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공분에도 모두 무산됐던 김학의 사건

사건 덮기 위한 ‘불법출금’ 재판, 1심서 전원 무죄

1, 2차 수사의 잘못 덮어버린 3차 수사

‘특수직무유기’ 혐의 공소시효 아직 남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2일,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이 2013년 김학의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어서 13일엔 국민권익위원회에도 신고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도 허망하게 끝나버린 ‘김학의 사건’의 불씨를 다시 한번 당긴 것이다. 앞서 김학의는 검찰의 잘못으로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고, 1, 2차 수사에서 김학의를 무혐의 처분을 했던 검사들도 재수사에서도 최소한의 불이익도 받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 물타기, ‘김학의 불법출금’

지난 2021년 4월, 차 전 본부장은 검찰에 의해 이규원 검사,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과 함께 이 ‘김학의 사건’을 거꾸로 뒤집은 소위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혐의로 기소됐다. 아울러 검찰은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도 ‘김학의 불법출국금지 수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그리고 2년 가까이 진행된 재판 끝에, 담당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15일 판결에서는 이 모두에 대해 사실상 전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좌측부터 이광철 전 선임행정관, 차규근 전 출입국본부장, 이규원 검사. (연합뉴스)

예상할 수 있다시피, 검찰은 이 ‘출국금지’ 관련 4인 모두에 대해 항소해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중이다. 그런데 이 1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작 이 모든 일의 본류였던 김학의 사건은 김학의에게 최종 면죄부를 주고 완전 종결이 되어버렸다.

검찰의 ‘불법출금’ 수사는 3차에 걸친 재수사 끝에 어렵게 기소된 김학의의 재판이 진행되던 와중에 그것을 뒤집는 취지로 시작된 수사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김학의 재판 공소유지 담당이던 이정섭 검사에게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까지 맡겼고, 그 결과 김학의 최종 무죄 확정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학의 관련의 양쪽 사건을 동시에 맡은 이정섭 검사는, 자신이 이미 조국 재판에서 재판부의 강한 제지를 받았던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을 김학의 재판에서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스스로 김학의의 유죄 핵심 증언을 날려버렸다. 이 행위가 대법원으로 하여금 증언의 신빙성을 부인하고 파기환송 하게 된 유일한 요인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지난 2월의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윤석열과 이정섭은 무슨 짓을 했나” 기사 참고)

이렇게 검찰 측의 의도와 과실의 결과로 김학의가 최종 무죄 확정이 되고 나서야 ‘김학의 출국금지’ 수사의 기막힌 억지가 법적으로 확인되었다는 면에서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불법출금’의 누명을 쓴 이들이 본인 혐의를 벗기 위해 애쓰는 동안, 검찰은 고위 전관 김학의를 풀어주는 데에 성공한 결과가 된 것이다.

아래 표는 2013년 3월에 김학의가 박근혜정부의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후로부터 지난 10년간의 김학의 사건을 일자별로 정리한 것이다.

2013~2023, 김학의 사건 관련 전체 일지
2013~2023, 김학의 사건 관련 전체 일지

위 표에서 색깔을 다르게 표시한 항목들은 김학의 사건과 정반대 방향이었던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으로서, 보다시피 이 ‘불법출금’ 사건은 김학의가 2심에서 유죄로 법정구속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시작되었다. 이 ‘불법출금’ 사건을 처음 이슈로 만든 것은 국민의힘 의원 주호영이었고, 김학의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던 이정섭 검사에게 직접 재배당까지 하며 수사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윤석열 검찰총장이었다.

또한 김학의가 2심에서 받았던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히게 된 유일한 원인은 이정섭 검사가 핵심 증인이었던 최 모씨를 증인 출석 전에 미리 만나 면담을 함으로써 증언의 신빙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재판을 맡은 검사가 피고인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황당한 결과가 된 것이다.

 

김학의 1, 2차 수사는 물론 3차 수사도 부실

그런데 이 김학의 사건이 이토록 온갖 기이한 경로를 거쳐 결국 최종 무죄로 확정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된 데에는, 당연하게도 근본적으로 2013년 1차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의 무혐의 처분이 첫 시발점이었다.

검찰은 2013년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딴지를 걸었다. 경찰은 2013년 6월에 세 차례나 출석 요구에 불응한 김학의 본인을 조사하기 위해 검찰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바로 다음날 영장을 반려해버렸다. 구속영장도 아니고 소환조사를 위한 일시적 체포부터 차단한 것이다.

또한 경찰이 김학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후에도, 당시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은 제3자들에 대해서만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고 정작 김학의에 대해서는 소환 한 번 한 것 외엔 일체의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다. 이 한 번의 비공개 소환 조사 9일 후 수사팀은 김학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성접대 피해자 측의 직접 고소로 시작된 2014년의 2차 수사에서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고소인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아 또다시 김학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동영상 속의 인물을 김학의로 특정하고도 발표에선 ‘불상의 남성’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한편, 2019년 김학의에 대한 3차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이 단순 수사팀이 아닌 ‘특별수사단’까지 꾸렸던 것은, 단지 김학의 한 사람을 수사해 기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전의 1, 2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된 배경도 수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특별수사단 단장 여환섭은 수사 결과 발표에서 공소시효가 지나 이전의 수사팀에 대한 직무유기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특수단은 검찰 지휘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과거사위가 수사를 권고했던 박근혜 민정수석실 (곽상도 민정수석, 이중희 민정비서관) 의 경찰 인사 개입 및 수사 방해 등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증거불충분이라며 무혐의 처분으로 면죄부를 줬다.

한 마디로 검찰은 3차 수사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김학의와 윤중천의 일부 혐의만 기소를 했을 뿐, 이전의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한 의혹들은 모두 덮어버린 것이다.

 

2021년 대법원 파기환송 후 석방되는 김학의. (연합뉴스)

3차 수사에서 간과한 ‘특수직무유기’ 건져올린 차규근

2019년 3차 수사를 했던 특별수사단이 1차 수사팀을 수사하지 않은 명분은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었다.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2019년 시점에 5년이 지난 것은 맞았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밝히지 않았던 것, ‘특수직무유기’라는 별도의 혐의가 있다. 이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제15조에서 규정된 것으로, 범죄 수사 공무원(당연히 검사도 포함)이 해당 특가법에서 규정된 범죄에 대해 직무를 유기한 경우를 따로 정하고 있다.

김학의 사건이 이 특가법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가법 제2조에서 ‘수뢰액 3천만원 이상’, 또 제3조에서는 ‘알선수재 혐의’를 규정한다. 김학의 사건은 이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각각 김학의, 윤중천에 적용). 따라서 특수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 여지가 매우 큰 것이다.

이 특수직무유기 혐의는 공소시효가 5년이 아닌 10년으로 더 길 뿐만 아니라, 형량도 더 많다. 일반 직무유기의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인데 반해, 특수직무유기의 형량은 ‘1년 이상 유기 징역’으로서 훨씬 엄중하다.

그런데 정작 2019년 6월의 3차 수사 결과 특수단이 김학의를 기소한 혐의가 ‘특가법상 뇌물수수’였고, 동시에 윤중천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알선수재였다. 따라서 특수단은 1차 수사팀에 대해서도 특가법을 적용해 특수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일반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 5년을 내세우며 1차 수사팀에 대한 수사를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김학의 1차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린 시점이 2013년 11월 11일기 때문에, 1차 수사팀 검사들의 특수직무유기 혐의 공소시효는 2019년에도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4개월 가량 남아있다. 즉 2019년 3차 수사에서 당시에도 유력하게 적용 가능성이 있는 혐의가 있었음에도 모르쇠 하고 일반 직무유기 혐의의 공소시효 5년 핑계를 댄 셈이다.

차규근 전 출입국본부장이 1차 수사팀 검사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혐의가 바로 이 특수직무유기 혐의다. 2019년 특수단이 모르쇠 한 1차 수사팀의 직무유기 혐의 가능성을 되살린 것이다.

남은 단 한 가지 관건은 2013년 1차 수사팀 수사에서 특가법상 혐의, 즉 3천만 원 이상의 뇌물과 알선수재의 단서를 알았느냐 몰랐느냐다. 2019년 3차 수사를 한 특수단이 이런 혐의로 기소했으므로 사실 자체는 존재하는 것인데 2013년 수사팀이 그런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알았느냐의 여부만 남는다. 이런 특가법 혐의들이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김학의와 윤중천을 무혐의 처분했다면, 당시 수사팀 검사들에 대해 특수직무유기 혐의가 적용 가능해진다.

차 전 본부장은 본인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기록 등을 검토한 후, 2013년 검찰 수사팀이 김학의와 윤중천의 특가법 혐의를 인지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들 1차 수사팀을 공수처에 고발한 이상, 이제 공은 고발장을 접수한 공수처에 넘어갔다. 2013년 당시 경찰, 검찰의 수사 기록들을 검토해 특가법 적용 가능성을 알고 있었는지를 공식 확인하면 된다.

 

2013년 김학의 1차 수사 관련자들 (MBC PD수첩)
2013년 김학의 1차 수사 관련자들 (MBC PD수첩)

한편, 2013년 김학의 무혐의 당시 주임 검사였던 김수민 검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의 형사3부 부장이 되어 있고, 함께 수사한 김정헌 검사는 서울고검 검사로 근무중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윤재필 부장검사와 박정식 차장검사는 2019년에 나란히 검찰을 떠나 변호사 개업을 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 지휘의 최정점이었던 조영곤 지검장은 이 2013년 김학의 수사 무혐의 직후 검찰을 떠나 대형 법무법인 화우의 대표 변호사로 변신했다.

공수처의 책임과 역할을 기대한다

공수처가 수사 의지가 있다면 이 특수직무유기 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다. 대규모 수사를 새로 벌이는 것이 아니라, 2013년 검찰의 1차 무혐의까지의 경찰, 검찰 수사기록들과 2019년 3차 수사 당시의 수사기록들을 비교 검토하여 2013년 수사팀이 특가법 적용 가능성을 인지할 수 있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윤중천은 ‘불법출금’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1차 수사 당시 자신이 경찰에선 모른다고 했지만 검찰에서는 사실대로 다 이야기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도 검찰이 다 무마하고 덮었다는 것이다. 사실일 경우 그 자체만으로도 특가법 대상 인지 사실이 증명될 수 있다.

차 전 본부장은 7월 17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같은 고발 취지에 대해 조목조목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7월 17일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차규근 전 본부장 (KBS라디오)
7월 17일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차규근 전 본부장 (KBS라디오)

이 '2013년 김학의 수사 무마' 사건은 현 정권과 직결된 사건도 아니고, 윤석열 현 대통령과 직결된 사건도 아니다. 또 언론들의 공격을 받을만한 사건도 아니며 반대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여지도 많다. 여러 모로 공수처 수사에 큰 부담이 없는 사건인 것이다.

한편,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 사실이 있다. 특가법 제15조 특수직무유기죄에서 규정하는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죄’에는 특수직무유기죄 자체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 말은, 수사기관이 특수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수사하지 않으면 그 수사기관이 특수직무유기죄를 범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공수처가 역시 특가법 적용 대상인 특수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을 경우 공수처 수사팀 역시도 특수직무유기죄를 범하는 결과가 된다.

또한 공수처법 제29조에서는 ‘재정신청 특례’를 규정하고 있는데, 공수처가 불기소 할 경우 고발인은 서울고법에 불기소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즉 공수처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할 경우 법원이 기소를 강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소해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는 일이야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스스로 기소를 포기한 후 법원이 기소를 명할 경우 공수처는 그 존재 의의마저 상실하게 될 것이다. 이번만은 공수처의 선전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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