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북한 도발" vs 중·러 "냉전 유산과 3국 연합훈련"

북한 "안보리, 미국의 자의적 군사행동 책임질 수 있겠나"

황준국 "1950년 북한이 남침"…북한의 위험성 부각 애써

모잠비크 "세계처럼 한반도도 평화·안정 누릴 자격 있다"

 

탱크 앞에 서 있는 어린 동생을 업은 소녀. [유엔사령부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탱크 앞에 서 있는 어린 동생을 업은 소녀. [유엔사령부 홈페이지] 시민언론 민들레

"한국전쟁은 심지어 70년이 흘렀는데도 한반도 긴장 상태는 지속되고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비극적 현실이다."

칼레드 키아리 유엔 사무차장이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2주만 지나면 한국전쟁 정전 70년을 맞이한다면서 이런 소회를 밝혔다.

미국과 일본 등의 요청으로 소집된 이날 안보리 회의에선 전날 발사된 북한의 두 번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관련 대응책이 공식 의제에 올랐다. 남북한은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나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북한의 참석은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한반도의 비극'이 70년간 이어진 근본 원인과 그 해결책을 두고는 예상대로 한·미·일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북·중·러가 평행선을 달렸다.

회의에선 북한의 고체 ICBM 발사에 대한 비판이 우세했지만, 한·미·일과 중·러 간 상호 공방도 뜨거웠다. '비극의 지속'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 2023.7.13. 연합뉴스
북한의 ICBM 시험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소집된 안전보장이사회 2023.7.13. 연합뉴스

'정전 70년' 안보리 회의…'한반도 비극' 원인 놓고 격론

늘 그렇듯이 미국이 포문을 열었다. 14일 유엔 안보리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제프리 드로렌티스 주유엔 차석대사 대리는 발언을 통해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ICBM 4차례를 포함해 탄도미사일을 20차례나 발사했다"면서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드로렌티스는 "북한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해선 2017년 12월 안보리 결의안 2397호에서 과시했던 안보리의 단합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보리 대북 결의안을 채택한 회의에는 북한의 자성남 주유엔 대사가 참석한 바 있다.

뒤이어 그는 "2개 이사국이 안보리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안보리의 무대응이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심지어 부추겨"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위반하게 한다고 비난한 뒤 북한이 "안보리를 조롱한다"고 개탄했다. 프랑스와 일본, 영국을 포함한 이사국 상당수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은 달랐다. 장쥔 주유엔 대사는 "특정 국가가 한반도에서 군사 행동을 수행하고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전략무기들을 반복해서 전개하는 것을 우려한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2023.7.13 [합참 제공] 연합뉴스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된 13일 한반도에 전개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F16, 우리 공군의 F-15K와 연합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2023.7.13 [합참 제공] 연합뉴스

한·미·일 "북한 도발" vs 중·러 "냉전 유산과 3국 연합훈련"

현 한반도 대치 상황을 "냉전의 유산"이라고 규정한 그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오랫동안 북한을 안보 위협으로 여기고 제재와 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지적한 뒤 "문제의 핵심은 평화 메커니즘의 부재"라고 말했다. 미국의 한반도 주변 연합훈련이 "전례 없는 규모"라고 비판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가 다뤄지지 않은 채,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 주도의 "전례 없는 규모"의 연합군사훈련 등으로 인한 엄청난 안보 위협에 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아예 미국, 한국, 일본 3국을 콕 집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주유엔 차석대사는 미국 핵잠수함의 훈련 참가, 전략폭격기 전개 등을 한반도 주변에서 3국의 연합훈련과 군사협력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점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요인이 현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되는 데도 어떤 까닭에선지 일부 안보리 이사국은 그것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남북한도 2017년 12월 이후 5년 7개월 만인 이날 안보리 회의장에서 다시 만났다. 김 성 주유엔 북한 대사는 발언 내내 '과녁'을 미국에 맞추고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반면, 한국의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북한의 ICBM 발사와 인권 문제 등을 집요하게 따졌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3 07 13. 연합뉴스
북한이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감행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2023 07 13. 연합뉴스

북한 "안보리, 미국의 자의적 군사행동 책임질 수 있겠나"

북한의 김 대사는 ICBM 발사에 대해 "이웃 국가들의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적대세력의 위험한 군사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자위권의 행사"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의 핵협의그룹(NCG) 창설 등 지난 4월 '워싱턴 선언'을 핵전쟁의 플랫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핵잠수함 한반도 전개, 한미 연합군사훈련, 항공정찰 등을 거론한 뒤 "어떻게 이런 행동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한 뒤 "미국의 자의적 군사 행동이 핵전쟁과 같은 재앙을 초래할 때 안보리는 그런 상황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김 대사는 "그렇지 못하다면" 안보리는 북한의 자위권 행사를 방해하지 말든지, 아니면 미국의 "반평화 행동"을 비난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국의 황준국 대사도 나섰다. 황 대사는 작년 이후 90기 넘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규탄한 다음, '안보리의 침묵'으로 작년 5월 이후 유엔의 1718 대북 제재 리스트에 추가로 오른 개인이나 기관도 없었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불만을 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열리는 7일 오후 용산구 전쟁기념관 인근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관계자가 한미일 군사동맹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2023.5.7. 연합뉴스

황준국 "1950년 북한이 남침"…북한의 위험성 부각 애써

특히 황 대사는 북한의 불법적 도발과 오랜 기간 지속된 한미 양국의 방어적인 연합군사훈련을 '등가'로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 뒤 북한은 지속해서 자국의 적대정책을 강화해 나가는 유일한 나라라고 비난했다.

황 대사는 올해가 정전 70년임을 거론하면서 "1950년 북한이 남쪽 이웃을 침공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존재는 북한임을 부각하려 애썼다.

그는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확대 추구와 북한의 총체적이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은 동전의 양면이다"라고 비판한 뒤 북한 인권 관련 공식회의 재개를 안보리에 촉구했다.

한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표는 정전 70년은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찾기 함들다는 점을 일깨워준다면서 "모든 당사자는 안정과 번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꽈 대화를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잠비크 대표도 "세계 전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도 평화와 안보, 안정을 누릴 자격이 있다"면서 "이를 위해 모든 이해 당사자는 지역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일방적 행동들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처럼 한·미·일 등 서방 진영과 중·러의 입장 대립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날 회의에서 예상대로 대북 규탄 성명이나 결의안 채택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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