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드는 거둠’ 정신이 ‘가미가제 자본’ 막는다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강수돌 (고려대 명예교수, 전 마을이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을 철회하라!” “대통령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한민국의 어민들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혀라.” “오염수가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땅에 묻지 왜 바다에 버리느냐?” “원전 오염수 방류는 생존권을 박탈하는 침략행위나 마찬가지!” “여당은 ‘횟집 먹방’에 이은 ‘수조물 먹방’ 그만 하고 국회 청문회에 즉각 응하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7월부터 후쿠시마 핵폐수를 무단 투기하려 하자 한국의 야당과 전국의 어업민, 수산업 종사자, 시민단체와 일반시민들로부터 나온 목소리들이다. 이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80% 이상이 핵폐수 방류에 반대한다. 미국 다음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 핵발전소 촉진 기구)에 많은 분담금을 내는 중국 정부 역시 “해양 방출 강행을 중단하고 핵오염수 처리를 엄격한 국제 감독에 맡겨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일본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도 그 총회에서 ‘오염수 해양 방류 반대’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역시 그 이전에 ‘오염수 방류 반대’ 결의를 한 바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에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문서로 답변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지 이해당사자들이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 강행은 일본 정부가 한 공적 약속조차 배신하는 것!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조물을 떠마시고 있는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 2023.6.30.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조물을 떠마시고 있는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 2023.6.30. MBC 뉴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괴담 타령으로 일본 편드는 어처구니없는 한국 정부

더욱 흥미롭게도, 눈만 뜨면 “국익”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여당(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은 한국 국민이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TEPCO)을 대변한다. “방사능 오염수나 핵폐수가 아니라 ‘농도저감시설(ALPS)을 통과한’ 처리수이다” “마셔도 될 정도로 안전하다” “2011년 사고 당시보다 더 안전하다” “넓은 태평양 바닷물과 희석되면 괜찮다” 등 가당찮은 논리를 편다. 심지어 ‘위험한 핵폐수 방류 반대’ 입장에 대해 “국민 불안만 조장하는 괴담”이라 한다. 건전한 상식을 ‘괴담’이라 하니, 진정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핵발전소에서 나온 방사능 물질(핵연료봉, 핵폐수 등에서 나오는 플루토늄, 세슘, 삼중수소OBT, 아이오딘 등 1천 종이 넘는 핵종)은 발암 물질이다. 상식을 가진 인간(호모 사피엔스)이라면 발암 물질 노출을 꺼린다.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하는 원자력 노동자들도 철저한 방호 장비로 피폭 예방을 한다. 그래도 결코 안심하진 못한다.

2011년 3.11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붕괴한 뒤 방사능 오염수(원자로의 핵폭발을 방지하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 그리고 원자로 내부로 유입된 지하수), 즉 핵폐수는 예전엔 하루 700~800톤씩, 최근엔 140톤씩 발생한다. 매일 그렇다! 그것이 13년째 누적되다 보니, 약 1100개 탱크(탱크 하나는 대략 4층 건물 크기)에 보관 중인 약 150만 톤의 오염수를 더 이상 육지에 보관할 수 없을 지경이 된 것! (한 보도에 따르면 이 오염수 탱크 자리를 비운 뒤 후쿠시마 원전 내 핵연료봉 등 폐기물을 밖으로 꺼내 적치할 계획)

이런 점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핵발전소 자체가 ‘처음부터’ 해선 안 되는 일임을 직감한다. 겉보기엔 깔끔하나 그 건설과정에서부터 엄청난 전기를 쓸 뿐 아니라 핵분열을 이용한 발전 과정과 그 이후 방사능 폐기물의 처리법이 없기 때문! 인간이 자연을 활용해 사는 방법 중 최선의 길은 ‘순환’하는 것이다. 즉, ‘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 되는’ 순환형 구조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의 핵심이다. 그러나 핵발전은 그 원료 채굴이나 핵연료봉을 통한 발전 과정, 그리고 사용후연료(핵폐기물) 등에서 발암성 물질(1천여 핵종)이 나온다. 순환은커녕 암 유발! 고준위 폐기물은 지하 500미터 이하에서 무려 10만 년(!) 보관해야 반감기에 이른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과연 이 치명적 물질에 노출되는 땅과 바다(인류의 생명원)는 무슨 죄인가?

‘해선 안 되는 일’ 하게 만드는 ‘자본의 죽음 충동’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자본의 죽음 충동(death drive)’이 후쿠시마 핵폐수 사태에서 잘 드러난다고 본다. 즉,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방사능 물질을 바다에 버리느냐 마느냐 하는 안전 문제가 아니라 자본이 무한정 돈벌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람과 자연을 죽음으로 내몰 뿐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경향성이 핵심이다.

첫째, 자본은 원료 채굴과 폐기 과정에서 죽음 충동을 보인다. 에너지를 비롯한 온갖 천연자원을 보라. 그렇게 많은 학자들이 재생가능 자원과 재생불가 자원을 구분한 뒤, 재생불가 자원은 아끼되 재생가능 자원을 적정 활용해 경제를 영위하라고 조언했지만 자본에겐 마이동풍! 오히려 자본은 무소불위의 오만한 태도로 석탄 다음엔 석유, 그 뒤엔 LNG(메탄)로, 이제는 셰일석유‧셰일가스로 돌진하며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를 추동한다. 그 사이 화석연료 자동차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하니, 그 대체물로 전기차를 상품화하고자 충전지에 필요한 콜탄과 리튬 채굴에 광분(생태 파괴, 공동체 해체 동반)한다. 핵폐수는 바다, 땅, 공기의 죽음까지 예고한다. 요컨대, 자본의 무한증식 욕망은 지구가 끝날 때까지, ‘6차 대멸종’까지 지속된다.

둘째, 자본은 노동력 활용에서도 죽음 충동을 보인다.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창출 과정은 그 자체가 기존 공동체 관계의 해체과정(개인 간 무한경쟁 유도)이며, 노동시장과 노동과정에서 성공하려는 노동자들이 과로사나 산업재해로 쓰러질 때까지 인간 노동을 극대 추출한다. 설사 건강한 노동자들이 퇴직까지 아무 일 없이 일한다 하더라도 바로 그 ‘아무 일 없이’ 일하는 자체가 (상품화한 노동력이 아닌) 인격체로서의 삶을 철저히 부정 당함을 뜻할 뿐! 그것은 상품과 자본의 근본 토대가 인간 노동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자본의 무한증식 욕망은 인간 노동력의 물리적 죽음은 물론 사회적‧심리적 죽음까지 낳는다. 바로 이 점은 후쿠시마 핵폐수 방류와 관련한 일본 외무성(또 대한민국 정치‧행정)의 대다수 고급 노동력이 보이는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셋째, 자본은 그 가치법칙(Wertgesetz) 자체 속에 죽음 충동을 내장한다. 전술한 지구와 노동에 대한 죽음 충동의 이론적 근거도 바로 이것! 가치법칙의 출발점은 상품 가치가 그 상품 생산에 필요한 인간 노동량인 것! 바로 이 인간 노동이 상품 가치를 형성하는데, 한편으로 그것은 원료나 기계 가치의 일부분을 상품 속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노동력 가치(임금)만큼 생산한다. 다른 편으론 자본을 위한 잉여가치(이윤)도 생산한다. 누군가 타인 노동력 고용 시 ‘자기 인건비 이상으로 일 할 사람’을 찾는 게 바로 이 때문! 자본 입장에서는 잉여가치를 얻지 못하면 굳이 큰돈을 투자, 힘들게 사업할 이유가 없다. 즉, 자본주의 경쟁이란 잉여 획득 경쟁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바로 그 경쟁은 효율성 내지 생산성 경쟁으로 나타나는데, 흥미롭게도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N배로) 증가할수록 단위 상품 당 내포된 노동량(가치량)은 1/N로 감소한다. 그 속의 잉여가치량 역시 1/N로 줄어든다. (특히 기술 혁신을 통해) 생산효율이 오를수록 잉여가치가 줄어드는 역설, 바로 이것이 가치법칙 자체의 죽음 충동이다.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라운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공모 의혹에 대해 전 세계 기자들이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에 대해 규탄하는 모습. 2023.7.4. 사진 이호 작가
〈시민언론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는 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 라운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공모 의혹에 대해 전 세계 기자들이 연대할 것을 제안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들이 후쿠시마 핵 폐수 해양투기에 대해 규탄하는 모습. 2023.7.4. 사진 이호 작가

0으로 수렴되는 잉여가치가 부를 인류의 재앙

자본 입장에서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효율을 N배로 늘렸으나 그 늘어난 것을 모두 팔아야 비로소 본전치기가 되는 셈이니, 갈수록 죽을 맛이다! 그래서 그 본전 이상의 잉여를 얻기 위해선 지구와 사람을 더 쥐어짜야 할 압력이 생긴다. 그러나 원료 채굴, 인간 노동, 시장 확장엔 한계가 오고 그 사이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는 6차 대멸종까지 예고한다. 즉, 이론적으로 개별 자본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그 효율을 무한대로 올릴 압박을 받는데, 그렇게 효율이 무한 상승할수록 단위 상품당 잉여가치는 0으로 수렴한다. (그럴수록 비용 요인을 극단으로 줄여야 하니, 민주주의와 인권이 억압된다) 가치법칙 자체의 죽음 충동!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핵폐수를 지층 주입, 지하 매설, 고체화, 장기 정화 등의 다른 방식 대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란 이름 아래 핵발전소 건설을 촉진하는 국제기구인) IAEA와의 공조 아래 해양 방류를 강행하려는 것도 결국 자본의 가치법칙, 즉 돈 때문이다. 해양 방류에 약 300억 원이 든다면, 다른 대안들은 최소 3000억 원, 최대 4조 원 비용이 든다. 그러니 시민언론 <더 탐사>의 폭로처럼, IAEA의 해양 방류 정당화 대가가 ‘100만 유로(=약 15억 원)’인 것은 ‘껌값’ 수준이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핵폐수 처리 비용 문제를 넘는다. (IAEA나 ADB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나 전문가들, 그리고 에너지자본과 금융자본들(이른바 ‘핵마피아’)이 ‘에너지 홀로코스트’인 핵발전 건설과 확장에 그토록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것도 (그리고 그들로부터 떡고물을 받아먹는 언론들이 ‘기이한 침묵’의 대행진을 계속하는 것도) 결국은 자본 입장에서 갈수록 잉여가치 획득이 어렵다는, 가치법칙 자체의 ‘죽음 충동’ 때문이다!

‘받드는 거둠’ 정신만이 자본의 ‘가미가제 특공대’ 막는다

문제 상황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대응을 한다는 것은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에 토대하여) 단순히 화학식이나 정밀 측정 내용을 수치로 표현하는 자연과학적 방식만 뜻하는 게 아니다. (물론, 뇌물과 부패로 구린내 나는 가짜보고서를 과학이라 말하는 기만은 제쳐두고라도 말이다!) 참된 과학적 태도란,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사회과학을 융복합‧통섭함으로써 참된 이치(眞理)와 총체적 진실(眞實)을 밝히는 것이다. 후쿠시마 핵폐수 사태는 해양 무단투기의 (특히 IAEA 최종보고서 관련, ‘100만 유로’ 스캔들로 드러난) 비윤리성과 비과학성을 넘어, 갈수록 코너로 몰리는 자본의 ‘죽음 충동’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뿐이다. 결국, 핵폐수 무단투기는 (모두의 생명원인 지구생태계에 대한 무지와 적개심으로 충만한) 21세기판 자본의 ‘가미가제 특공대’라 하겠다.

과연 누가, 어떻게 이 자학적인 폭력성을 성공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까? 나아가, 과연 우리는 “자신을 떠받치는 이들을 떠받치라”던 북미 선주민들의 ‘받드는 거둠(honorable harvest)’의 문화, 즉 (우리를 살려내는 어머니 대지에 대한) 감사와 존중의 문화를 조금씩이라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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