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신분 대통령 부인이 행정부처에 요구

박찬대 “의무 없는 일에 외교력 남용은 문제”

외교부 “트위터 계정 도용 방지 목적 요구”

김근식 “대통령실에서 보좌 중…김건희 때리기”

현근택 “제2부속실로 지원 조직 공식화 필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2023.8.14. 김건희 씨 트위터 계정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2023.8.14. 김건희 씨 트위터 계정 갈무리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2023.8.14. 질 바이든 트위터 계정 갈무리
질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인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표시되어 있다. 2023.8.14. 질 바이든 트위터 계정 갈무리
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없다. 2023.8.14. 브리지트 마크롱 트위터 계정 갈무리
브리지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트위터 계정. 이름 옆에 회색 마크가 없다. 2023.8.14. 브리지트 마크롱 트위터 계정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외교부 채널을 동원해 트위터(현 X)에서 회색 마크를 달고 계정을 개설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은 현재 공식 직제가 아니며 공식적으로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행정력이 민간인의 사적 필요에 의해 사용되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향후 정치 쟁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지난 5월 트위터 계정을 만들면서 ‘계정 도용의 위험이 있으니 회색 공식 인증 마크가 필요하다’면서 외교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트위터는 기존에 파란색 인증 마크만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이후 개인에게는 파란색, 기업 또는 광고주에게 금색, 정부 기관 관련자들에게는 회색 마크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최초 거부했던 트위터, 외교부 요청에 허용

회색(실버) 마크는 정부 기관 관련자들에게 부여하며 구체적으로 정부 기관과 그 기관장, 유엔과 국제기구와 그 관계자들, 행정부처의 공식 대변인이나 국회의원 등에게 부여된다. 문제는 김건희 씨가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부까지 나서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트위터는 김건희 씨에게 회색 마크를 부여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외교부가 수차례 요청해 결국 이 마크를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민간인에 불과한 김건희 여사의 사적이익을 위해 외교부에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도, 의무 없는 일에 국가의 외교력을 남용한 것도 심각한 문제”라면서 “제2부속실을 없애고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더니,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외교부에 직접 지시를 하고 독촉을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도용 방지 차원에서 문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트위터 측은 김 여사가 민간인 신분이기에 회색 마크를 달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외교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의 계정을 언급하며 김 여사에게도 회색 마크를 부여할 것을 트위터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것이다. 결국 김 씨에게 회색 마크가 부여됐는데 어떤 기준이 적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잼버리 개영식장에 손을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2023.8.2 연합뉴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잼버리 개영식장에 손을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2023.8.2 연합뉴스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보도에) 사실과 다른 면이 많다”면서 “대변인실에서 해당 업무를 한 것은 맞지만 아예 안 되는 일을 트위터에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여사의 트위터 계정이 도용될 가능성이 있어 방지 차원에서 회색(실버) 마크를 붙일 수 있는지 트위터 코리아에 문의한 적은 있지만 본사에는 연락한 적이 없다”면서 “예전에 박진 장관의 페이스북도 도용된 적이 있어서 트위터 코리아 측에서 ‘도용 가능성이 있으니 관련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해서 회색(실버) 마크를 붙인 사안”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또 “트위터 코리아 측에서도 해당 기자에게 ‘도용 가능성 때문에 회색(실버) 마크를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부, 트위터에 김건희 씨 관련 요청 사실은 인정

외교부가 이러한 해명에도 민간인 신분인 김건희 씨의 트위터 계정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부가 동원됐다는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외교부가 왜 대통령도 아닌 대통령 부인의 트위터 계정 개설에 나서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대통령실은 최소한의 공사 구분도 하지 못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니 누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헷갈릴 정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민찬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사회적 약자를 보듬기 위해 낮은 곳으로 향하는 김 여사의 활동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다면 그 자체로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외교활동”이라면서 “대통령 부인의 대외활동에 정부 부처가 나서는 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민주당의 정치공세에는 어떤 근거도 논리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대통령 부인이 민간인에 불과하다는, 공사 구분조차 못 하는 민주당의 인식 수준이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논란의 핵심은 김건희 씨의 공적 지위에 대한 해석으로 귀결된다. 김건희 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되더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 취임이후 영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은 폐지돼 운용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빌뉴스 리투아니아 대공 궁전에서 기시다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 유코(오른쪽)에게 '비닐봉지여 안녕(Bye Bye Plastic Bags)'이라고 쓰인 에코백을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씨가 빌뉴스 도심에서 명품 쇼핑을 한 날이다. 2023.7.12. 대통령실 연합뉴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12일 빌뉴스 리투아니아 대공 궁전에서 기시다 유키오 일본 총리의 부인 유코(오른쪽)에게 '비닐봉지여 안녕(Bye Bye Plastic Bags)'이라고 쓰인 에코백을 선물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씨가 빌뉴스 도심에서 명품 쇼핑을 한 날이다. 2023.7.12. 대통령실 연합뉴스 

김건희 씨가 트위터 회색 마크 부여를 위해 논거로 제시한 미국 질 바이든 여사의 경우 법률에 따라 보통 10명 내외의 직원이 공식적으로 영부인 보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영부인이 법률에 따라 공식 직제이기 때문에 미국 질 바이든 여사의 경우 문제없이 회색 마크가 부여됐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배우자 브리지트 마크롱은 김건희 씨와 마찬가지로 민간인 신분이어서 회색 마크 없이 트위터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속실은 없지만, 대통령실 안에 영부인 담당하는 직원들이 다 있다”면서 “실제 해외 순방 행사 갈 때라든지 국내에 대통령 부인이 일정을 챙기고 메시지 챙길 때 그분들이 다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배우자라는 걸 타이틀로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타이틀이 없어서 트위터에 회색 표시를 요구한 것을 월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기승전 김건희 때리기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다른 사람이나 트위터에서 다른 것들의 해악 같은 것을 미리 막기 위해 회색 표시를 받는 건 오히려 우리가 지켜줘야 되고 환영해야 될 일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김건희 씨 관련 인력 공개되지 않아

김 전 실장의 주장대로 김건희 씨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보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는 공식화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실 내에서 누가 담당하고 관련 예산은 얼마나 되는지는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 전 실장은 “그걸 일일이 다 알 수는 없다”면서 “그걸 가지고 시비를 걸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그 조직이라든지 아니면 인원이라든지 아니면 예산이라든지 책임이라든지 이걸 분명히 해야 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외적으로는 이런 마크를 받기 위해 외교부를 통해서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민간인 신분인 김건희 씨가 행정부처에 직접 무엇인가를 요청한다면 비단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월권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대통령 부인을 공식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공식 설치하고 제2부속실에 배속된 대통령실 공무원을 공식화하고 예산도 공식적으로 집행해야 관련 논란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길이다. 현 부원장은 “제2부속실을 만들고 지원하는 조직을 공식적으로 만들면 되는 간단한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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