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정 검사에 이례적으로 사건 직접 배당

배당 받은 이정섭 검사는 김학의 재판 중이던 검사

김학의 최종 무죄의 원인은 ‘검사의 증인 사전 면담’

조국 재판서 제지 받고도 김학의 재판서 사전 면담

김학의 무죄 직접 원인 이정섭, 도리어 인사 영전해

별장 성폭행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2일 밤 늦게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긴급한 출국금지 조치로 제지당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뉴스 화면 캡처
별장 성폭행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 22일 밤 늦게 인천공항에서 태국으로 출국하려다 긴급한 출국금지 조치로 제지당한 뒤 선글라스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JTBC뉴스 화면 캡처

지난 2월 15일, 소위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두 건의 재판의 선고가 내려졌다. 결론부터 말해 두 재판의 결과는 모두 사실상 ‘전면무죄’였다.

먼저, 이 재판에서 가장 큰 관건이었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 재판부는 차규근 당시 출입국본부장, 이광철 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이규원 검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또 별도로 ‘불법 출금 수사방해’ 혐의로 기소되어 같은 날 판결이 내려진 이성윤 전 고검장 역시도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다만 이규원 검사에 대해 제기된 혐의들 중 ‘자격모용공문서작성’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선고유예’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 선고유예의 판결 취지가 중요하다. 재판부의 판시에 따르면,

"긴급 출국금지 조치는 상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위법했고 결과적으로는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릇된 선택이었지만,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는 일반인과는 다르게 평가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방법상 부적절했지만 필요한 일이었다'라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가 '불법'이 아닌 '위법'이라고 표현하고 또 "그릇된 선택"이라고 말한 부분에서 선고유예를 내린 이유가 드러난다. 요컨대, 절차적 정당성을 다 갖추지 못해 일부 법규 위반이 있기는 했지만 처벌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규원 검사 일부 유죄에도 선고유예 처분한 이유 (YTN 뉴스)
 이규원 검사 일부 유죄에도 선고유예 처분한 이유 (YTN 뉴스)

여기서 재판부가 ‘위법’을 거론한 부분은, 형사재판에서 ‘위법 증거’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해온 전례들과도 묘하게 역설적으로 비쳐진다. 변호인이 ‘위법 수집 증거’를 호소하면 검사는 으레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둘러대고 그것이 종종 법원에서 받아들여져온 것인데, 이런 검사들의 논리가 역으로 적용된 셈도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혹시라도 이런 선고유예의 취지를 비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검사가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인정해 유죄 선고를 내렸던 무수히 많은 판결들부터 비판하는 것이 옳다. 당장 조국 전 장관 부부의 재판부터 말이다.

김학의 3차 수사의 과정

이제 좀더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 ‘불법출금 의혹’ 사건의 실체를 알아보려면 일단 김학의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된 경로를 간략하게나마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별장 성접대’ 및 여러 뇌물 등의 혐의를 받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은 2013년, 2014년 연거푸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으로 풀려났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발족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하 ‘조사단’)이 2019년 김학의 사건을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시점 이전 김학의 관련 상황의 정리는 지난해 9월 방송된 MBC PD수첩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 편을 참고하시라.)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출국 시도 실패 (MBC 뉴스)
 2019년 3월 22일 김학의 출국 시도 실패 (MBC 뉴스)

이 조사단은 수사권이 없는 단순 조사 기능만을 가진 것이었는데, 김학의가 조사에 불응하는 등 수사로 전환하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2019년 3월 22일 밤 늦게 김학의가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려 시도했던 것이다.

이 출국 시도 직후에야 김학의 3차 재수사가 본격화됐다. 3월 27일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의 협의로 검찰에 ‘김학의 특별수사단’(이하 ‘수사단’, 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구성되었고, 이 수사단의 수사 중 윤중천의 채권자가 윤중천 차량에서 김학의 고화질 동영상 CD를 발견해 제출하는 등 이전 수사에 비해 성과도 있었다. 이어 5월 16일에 김학의가 구속되고 다시 2019년 6월 4일에 김학의가 처음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수사단은 가장 큰 논란이었던 성폭행 건은 ‘성접대’로 취급해 다른 뇌물들의 일부로만 기소했다. 또 수사단 발족 당시 김학의뿐만 아니라 1, 2차 수사에서의 불기소 경위와 관련해 당시 검사들과 곽상도 전 민정수석, 한상대 전 검찰총장 등도 수사 대상이었으나, 수사단은 이들을 무혐의 처리했다. 결국 더 큰 문제였던 ‘김학의 수사 무마’ 문제는 덮고 겨우 김학의 1명만 기소한 용두사미 수사였다.

김학의 재판이 무죄로 뒤집어진 경위

김학의 재판에서는, 2019년 11월 22일의 1심에서는 무죄가 나왔다가 2020년 10월 28일 2심에서는 일부 유죄로 뒤집어졌다.

김학의가 기소된 혐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건설업자 윤중천의 ‘성접대’ 등 뇌물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건설업자 최 모씨의 뇌물 5100만 원이었다. (김학의는 에이스저축은행 김 모 회장으로부터도 1억 5500만 원의 뇌물을 받았으나, 김 회장이 2012년 자살함으로써 대가성 여부를 입증할 수 없었다.)

 

 김학의 재판의 주요 주요 두 혐의, 윤중천 뇌물과 최 모씨 뇌물 (MBC PD수첩)
 김학의 재판의 주요 주요 두 혐의, 윤중천 뇌물과 최 모씨 뇌물 (MBC PD수첩)

이 중 ‘성접대’ 포함 윤중천의 뇌물은 1심 및 2심 모두 사실로 결론 내리면서도 공소시효가 지나갔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결했지만, 스폰서 최모 씨 뇌물 혐의는 1심에서는 무죄였다가 2심에서 유죄로 뒤집어졌다.

이 최모 씨는 1심, 2심에서 법정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2심에서 한 증언의 내용이 유죄 선고의 직접 계기가 됐다. (최 씨가 수사를 받던 중 압수수색 직전에 김학의가 사전에 압수수색 대상임을 알려줬고, 이후 최 씨가 김학의에게 지속적으로 금품 제공.)

그런데 이 2심 유죄 판결이, 대법원에서는 또 한번 뒤집어졌다. 2021년 6월 10일, 2심에서 유죄 판단의 근거로 채택했던 건설업자 최 씨의 증언에 대해 대법원이 신빙성을 부인하며 파기환송 한 것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한 취지는, 최 씨가 재판 진행중인 상태에서 법정 증언 전에 검찰에 들러 검사와 사전 면담을 했기 때문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 씨는 기소 전 검찰 조사 당시와 검사 면담 후 증언 내용이 달라지기까지 했다.

 

 김학의 대법원 파기환송 사유,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KBS뉴스)
 김학의 대법원 파기환송 사유,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KBS뉴스)

이 대법원 파기환송 자체는 검찰권 남용에 브레이크를 거는 중요한 판례로서, 검사가 기소 후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인을 사전에 따로 면담함으로써 증인을 회유, 압박, 답변유도, 암시를 했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아니고, 검사가 법정 바깥에서 증인을 따로 만난 이상 회유 압박 등을 하지 않았다는 입증을 할 책임이 있는데도, 검사가 그런 입증을 전혀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 판례 자체는 매우 옳고 또 중요한 것이지만, 이렇게 잘못된 관행에 쐐기를 박는 새 판례는 왜 유독 기득권 피고인에 대해서만 연이어 나오는지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대법원 파기환송으로 인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무죄로 뒤집어졌고, 그것이 2022년 8월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됨으로써 김학의가 완전 무죄가 된 것이다.

보다시피, 김학의가 최종적으로 무죄 확정된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당시 김학의 재판 담당 검사에게 있다. 재판 진행 중에 해당 검사가 증인을 사전 면담을 한 행위 하나 때문에 김학의가 최종 무죄가 되었기 때문이다. 관건은, 그것이 실수였느냐 고의였느냐 뿐이다. 그 주인공은 수원지검 이정섭 부장검사였다.

'불법출금' 수사, 특정 검사에 직접 배당한 윤석열 총장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사실상의 전면 무죄 판결이 나온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의 주임검사 역시 이정섭 부장검사였다. 이 검사는 김학의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까지 맡은 것이다.

게다가 더욱 당황스럽게도, 2021년 당시 안양지청에서 진행하고 있던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수원지검의 이정섭 부장검사에게 배당한 주인공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김학의 재판과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재판을 모두 맡은 이정섭 검사 (YTN)
김학의 재판과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재판을 모두 맡은 이정섭 검사 (YTN)

2021년 1월 14일 새벽의 조선일보 보도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뭉개자… 윤석열, 직접 나서 사건 재배당”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2019년 3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불법 출금 및 은폐’ 의혹 사건 수사를 안양지청에서 회수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재배당”했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부장을 직접 찍어 재배당을 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수사를 특정 지검의 특정 부서가 아닌 ‘이정섭 부장검사’라는 특정 검사를 콕 찍어 지정 배당을 한 것도 이례적인데, 검찰의 최고 수장인 검찰총장이 일선 사건을 직접 특정인에게 배당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대검이 그런 사실을 조선일보를 통해 공공연히 밝힌 점 역시 놀랍다.) 당시 이정섭 검사에겐 이 수사를 진행할 보조 인원이 전혀 없어서 이 배당 이후 추가로 검사를 파견해주기까지 했다.

검찰총장이 매우 이례적으로 일개 부장검사를 콕 찍어 직접 재배당하고 그 사실을 언론에 알리기까지 했다는 것은, ‘김학의 불법출금 건은 검찰총장의 특별 관심사건’이라는 공개 선포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조선일보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불법출금 수사를 뭉갰다’며 프레임을 세웠지만, 해당 기사의 실제 내용과 다른 언론사 보도를 종합하면, 그 기간은 불과 1개월이었다. 이 ‘불법출금’ 수사의 착수 경위가 2020년 12월 6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의 문제 제기였기 때문에(‘공익제보’ 주장), 그 이후에 수사를 시작한 안양지청의 수사 기간은 당연히 한 달보다 이상일 수도 없었다.

 

윤석열 총장은 이정섭 검사에게 직접 ‘불법출금’ 사건을 배당했다(조선일보).
윤석열 총장은 이정섭 검사에게 직접 ‘불법출금’ 사건을 배당했다(조선일보).

즉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수사 착수 후 불과 1개월 사이에 뚜렷한 수사 진전이 없다는 걸 핑계로 삼아 ‘사건 뭉개기’라 선언하고는 해당 수사를 직접 특정 검사에게 재배당하는 이례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한 실질적 이유 역시 해당 기사에서 드러나는데, 당시 안양지청장과 차장검사가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휘하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거였다. ‘안양지청은 이성윤 편이니 내 편에게 재배당’을 한 셈이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지명한 특정 검사가 이정섭 부장검사인 것은 두 가지로 추정되는데, 이 검사가 김학의 수사의 주임 검사였으면서 해당 재판의 공소유지도 맡고 있어 김학의 관련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았던 데다, 2015년 경 이 검사와 대구에서 함께 근무하며 가까워진 사이인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근무 당시 두 사람이 자주 함께 술자리를 했다는 전언도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정섭 검사는 오랜 ‘윤석열 라인’인 셈이다.

그런데 이 재배당에는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김학의 재판중인 검사에게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 지시한 윤석열

진짜 큰 문제는, 이정섭 검사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으로부터 ‘불법출금’ 사건을 재배당받은 2021년 1월 시점은 김학의 재판이 끝난 후가 아니라 2심에서 김학의 유죄 판결이 나온 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시점이었다.

더욱이, 이정섭 검사는 김학의 재판의 공판을 진행하고 있던 유일한 검사였다. 즉 윤석열 총장은 김학의 재판을 홀로 진행 중인 검사를 정반대 취지 수사인 ‘불법출금’ 수사에 투입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불법출금’ 혐의로 떠들썩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자체가 대법원의 김학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불법 수단으로 시작된 수사’라는 프레임과 여론이 형성되는 마당에 대법원에서 김학의에게 유죄 선고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혹시 이 ‘불법출금’ 사건의 기소와 재판이 빨리 진행되어 김학의 대법원 판결 전에 유죄 선고라도 되면 대법원이 심리 중에 받을 영향은 더더욱 커진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정섭 검사는 ‘기소한 사건의 승소’라는 검찰의 기본 소명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렇게 얼토당토 않은 일이었음에도 이를 지적한 언론 보도는 전혀 없었다.

한편 이정섭 부장검사는 이 불법출금 수사를 시작한 지 두 달 반 만인 2021년 4월 1일에 이규원, 차규근을 기소하고, 3개월이나 지난 후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던 7월 1일에 뒤늦게 이광철을 추가로 기소했다.

중앙지검장 전격 기소와 조국 끌어들이기 시도

한편, 이정섭 검사는 ‘불법출금 수사’에 이어 ‘불법출금 무마’ 수사까지 추가로 맡았다. 이규원, 차규근 기소 한 달 후인 2021년 5월에 ‘불법출금 수사’를 무마했다며 당시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성윤 검사장을 기소한 것이다.

이성윤 검사장이 맡고 있었던 서울중앙지검장 직책의 높은 위상과 이성윤이 사법연수원 23기로서 윤석열 당시 총장과 동기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성윤 지검장을 전격 기소한 것 역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지시’ 혹은 ‘적극 승인’ 했다고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광철 기소가 3개월이나 늦어진 데에는 당시 검찰이 이 ‘불법출금’ 재판에 조국 전 장관도 추가로 기소하려고 시도했던 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2021년 5월 15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단독]'조국, 김학의 불법출금에도 관여'” 기사에 따르면, 당시 수원지검 이정섭 부장검사는 조국 민정수석이 ‘김학의 불법출금’ 및 ‘불법출금 수사방해’를 했다고 보고 조국 전 장관을 수사중이었다.

이정섭 부장검사는 이광철 기소 보름 전인 2021년 6월 15일,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던 이규원, 차규근에 대한 공소장을 변경해 굳이 ‘조국 관여’ 언급을 추가했고, 6월 22일엔 조국 전 장관을 소환조사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후 7월 1일 2차 기소에서는 결국 조 전 장관은 기소하지 못하고 이광철만 추가로 기소했다.

조국 직권남용 재판의 장면 

그런데, 조국 전 장관은 또다른 지점에서 김학의 문제와 매우 중요하게 관련되어 있다. 정확하게는 조 전 장관 본인이 아니라 그 재판의 관련성이다.

이정섭 부장검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2020년 조국 전 장관을 소위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한 주임 검사이자, 해당 혐의 공판에서도 참석해 검사 측 변론을 진행한 당사자였다.

2020년 6월 5일 조국 재판 2차 공판에서, 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와 검사 측 이정섭 부장검사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증인으로 출석한 특감반원들이 재판 전에 법원 내 검사실에 들러 검사와 사전 면담을 한 문제로 재판장이 검사를 제지한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미리 재판장은 다음 3차 공판에서도 같은 문제를 한번 더 지적하고 나섰다.

“이 사건은 특수성이 있다. 검사가 신청한 증인들은 일반인이 아니라 검사이거나 수사관으로 장기 재직한 인물들이고 참고인 조사도 마쳤다. 그래서 자칫 잘못할 경우 진술 회유처럼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조국 재판 중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제지 (한겨레신문)
조국 재판 중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제지 (한겨레신문)

이에 대해 이정섭 부장검사는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서 규정된 증인의 조서 열람”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장은 “사무규칙도 그 근거가 필요하며 진술 신빙성 문제 등 따져볼 부분이 있다. 검찰 생각보다 문제 소지가 크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은 허용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 조국 재판과 김학의 재판

앞서 살펴봤다시피 김학의 무죄라는 결과의 직접적인 책임은 해당 재판의 공소유지를 담당한 이정섭 부장검사에게 있다. 그런데 김학의 재판과 조국 전 장관 재판의 상황을 비교해보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김학의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문에 따르면, 2심 재판에서 검사 측(이정섭)이 최 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2020년 6월 17일이었고 실제 최 씨의 증인 출석은 8월 19일이었다.

그런데 조국 재판에서 김미리 재판장이 이정섭 검사에게 이 문제를 제기한 시점이 2020년 6월 5일과 6월 19일이었다.

즉, 이정섭 검사는 조국 재판에서 6월 5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재판장에게서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에 대해 거듭 제지를 받고도, 김학의 재판에선 핵심 증인 최 씨를 6월 17일에 증인 신청한 후 8월 19일 증인 출석 이전에 사전 면담한 것이다.

이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일인가? 과연 이것을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도 있는가?

여기서 더더욱 황당한 문제가 있다. 2013년부터 국민적 공분이 집중된 사건을 재판에서 송두리째 날려버린 이정섭 부장검사가, 이후 징계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인사 조치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이익을 받기는커녕, 도리어 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정부 첫 검사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영전’했다.

이런 ‘영전 인사’라는 결과만 보자면, 한동훈 장관의 법무부와 이원석 검찰총장 휘하의 검찰은 ‘실수로’ 김학의를 무죄로 풀려나게 만든 이정섭 검사의 ‘공로’를 치하한 셈이 된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2019년 김학의 출국 시도 전 대검이 출국금지 거부

애초에 좀 더 근본적인 의문도 있다. 김학의가 2019년 3월 22일 밤에 출국을 시도하기 전에 왜 사전 출국금지 조치가 되지 않았느냐의 문제다.

2019년 김학의에 대한 3차 재수사를 목전에 두고, 김학의 조사단은 김학의에게 소환조사를 통보했지만 예정 일자인 3월 15일에 김학의는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이에 조사단에서는 도피 가능성을 우려해 대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는데, 대검이 조사단의 출국금지 요청을 거부했다.

 

김학의 출국 시도 전에 조사단은 출국금지요청을 했으나 대검이 거부했다. (MBC 뉴스)
김학의 출국 시도 전에 조사단은 출국금지요청을 했으나 대검이 거부했다. (MBC 뉴스)

이에 대해, 대검은 당시 조사단으로부터 출국금지 요청이 있었던 것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대검의 주장은 이어서 조사단이 스스로 출금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소환조사 불응 이후 도피 가능성 때문에 조사단이 출국금지 신청을 한 것인데 스스로 철회했다는 주장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조사단 활동의 주관 기관인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시 기자회견을 한 과거사위 김용민 위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조사단은 김학의 출금 시도 며칠 전인 3월 19일에 대검에 김학의 출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런데 다음날 조사단에서 관련 공문을 작성하고 있던 중에 대검이 출금 반대 의견을 조사단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대검은 출국금지 반대의 이유로 몇 가지 이유를 내세웠는데, 그중 첫번째가 기막히게도 ‘김학의는 이미 무혐의 처분된 상태임’이었다. 과거 2013, 2014년의 무혐의 처분에 문제가 있어서 재수사를 전제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런 과거 무혐의를 출국금지 반대의 명분으로 댄 것이다.

이런 과거사위의 입장에 대해, 대검은 추가로 재반박에 나서지 못했다.

 

9 김학의 출국 시도 전 대검의 출국금지요청 거부 사유, ‘과거에 무혐의 처리 됐다’ (MBC 뉴스)
9 김학의 출국 시도 전 대검의 출국금지요청 거부 사유, ‘과거에 무혐의 처리 됐다’ (MBC 뉴스)

더욱이 3월 22일 밤 김학의가 인천공항에서 출국을 시도하고 있던 긴박한 시점에도, 조사단의 이규원 검사 외에 대검 간부인 정책기획과장이 휘하 검사들에게 출국금지 요청을 해주라는 취지로 지시했지만, 그것도 내부 반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과거 2013년 경찰이 김학의 출국금지 건의를 했을 때도 2차례나 불허한 바 있다.)

즉, 결과만 보자면 이규원 검사가 절차적 정당성을 철저하게 챙기지 못한 것은 사실로 볼 수 있지만, 이렇게 검찰이 두 차례 연거푸 출국금지에 반대한 것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조사단 파견 검사로서 자신의 직무인 김학의 조사를 위해 출국을 막아야 했던 이규원 검사로서는 검찰로부터 통상적인 방법으로 출국금지 요청을 할 방법이 다 차단되었던 것이다.

종합해보면

지금까지 살펴본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의 경과를 정리해보자.

1. 윤석열 검찰총장은 2021년 1월에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를 개인 인연이 있는 이정섭 부장검사에게 이례적으로 직접 배당했는데, 당시 이 검사는 대법원에 올라가 있었던 김학의 재판의 유일한 담당 검사였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부적절했다. ‘불법출금’ 수사에 힘을 쏟을수록 김학의 재판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법출금’ 사건을 김학의 재판 공소유지 검사에게 맡긴 것이다.

2. 더욱이 이정섭 검사는 ‘불법출금’ 수사를 맡기 전 김학의 재판의 1, 2심에서 핵심 증인인 ‘김학의 스폰서’ 최 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하고는 증인 출석 전에 사전 면담했는데, 이것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의 원인이 되고 이어 김학의가 최종 무죄 확정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게다가 김학의 2심에서 증인 신청 시점은 조국 재판에서 같은 이정섭 부장검사가 증인 사전 면담 문제로 재판장에게서 두 차례나 연거푸 지적을 받은 직후였다. 그럼에도 김학의 재판에서 또다시 증인 출석을 앞둔 중요 증인을 사전에 면담 함으로써, 공소유지 검사가 대법원에서 재판 결과를 뒤집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이 외에도 검찰은 이 수사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들을 보였다. 이런 전개를 우리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도대체 이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는 왜 한 것이며 김학의는 왜 풀려나야만 했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