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독점한 현역의원들, 지역 호족화”

“의원 독점한 당직, 원외 인사도 맡아야”

“당원 명부 비실명화 전화번호로 제공 가능”

현역 의원 지역구, 신인 도전 쇄도

혁신위, 정치 신인들 의견 반영할지 주목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혁신행동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6. 연합뉴스
민주당혁신행동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치 신인들이 ‘현역 의원 기득권 타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치 신인이 경선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고인 물 정당'을 탈피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 내 정치신인과 당원 주축으로 결성된 ‘민주당 혁신행동’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쟁 없는 민주당 시스템 공천 개혁’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형배 의원, 현근택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남영희 인천 동·미추홀을 지역위원장,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박예슬·최봄 당원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당은 선거 때가 되면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정작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은 공정한 기회도 공정한 경쟁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역 의원은 의원실 보좌진과 기초의회·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받는 지원부터 거리 현수막, 문자메시지 발송까지 일상적으로 의정활동 홍보에 동원할 수 있는 자원들이 원외 도전자들에게는 전혀 없기 때문”이라면서 “문자메시지 발송만 해도 현역 의원들은 유권자를 상대로 상시로 자신을 홍보하는 문자를 발송할 수 있지만, 원외의 도전자는 유권자 연락처조차 확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별다른 경쟁 없이 공천을 독점한 국회의원은 ‘지역 호족’이 되어 민심과 동떨어진 행태를 반복하고 당원의 요구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면서 “실제 ‘지역 호족’ 같은 다선 의원들이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비판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행태를 보이는 모습은 그래도 안전하게 재선할 수 있어 나오는 구태”라고 밝혔다.

민주당 혁신행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의 공식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들은 “당 차원에서 현역 의원이 동원할 수 있는 홍보 자원을 연구해 수량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원외 도전자들이 조금이나마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나아가 국회의원의 ‘당직 독점’에 대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역 의원이라는 이유로 당에서 주는 당직을 독점하면서 선거 때 경력과 이력으로 홍보하니, 원외 도전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면서 “‘당직 공개경쟁 제도’를 도입하고 당은 현역 의원 1명이 당 직함을 몇 개 맡고 있는지 집계해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에도 현역 의원 기득권 내려놓기를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혁신위에 현역 의원이 추가로 뽑힘에 따라 당 쇄신에 앞장서야 하는 할 혁신위가 사실상 기득권 강화의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 “이러한 우려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혁신위가 앞장서 공정한 공천 경쟁을 보장할 제도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이 ‘고인 물 정당’으로 인식될수록 혁신의 탈을 쓴 채 기득권 수호에만 매몰될수록 당에 대한 국민과 당원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공정한 경쟁 없이는 당 혁신도, 총선 승리도 없다”고 밝혔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6일 민주당 혁신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6.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캡쳐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이 6일 민주당 혁신행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6.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캡쳐

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핵심은 홍보와 당원 접근권 문제”라면서 “정치신인은 당원들과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의당과 국민의힘은 경선 후보에게 무기명 비실명화 당원 전화번호를 공개한 바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혁신위원들을 직접 만나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향후 더불어민주당 정치신인들의 ‘공정한 경쟁’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역 의원의 지역구마다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신인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혜숙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는 박성오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오현정 전 서울시의원, 이정헌 전 JTBC 앵커 등 3명의 신인이 도전장을 내밀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노웅래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갑에도 20대 총선 영입 인재인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핵심 측근이었던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 이지수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 이은희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이 도전하고 있다. 이소영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과천·의왕에는 이은영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 윤재관 전 청와대 행정관이 도전하고 있다. 김상희 전 국회부의장의 지역구인 부천병에는 이건태 전 검사, 장덕천 전 부천시장이 뛰어들었다. 이상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에는 허태정 전 대전시장, 이경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 등이 뛰고 있다.

이와 함께 혁신위원회가 현역 의원과 정치신인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꼼수 탈당 방지’ 등을 혁신안으로 내놓았지만,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대의원제 폐지 등 직접민주주의 강화 방안에 대해 아직 언급이 없다는 점이 당원들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우원식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 농성 중인 우 의원을 찾은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의원들과 논쟁하더라도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우 의원의 견해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이 되고 있다. 당원보다는 현역 의원과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조상호 법률위 부위원장이 “혁신위와 소통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고 혁신위도 자체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당원과의 직접 소통 창구도 열어 놓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혁신행동’의 요구안이 혁신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 혁신안에 반영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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