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도 국력 소모 예상

참호전, ‘고기 분쇄기’ 반복되면서 전쟁 수렁

서방국가, 방어위주 임시변통 불량 무기 제공

절실 요구 F-16 지원 최소 6개월 이상 소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대공세 전환에도 장기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가 결정적 승기를 잡는 데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영토가 황폐화되는 것을 물론이고, 러시아도 전쟁의 수렁에 빠져 국력의 소모가 예상된다.

 

러시아군 공습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14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이날 파블로 키릴렌코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간밤에 민간인 주택 등을 공격해 도네츠크주에서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3.06.14. 크라마토르스크=EPA 연합뉴스)
러시아군 공습으로 초토화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크라마토르스크에서 14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파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이날 파블로 키릴렌코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간밤에 민간인 주택 등을 공격해 도네츠크주에서 3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23.06.14. 크라마토르스크=EPA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수개월간의 반격 준비 기간을 거친 끝에 지난 2주 동안의 야심차게 반격 작전을 실시했지만, 전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과거 2주간의 반격으로 우크라이나는 8개의 마을 등 약 113㎢를 탈환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싸움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처럼 지지부진하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현재의 전쟁 상황을 일거에 파괴할 수 있는 뛰어난 전략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렸던 독일의 전격전이라든가,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재래식 전력을 무너뜨린 미국 등 다국적군의 정밀공격 같은 등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 프랑스와 독일을 장기간 괴롭혔던 참호전이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비해 참호 등 3중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라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대비해 참호 등 3중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라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지난 1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앞에는 수많은 지뢰가 매설돼 있고, 참호가 겹겹이 설치돼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들 지뢰와 참호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중심 도시 바흐무트에서 ‘고기 분쇄기’(meat grinder)라는 별명을 얻었던 피비린내 나는 소모전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이 바흐무트 전투에서 입은 손해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엄청난 피해를 보았던 것은 확실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바흐무트 전투에서 러시아의 사상자를 10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둘째,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을 심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재래식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원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격차는 비교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상당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400억 달러(약 51조5600억 원)의 막대한 군사원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약속했다. 그렇지만 미국이 보낸 무기는 스팅거 대공미사일, 재블린 대장갑차 미사일, 토우 미사일 등 방어위주 무기와 각종 박격포, 차량 등 기본 장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이 지원해 준 무기 가운데 고기동다연장로켓(HIMARS)와 155mm 대포 등은 러시아군 거점과 보급선을 타격하는데 요긴하게 사용됐다. 우크라이나군은 포병 전력에서도 열세였지만 이들 무기의 도입으로 러시아의 공격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게 생소하지만 제공한 고기동다연장로켓은 모두 38문이어서 전 전장을 커버하기에는 부족한 수량이다.

셋째, 서방국가가 제공하는 무기는 임시변통적이다. 상황에 따라 무기가 제공되지만, 우크라이나가 의도하는 군사작전에 필요한 무기인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지난 15일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연락그룹(UDCG) 회의 후 오스틴 미 장관은 “우리는 지상 기반 방공 시스템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시급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드론 공격으로 민간인 수십 명이 숨진 사실을 배경으로 들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캐나다가 200기 이상의 방공 미사일을 보내고, 미국 영국 덴마크 네덜란드도 추가 방공미사일 구입 비용을 낼 것이라고 오스틴 장관은 덧붙였다. 그렇지만 방공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도시민을 보호하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우크라이나 대공세의 장애물인 참호와 지뢰를 제거하는데 도움을 줄지는 의문이다.

넷째, 우크라이나군은 반격 준비 기간에 서방측의 무기를 제공받았지만, 전투 효율성도 높지 않다. 서방국가가 제공한 무기 가운데 상당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불량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무기고의 30%가 항상 수리 중이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고장난 재고 무기를 받고도 항의를 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부품을 구입하거나 재사용하기 위해 부품을 해체해야 하는 ‘과외’ 수고를 감당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동참한다는 명목만 달성하려 하고 한다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절실하게 여기고 우크라이나가 개전 이후 서방국가에 줄기차게 요구한 무기는 공중 전력, 그 가운데 F-16 전투기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는 한 러시아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이 작성한 ‘세계 공군력 2023’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투기 대수에서 679대와 97대로, 러시아가 7배 많은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 전투기 가운데 최신형으로 우크라이나는 MiG-29 43대, Su-27 26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MiG-29와 그보다 최신형 MiG-31, 35를 합쳐 369대를 보유하고 있다. 수호이 전투기도 Su-27, 30, 35 기종을 합쳐 353대를 유지하고 있다. 내용적으로 공중 전력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상태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제공권에 도전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각종 무장을 달고 이륙하는 F-16C 전투기. 미국 공군, 위키 미디어 커먼스
각종 무장을 달고 이륙하는 F-16C 전투기. 미국 공군, 위키 미디어 커먼스

그동안 우크라이나 공격에서 러시아는 우세한 공군력을 활용하여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왔다. 러시아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무차별적으로 폭격했다. 전투기와 전투 헬기들은 지상전을 지원했다. 러시아 민간인 용병기업인 바그너 그룹이 맹위를 떨친 것도 압도적인 공중지원의 덕이 컸다.

미국 등 서방국가는 F-16 전투기의 제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전쟁이 러시아 지역으로 확대되고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을 의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F-16 조종 훈련 계획을 전격 승인했지만, F-16 전투기의 제공을 아직 확답하지 않은 상태이다. F-16 전투기의 제공은 조종사의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조종사의 훈련에 대해 6개월, 또는 1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F-16 전투기 제공은 최소 6개월 또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또다른 근거이다.

종합하면, 서방 국가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러시아군을 압도할 내용을 제공하지 못하고, 영토 방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무기로는 효과적인 전략 전술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러시아도 단기전을 기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우크라이나 전토를 점령하기는커녕 남부의 점령지를 사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점차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지고 있으며, 갈수록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서방국가들이 바라던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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