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회 열어 야당 추천 위원 퇴장 속 2:0

이르면 다음 주 국무회의 의결 확정

야당 "공영방송 길들이기·장악 의도"

언론단체 "공영방송 말살 폭거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고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5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TV 수신료는 29년만에 전기 요금에서 분리돼 징수될 예정이다. TV 수신료는 한국전력이 1994년 이후 전기 요금에 자동으로 합산 부과해 왔다.

개정안이 의결됐으니 이제 형식적 절차만 남았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윤석열 대통령이 공포하는 수순만 남았다. 이르면 다음 주쯤 분리 징수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3일 위원들을 소집,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개정안을 5일 회의 의결 안건으로 상정했다. 간담회에서는 여야 위원들의 의견차로 고성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 상임위원은 항의 차원에서 회의실을 나왔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는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 야당 측 김현 상임위원 등 3명으로 구성돼있다. 2대1 구도라 김현 상임위원이 개정안에 반대해도 속수무책이었다.

분리징수를 비판해온 야당, 언론계, 시민단체 등은 “수신료 분리 고지는 위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승래·고민정·민형배·이정문·정필모 의원 등은 5일 방통위를 항의 방문해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전체회의서 의결하는 행위는 공영방송을 길들이기 하거나 장악하기 위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의원은 “행정절차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입법예고 기간을 40일로 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10일로 단축했다”며 “그 과정에서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생략, 법제처, 행정안전부 긴급 관보 게재 등 관계 부처가 총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비겁한 방송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향해서는 “내용과 절차, 형식 모두 잘못된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하라”며 “TV수신료 분리징수를 밀어붙인다면 민주주의 파괴의 역사로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측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부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 두 사람의 ‘의결 강행’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위원은 “방통위 상임위는 원래 5인 체제인데 한상혁 위원장은 쫓아내고, 최민희 위원은 윤 대통령이 수 개월째 임명을 안 하고 있는 상태”라며 “3명만 남은 파행적 구조 속에서 내가 반대하니 결국 2명이 의결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정부와 방통위가) 국민들에게 마치 수신료가 폐지되는 것인 양 호도해서 여론몰이를 하는데 결국은 의무로 내야 되는 돈”이라며 “이걸 편리한 방식으로 내느냐, 아니면 분리해서 징수하는 비용을 더 많이 내게 해서 국민들에게 돈을 걷느냐 이 차이”라며 분리 징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해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 언론단체와 언론·시민단체는 5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언론단체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방통위가 법률로서 독립을 보장받은 합의제 기구라는 체면을 내던진 채 공영방송 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윤석열 정권의 지시를 하달받아 군사작전처럼 수신료 분리고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법뿐 아니라 헌법재판소 결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묻지마 개정”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이번 수신료 분리고지 시도는 국민과 시민의 이름을 참칭하여 방송 공공성을 파괴하고 정치 담론을 장악하려는 비열한 책략일 뿐”이라며 “매달 내던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거짓 유혹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여 사회적 공공재이자 필수 인프라인 공영방송의 약한 고리인 재원구조를 흔드는 수작”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재원구조로 공영방송의 내부 분열을 획책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꽂아 넣으려는 정권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해마다 축소되는 방송광고 시장에 엄청난 파국이 벌어질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KBS의 수익감소는 편성 변경에 따른 방송작가 해고, 독립제작사 제작비 삭감 등으로 전체 방송산업의 근간을 흔들 위험한 변곡점”이라고 우려했다.

발언에 나선 강성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한 명이 여러 번의 투표를 할 수 있고 극우 유튜버들이 확대재생산시킨 여론을 여론이라고 하면서, 입법예고기간 10일동안 접수된 4700건 대다수를 차지한 논리와 법리로 반대한 의견은 조작이라고 한다”며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반법률적이고 반헌법적인 오늘의 결정은 반드시 상식과 법치와 헌법 정신에 의해서 심판받고 바로잡혀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시형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수신료 납부의 선택권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징수비용만 늘려서 KBS, EBS의 경영 악화를 가속시키려는 악성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며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한 줄 공약에서 KBS의 사극 의무 제작, 국제뉴스 30% 이상 편성, 영상 아카이브 오픈소스 공개를 주문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하고 공약은 어떻게 지킬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 현업인 단체들과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자유언론실천재단,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대위,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민우회 등 언론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언론단체들은 4일에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분리 고지 추진 중단’을 요구하며 헌법재판소를 방문, △수신료 분리고지를 위한 방송법 개정 과정의 절차적 하자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해 야기될 방송광고시장의 혼란 △수신료 분리고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대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KBS뉴스 화면
KBS뉴스 화면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4일 <윤석열 정부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는 성명을 내고 “분리징수 개정안 등 최근의 언론 길들이기는 반민주적, 위법적 행위에 불과한 무모한 시도”라며 “절차도, 공론화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신료 분리 징수 개정안은 모두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들도 이날 KBS 부산방송총국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무시한 졸속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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