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돌입
의료인력 확충 등 요구 불구 정부는 손 놔
정책 총괄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한달 넘게 공석
문제 해결 못하고, 책임은 실무자에 떠넘기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나선다. 일선 의료 현장의 혼란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어떤 해법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간호법은 폐기됐고 의대 정원 증원은 요원해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의 요직인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정부의 의료행정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가 13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인다.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19년 만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2일 오후 6시 이화여대서울병원 등 전국에서 동시 전야제를 열고 총파업 돌입을 선언한다. 전야제에는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이화의료원지부 조합원 800여 명이 참여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고려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경희대의료원, 이화여대서울병원 등 중대형 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암센터 등 145곳에 이른다.
법적으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유지 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필수 유지 인력이 근무하는 곳을 제외한 일반병동, 외래 진료 등은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립암센터의 경우 보통 하루 40건 이상의 암 수술을 진행하는 데, 13일과 14일의 경우 모든 암 수술이 취소됐다. 수술 이후 환자를 돌 볼 간호사 등이 없어 병실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에는 전국 의료기관 200여 곳의 간호사, 의료기사 등 60여 개 직종이 가입돼 있다. 노조가 지난달 28일~7일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 조합원 6만 425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찬성률은 91.63%에 이르렀다. 지난달 27일 쟁의조정을 신청한 조합원도 6만여 명으로 2004년 파업 당시(1만여 명)에 비해 6배 정도 많다. 필수 인력 인원을 제외하고 약 4만 5000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노조는 예상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요구 사항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 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 인력 확충 △필수 의료 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파업과 노조의 요구 사항을 보면 현 정권의 보건의료 행정의 난맥상이 보인다. 정권은 국민의 의료서비스 확대 요구와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가 담긴 간호법을 폐기시켰다. 여야 공동 발의로 입법이 시작돼 입법 추진 46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시켰다.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의 확대는 의사들의 반대로 좌절될 위기에 놓여있다.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보수 언론에서도 집중 보도했지만 해결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의료 분야의 난맥상에도 정부는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주무 부서인 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달 4일 대기발령 조치된 이후 한 달 넘게 공석이다. 임인택 정책실장은 5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뒤 약 20일 만에 대기발령을 받았다.
중앙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간호법과 관련된 혼란의 책임을 실장이 떠안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보통 정치적인 책임을 정무직인 장관 등이 지지만, 장관이 기획재정부 출신의 실세이다 보니 실장이 떠안았다는 것이다. 마치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실무급인 경찰에 전가한 것과 같은 경우다.
이런 가운데 의사협회(의협) 내부에서는 이필수 회장의 탄핵이 추진되고 있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 회장 등 의협 대의원 84명이 이 회장 등 임원 불신임안을 7일 냈다. 불신임 움직임은 의협 집행부가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복지부와 합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의협 회원 대다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지만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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