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비·방어·도미·전갱이 수입 정체

마쓰노 관방장관 “강한 우려” 표명

중국 세관 수입 허가를 내주지 않아

이웃나라들 불안은 불신·관련 정보 차단 탓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0일 도쿄 경제산업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긍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절차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3.07.21. EPA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는 일본 시민들이 20일 도쿄 경제산업성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방류 시점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난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의 안정성을 긍정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며 절차상 기시다 총리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2023.07.21. EPA 연합뉴스

일본 수산물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에서 일본산 해산물에 대한 중국 세관의 방사선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일본산 생선을 재료로 한 요리를 팔던 중국의 음식점들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일본산 수산물의 중국 수출이 실질적으로 중단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1일 전했다.

이에 따라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대응방식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홋카이도·아오모리산 가리비, 규슈산 방어 유통 정체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많이 소비된 홋카이도와 아오모리산 대형 가리비와 기름진 규슈산 방어의 중국 내 유통이 정체되고 있다. 이들 일본산 대형 가리비를 수출해 온 도쿄의 도요이즈미 수산물상사는 아오모리산 가리비를 구입해 온 중국 업자와의 거래를 포기했다. 도요이즈미 쪽은 이달 초에 중국 업자로부터 냉동 가리비 24톤 구입 주문을 받고 견적까지 냈으나 업자로부터 회신이 없었다. 알아보니 중국 업자로부터 “세관의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 동안 여러 번 거래를 해왔으나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중국 수입업자는 지금까지 중국 세관 당국에 미리 수입허가 신청을 하고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해 왔으나, 이제 “아오모리산 신청이 통하지 않는다. 아마 처리수(후쿠시마 핵오염수) 영향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도요이즈미 쪽은 밝혔다.

 

지난 12일 홍콩 가게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 18일 홍콩의 한 고위관리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할 경우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지난 12일 홍콩 가게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 코너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고객. 18일 홍콩의 한 고위관리는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강행할 경우 홍콩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23.07.12. AP 연합뉴스 

이 달 초부터 검사 강화하면서 뚜렷해져

이런 변화는 이 달 8~9일부터 중국 세관이 일본산 수산물의 방사성 물질 검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뚜렷해졌는데, 일본은 이를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대한 중국정부의 ‘대항조치’로 보고 있다. 중국 세관은 일본산 수입 수산물을 모두 검사하는 전수검사를 벌이고 있고, 이에 따라 통관에 냉장물은 약 2주일, 냉동물은 1개월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횟감용 냉장 생선은 선도를 유지할 수 없게 됐고, 냉동물은 장기 보관 때문에 보관료 많이 들어 수지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가리비의 수출은 약 910억 5천만 엔으로 전년도 대비 42.4%가 늘었다. 주요 산지는 홋카이도로, 일본 전국 수출액의 3분의 2를 홋카이도산이 차지했다. 이 가운데 주요 수출 대상국은 중국으로, 지난해 일본산 가리비 수출의 50%가 넘는 약 467억 2천만 엔어치가 중국에 팔렸다. 도요이즈미 쪽은 “중국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오모리산뿐만 아니라 홋카이도산도 (수출이) 중단될지도 모르겠다. 홋카이도산 가리비는 수출의 주력품인데, 앞으로의 영향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홍콩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가게에서 스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고객. 2023.07.12. AP 연합뉴스
지난 12일 홍콩의 일본산 수산식품 수입가게에서 스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는 고객. 2023.07.12. AP 연합뉴스

최대 수입국 중국, “일본산은 무서워 먹고 싶지 않다”

이에따라 중국에서도 일본산 수산물을 취급하는 음식점들이 대응책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상하이 시내에서 일본 요리점을 운영하는 중국인 남성은 이달 12일께 거래처 업자로부터 “일본 생선을 살 수 없어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이 음식점은 일본산 식재를 사용한 메뉴를 바꿀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회로 쓰는 참치는 일본에서 양식한 것을 썼으나 지금은 지중해산으로 바꿨다. 중국에서도 잡히는 옥돔이나 눈볼대(농어의 일종)는 품질관리가 철저한 업자로부터 중국산을 구입해 쓰는 쪽으로 바꿨다.

일본산 해산물 구입이 중단되기 전부터 일부 손님들이 “일본산은 무서워 먹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지나 않을지 이 중국 음식점 주인은 걱정했다. 그는 규슈산 방어를 중국산으로 바꿨으나 기름기가 없어 품질이 떨어지고, 참치는 일본산 냉동참치로 바꿨는데 중국 세관이 검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인 여성이 운영하는 또다른 일본 음식점에서는 15일부터 일본산 생선 구입이 중단됐다. 이 여성은 “지금까지는 일본 생선이 빠르면 이틀만에 도착했다. 신선함 때문에 팔렸는데”라며, 애히메 현 도미와 줄무늬 전갱이 회가 인기가 있었으나 이젠 내 놓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히로시마산 굴은 프랑스산으로 바꿨다. “그러잖아도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아 손님이 줄고 있는데, (세관 검사 강화가)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난해 중국으로의 일본산 농림수산물 수출액은 2782억 엔으로,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었다. 이 가운데 일본산 수산물 수입액은 871억 엔으로, 역시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었다.

중국 세관의 일본산 해산물 방사성 물질 검사 강화가 일본 수산업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세관의 검사 강화를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 방침에 대한 중국정부의 실질적인 대항조치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1일 오전 전남 장흥군 회진면 행정복지센터 인근 해상에서 전국어민회총연맹장흥지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2023.7.21. 연합뉴스
21일 오전 전남 장흥군 회진면 행정복지센터 인근 해상에서 전국어민회총연맹장흥지회 관계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2023.7.21. 연합뉴스

먹히지 않는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주장

마쓰노 관방장관을 비롯한 일본정부 관계자들은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이나 중국 쪽에 일본정부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보고서를 들이밀며 일본산 해산물에 대한 수입규제 철폐 요구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세키야 나오야 도쿄대 교수(사회심리학·재난방지)는 20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핵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검증 잣대를 들이대도 소비자의 불안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불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키야 교수는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과거에 현지 어민들의 동의도 없이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등 불신을 키워 온 점, 그리고 IAEA 등 국제적 전문기구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만 관련 정보를 알려 주고 정작 현지 어민들과 이웃나라들, 국제사회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세키야 교수는 2017년과 2022년에 두 차례 일본과 중국, 한국, 대만, 싱가포르, 구미 제국 등의 10개국과 지방에서 3천 명을 대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의식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즉 2022년에도 방사성 물질의 영향으로 자국산 해산물의 안전성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한국에서 약 60%, 중국에서는 50%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또 후쿠시마산 해산물에 대해 한국에서는 약 80%가, 중국에서는 약 60%가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2022년 조사에서는 또 후쿠시마 현에서 암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을 한 사람이 한국에서는 (응답자의) 60% 이상, 중국에서는 50% 이상이었다고 했다.

지난 20일 도쿄 시내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2023.07.20. EPA 연합뉴스
지난 20일 도쿄 시내에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 2023.07.20. EPA 연합뉴스

‘정치문제화’ 때문이 아니라 불안 때문

이런 현상을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들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정치문제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일본쪽 시각에 대해 세키야 교수는 “실제로 중국과 한국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처리수(오염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일본정부가 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그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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