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요코하마 '아이고 전' 개막

한일 예술가들, 관동대지진 희생자 추념 전시

잊혀진 100년의 역사, 다시 피어날 수 있을까

관동 대지진 희생자 영령 기리는 퍼포먼스도

올해 관동대지진 100년을 맞아 한국과 일본의 예술가들이 일본 요코하마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아이고展(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한 이호 사진 작가가 일본 현지에서 전시회 소식을 전한다.

아이고展(전) 일본전시회에 참여한 한일 예술작가들이 일본 요코하마 시민 갤러리에 모여 관동대학살 100주년 추모를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아이고展(전) 일본전시회에 참여한 한일 예술작가들이 일본 요코하마 시민 갤러리에 모여 관동대학살 100주년 추모를 위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1923년 9월 1일, 진도 7.9의 강진이 일본의 중심지 도쿄와 관동 일대를 뒤흔들었다. 이로 인해,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관동지방에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진과 동반한 화재로 그 일대가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일본인들은 '조선인 노동자가 우물에 독을 탔다' '조선인 노동자가 집에 불을 질렀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무고한 조선인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심지어 억양이 다른 오키나와인들까지 무참히 학살했다. 전해지는 기록에 의하면 임산부의 배를 갈라 튀어나온 탯줄이 붙어있는 유아의 시체도 수없이 많은 시체 속에서 목격됐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관동대학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사죄도 없다.

 

아이고展(전) 작품을 전시중인 이구영 작가.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아이고展(전) 작품을 전시중인 이구영 작가.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관동대학살이 자행된지 꼭 100년이 되는 올해 2023년, 한국과 일본의 작가들이 잊혀지지 않은 만행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념하기 위해 일본 요코하마에 모여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회 이름은 '관동대지진, 100년만의 통곡 아이고展(전)'. 아이고는 '슬픔'을 뜻하는 우리말의 탄식어다.

지난 16일 막을 올린 '아이고전'은 오는 20일까지 일본 요코하마 시민갤러리 아자미노에서 진행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모인 37명의 작가들은 48개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를 통해 조선인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희생자를 추모한다.

일본의 역사적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전시회 첫날부터 현지의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NHK와 아사히신문과 같은 언론매체들의 관심도 뜨겁다. 특히 일본의 유력 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전시회가 열리기 전부터 '관동대지진 100년'이란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일본 현지에서 열리는 아이고전의 일정과 기획 의미를 상세히 전하고 있다. 작가 카토 나오키는 아사히 신문을 통해 "한일 아티스트가 괴로운 역사를 마주하며 미래를 함께 만들려는 시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에서 보도된 '아이고展(전)'에 대한 신문을 들고 있는 고경일 교수와 아트만두 작가.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일본 현지에서 보도된 '아이고展(전)'에 대한 신문을 들고 있는 고경일 교수와 아트만두 작가.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전시회 첫째 날인 16일에는,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특별한 퍼포먼스가 있었다. 제일동포 2세 김영숙 작가는 사진과 영상 그리고 현장의 시민 참여로 관동대지진의 슬픔을 표현했다. 참여자들이 관동대지진 희생자의 죽음을 의미하는 빨간 구슬을 과거 관동지방의 사진 위에 흩뿌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함으로써, 버려진 희생자의 영령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재일동포 3세 김영숙 작가의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위한 추모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재일동포 3세 김영숙 작가의 관동대지진 희생자를 위한 추모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이어 하전남 작가의 추모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소복을 입고 관동대지진의 잔해 속에 파묻힌 희생자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는 죽음 속에서 김성태 작가의 수묵화가 더해지며 절정에 이르렀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추모하던 하전남 작가의 흰 소복 위로 생명을 상징하는 매화를 그려 넣음으로써, 잊혀졌던 역사가 100년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마지막으로, 김성태 작가의 화려한 붓 그림 퍼포먼스로 추모의 대미를 장식했다. "역사는 감춰주는 것이 아니라 피어나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퍼포먼스를 마무리했다.

 

재일동포 3세 하전남 작가와 김성태 작가의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재일동포 3세 하전남 작가와 김성태 작가의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재일동포 3세 하전남 작가와 김성태 작가의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재일동포 3세 하전남 작가와 김성태 작가의 퍼포먼스. 2023.8.16. 이호 사진 작가
관동대학살 추모 퍼포먼스를 펼치는 김성태 작가. 2023.8.17. 이호 사진 작가
관동대학살 추모 퍼포먼스를 펼치는 김성태 작가. 2023.8.17. 이호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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