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장관 “2025년 입시서 의대 증원”

응급실 뺑뺑이로 보수언론도 “의사 늘려라”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등 기피 분야 늘려야

간호사 처우 개선해 보강 안하면 ‘반쪽’ 우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간호법을 무산시키며 의료 인력 확대에 미온적인 기존 태도를 감안하면 과연 믿을 수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저희가 2025년도 의대 정원에는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겠다”며 “(의료계와) 목표는 같기 때문에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수 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조 장관은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현장에 투입되려면 10년 이상 소요된다”며 “인프라 확충, 합리적 보상과 근무여건 개선으로 필수 의료 지장 없도록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모자란 점이 있다면 계속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의대 정원 확대 발언은 최근 벌어진 ‘응급실 뺑뺑이’ 사태와 관련이 있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보수 언론들에서도 응급실, 중환자실, 소아과 등의 의사 부족 사태를 지적했다.

의사 부족 해소, ‘어떻게’가 중요해

의사 부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6년 이후 17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7명에 한참 못 미친다. OECD 38개국 중에 멕시코(2.4명)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다. 의학계열(한의학 포함·치의학 제외) 졸업자도 7.2명으로 일본(6.9명)과 이스라엘(6.9명) 다음으로 적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의사 1인당 업무량이 2019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2030년 1만4334명, 2035년엔 2만7232명의 의사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기피 분야인 응급실, 중환자실, 소아과, 산부인과 등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전국 동네의원은 24% 늘었다. 마취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성형외과는 각각 67.1%, 39.0%, 36.7%로 증가했다. 반면 저출생 현상 심화로 산부인과는 5.6%, 소아청소년과는 2.4%가 줄었다. 일부는 넘치고 필요한 부분은 모자라는 의료인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 ‘힘들고, 전망 안보이고, 돈 안되는’ 필수 의료분야의 경우 공공의대 설립을 통해 인력을 보충할 수 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만성적 의료취약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정원 확대’ 등 관련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의료계의 논의는 2년 전 중단된 이후 답보 상태다.

수가 인상과 처우 개선이 대책이라는 일부의 주장도 있지만, 이는 번번이 실패했다. 수익이 위주인 민간 의료 중심 체제에서는 문제를 해소할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기피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이 이뤄졌지만 의료 쏠림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에 우선 공공의과대학 신설,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 국방·보훈·소방·경찰·교정 등 특수목적 의과대학 신설 등 의대 정원이 최소 1000명 이상 확대돼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공공의대 설립 등을 통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했다. 2021년 3058명인 정원을 2022∼31년 3458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지역 의사,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등 특수·전문분야, 기초과학 분야 인재 양성을 계획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국가고시(국시)를 집단 거부하는 등 의사들의 반발에 막혀 무산됐다. 의대생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주는 나쁜 선례만 남겼다.

의료계의 기득권인 의사들 입장을 적극 반영해 온 현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를 뚫고 정원 확대를 이룰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의료계는 정부 발표에 대한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

간호 인력 확충을 위한 간호법은 외면하고

의사보다 간호사 부족이 더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 간호사는 15만 8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당정은 의사들 입장을 대변해 간호 인력 확충의 근간이 될 간호법을 무산시켰다.

6일 대한간호협회(간협)의 ‘병원간호사회,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신규 간호사 중 1년 이내 사직한 비율은 52.8%에 이른다. 사직 비율은 2014년 28.7%에서 2016년 35.3%, 2018년 42.7%, 2020년 47.4%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직자 중 45.2%는 간호사 본래 업무 범위 이상의 과도한 일 때문이라고 답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4.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명의 절반에 그친다. 간호조무사를 포함해도 8.4명으로 OECD 평균인 9.7명보다 1.3명 적다. 간호대 졸업자 수는 적지 않지만 높은 업무강도와 낮은 처우 등으로 이직률이 높아 간호 인력의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간호법은 이런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졌다. 의료 인력의 양대 축인 의사와 간호사 중 의사 인력만 증원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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