아진 작가는 이미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를 여러 켤레의 신발로 그려내는 화가다. 이태원 참사를 그린 작품 ‘선무당의 나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삼지창을 들고 희생자들의 유품인 신발을 짓밟고 있다. 역사적 비극인 세월호 참사 그림에는 한 켤레의 흰색 운동화를 담았다. 희생자가 남긴 운동화다.
조아진 작가는 두 소녀와 ‘위안부’ 할머니의 ‘없는 신발’을 그린 적도 있다. 두 소녀는 2002년 미군 궤도장갑차에 깔려 희생된, 당시 열다섯 중학생이었던 미선이와 효순이다.
손 잡고 등을 보인 채 걸어가는 ‘위안부’ 할머니와 효순이 혹은 미선이는 맨발이다. ‘위안부’ 소녀도 맨발이다. 조아진 작가는 맨발에 대해 “신발은 이승에서의 아픈 기억일테니, 저 세상에선 그 아픔을 벗어버리고 자유롭고 행복하라는 바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해후’에 그린 외짝 운동화는 미순이의 신발이다. 미순이가 남긴 흙투성이 운동화는 굴욕적이며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이 됐다. 분노한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역사적인 촛불이다.
조민이 그린 ‘이태원의 짝 잃은 신발들’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도 신발을 그려 역사를 기록했다. 짝 잃은 신발들이다. 조민 씨가 지난 2일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그림이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으며 자신의 심경을 드러낸 그림으로 보인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에서 스러져간 젊은이들이 현장에 남겼을 신발을 떠올리며 그렸을 것이다.
함께 올린 또다른 그림에는, 흑청색의 어둑한 배경 안에 흰꽃이 피어 있다. 그 어둠의 공간에 크거나 작은, 희거나 노란 점들이 떠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넋이리라.
저작권 역사 다시 쓰라는 ‘검정 고무신’
그런가 하면 ‘검정 고무신’은 주인 없이 스스로 세상을 걷고 있는 중이다. ‘검정 고무신’은 오는 11일 경남 진주 진양호공원 후문 꿈키움동산 앞 광장에서 열리는 ‘진양호공원 가을축제’의 연극 무대에 선다. 극단 에저또가 불러낸 연극 ‘검정 고무신’이다.
‘검정 고무신’은 지난달 27~28일 전남도와 순천시가 순천 시민로에서 개최한 ‘2023 전남 웹툰 페스티발’ 행사장에도 갔다. 자신을 탄생시킨 고 이우영 작가의 특별전에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검정 고무신’을 낳은 고인은 지난 3월 11일 신발을 벗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출판사와의 ‘검정 고무신’ 관련 불공정 계약 및 미분배 수익에 대한 억울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 고무신’은 국내 저작권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