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눈] 복지부-의협 정원 확대 합의했다고 했지만
의협 내부 편지서 “공공의대 설립은 절대 안돼”
정부는 증원안 확정도 전에 수가 인상 등 검토
경실련 “공공의대 세우고 1000명 이상 늘려야”
의대 늘리기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의사협회는 공공 의대 신설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의대 정원은 아주 조금 늘리고, 의료 수가만 인상해 의사들에 이익만 돌아가는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의사협회(의협)는 8일 열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에 공공의대 신설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공공의대 관련 얘기는 회의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복지부가 공감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공공의대 신설은 2020년 의정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한 4가지 안건 중 하나로, 의협의 이런 입장 발표에 대해 공공의대 신설을 추진해온 지방 정부의 반발이 예상된다.
복지부와 의협은 2020년 의정협의를 통해 △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전제 조건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되는 것이었다.
의협은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해 ‘절대 불가’라는 표현을 썼다. 의료현안협의체 결과를 회원들에게 알리는 서신문에서 “각종 부작용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공공의대 등 의대 신설을 통한 인력확충 논의는 절대 불가하다는 점이 필수적으로 고려되고 전제돼야 함을 복지부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공공 의대 신설은 의대 정원 확대의 핵심 내용이다.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등 의사들의 특정 분야 쏠림을 극복하고, 힘들고 돈 안 되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 의료 분야의 인력 확보를 위해 공공 의대 설립이 필요하다. 공공 의대는 애초부터 전공을 사립 의대가 기피하는 필수 의료 분야로 한정하면 된다.
의협의 이런 태도를 보면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복지부가 의대 정원 늘리기에 합의했다며 최근 쏟아진 보도가 의심스럽다. ‘의협이 앞에서는 합의했다고 하며 공공 의대 설립은 비껴가는 꼼수를 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의협은 의사들에 보낸 서신문에 ‘2025년 의대정원 확대 합의’ 관련 내용은 직접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런데도 정부는 의사들에 대한 ‘지원 확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11일 기획재정부과 복지부 등은 응급실, 권역외상센터 등에 대해 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한 특별수가 설정, 직접적인 재정 지원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의료시설과 의료진의 처우가 개선되면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의대 정원을 찔끔 늘리고 응급실 등의 수가를 인상하는 것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게 시민사회의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난달 2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보류한 채 그동안 실패했던 수가 인상과 기존 의대 소규모 증원 등 땜질식 대책만 만지작거리고 있다”며 “현재 알려진 대로면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과대학 신설이나 의무복무 규정은 빠진 채, 과거 의약분업 당시 의사 달래기용으로 감축시킨 정원 수를 다시 되돌리는 정도로 마무리될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의협의 반대로 막혀 있는 공공의대 설립을 전제로 한 의대 정원 최소 1000명 확대와 관련 법제도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이후 17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 3058명이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