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계·문화계·창작자들 연일 '오정희 비판' 목소리
송경동 "대통령경호법 위반? 김건희가 대통령인가?"
"80년대 군부독재도 아니고 문학인 강제 연행하다니"
"소설 쓰려 애쓰던 젊은 시절 좋아하던 작가인데…"
박근혜 정부 시절 ‘문학계 블랙리스트’ 실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오정희 소설가가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되고, 이에 항의하는 문화예술인들이 행사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벌어지자 문학계와 출판계는 물론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경동 시인 등은 도서전 개막일인 지난 14일 오정희 소설가 홍보대사 위촉에 대해 항의,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는 축사를 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오정희 소설가와 도서전을 주최한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후원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작가들은 항의하는 뜻으로 행사 불참을 선언했다. 황정은 소설가는 15일 트위터에 “저는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에 불참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국제도서전의 홍보대사인 오정희 작가님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재직할 당시, 디나이얼리스트를 실행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동료 작가들의 문제 제기로 알게 되었다”며 “더구나 도서전 당사자이기도 한 그 작가들이 대통령경호법을 이유로 쫓겨난 자리에서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라는 주제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제게는 없다”고 밝혔다.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는 이번 도서전의 주제다.
북토크 사회를 맡기로 했던 작가 겸 가수 이랑도 도서전 불참을 선언했다. 이랑은 폭력 사태가 일어난 개막일인 14일 트위터에 “6월 17일(토) 서울국제도서전 <기후위기 앞의 삶> 북토크 프로그램에 불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양해의 말씀 전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블랙리스트이후(준),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등 단체들은 오는 18일 오후 2시 30분 강남 코엑스 A&B1홀 ‘오정희 참여 섹션’에서 ‘긴급 항의 기자회견 및 예술행동’을 가질 예정이다. 오정희 소설가의 섹션 참석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단체들은 지난 13일 항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아래 전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도종환·신학철)가 작성한 백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사업’ 등에서 ‘블랙리스트 문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빼내려 집요하게 개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도개선위는 예술위 위원으로 위원장 직무대행 자리에 있던 오정희 소설가가 블랙리스트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며, 나아가 블랙리스트 실행에 협조까지 것으로 판단했다. 오 소설가는 2018년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지만 문화예술계가 들고 일어나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오 작가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중국인 거리>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등을 쓴 원로다.
시인과 소설가들은 SNS에 비판의 말을 쏟아냈다. 다른 장르의 창작자들도 목소리를 높이기는 매한가지다. 문학청년 시절 오정희 소설가를 흠모했던 작가들의 ‘결별 선언’도 있다. 그들의 ‘말말말…’을 들어본다.
말말말…
송경동 시인
“순식간에 수십여 명이 달려들어 폭력적으로 이격시킨 후 연행해 건물 밖으로 끌어냈습니다. 코엑스몰에서 오늘부터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은 누구나 티켓만 끊어 들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입니다. 아니라면 수백 개의 출판사들 부스를 차려두고 참여해 주십사 홍보하고 부탁할 일이 없을 테죠. 그런데 들어가면서부터 경찰 등으로 보이는 이들이 따라 붙어 초대를 받았냐고 묻더군요. 끌려나온 후 정체와 사유를 물으니 대통령경호법 위반이라고 하더군요. 이 나라 대통령은 ‘김건희’ 씨인가요. 곧 언론을 통해 끌려나온 그 자리에서 김건희 씨가 축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더군요. 함께 간 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도 함께 끌려 나왔고, 기자회견에 함께 했던 정보라 소설가(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 등도 무참한 일을 당해야 했습니다.
결국 문체부와 서울국제도서전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실행자였던 오정희 씨를 홍보대사로 지키고, 김건희의 축사를 받기 위해 우리 모두를 불법적으로, 폭력적으로 소거시켰습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키워드가 ‘비인간과 마주하며 ‘인간중심주의’에서 돌아보아야 할 때‘라고 하더군요. 국가폭력 가해자를 홍보대사로 세워두고 누구에게 무엇을 돌아보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한국의 문학예술과 출판문화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침을 뱉는 모욕적인 일에 다름이 아닌데 왜 이러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세상엔 제가 잘 모르는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은가 봅니다. 가령 국제행사를 다 망치는 등 모든 무리를 다해서라도 오정희 씨 한 명을 지켜내야 하는 일, 김건희의 축사를 듣기 위해 동료 문화예술인들이 불법, 폭력적으로 연행당하고 있는데도 방관하는 일 등. 결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양심과 사상, 출판의 자유 등등을 유린하며 동료 문화예술인들을 사찰, 검열, 배제, 고사시키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한 소설가를 홍보대사로 앉히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김건희의 축사를 듣기 위해, 그 진실규명을 위해 근 7년여에 이를 동안 수많은 일들을 해야 했던 이들은 무참히 끌려 나와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와 함께 주관 단체로 있는 대한출판문화협회<“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와 함께 6월 14일(수)부터 18일(일)까지 코엑스(서울 강남구)에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을 개최한다.” - 2023. 6. 12.(월) 08:00 문체부 공식 보도자료> 정책팀장인 홍태림(미술평론가) 씨는 내부에서 오정희 소설가 홍보대사 해촉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페북을 통해 양심선언을 한 상태이기도 합니다.(며칠 전인데 벌써 정책팀장 채용공고를 냈다고 하는데 정말 신속히 처리해야 했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오늘 끌려나온 소식이 전해지고, 관련 문제가 사회화 된 후 고맙게도 오늘 서울국제도서전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맡은 뮤지션 이랑 씨가 국제도서전 보이콧을 선언해 주셨다고 합니다. 용기와 연대에 감사드립니다.”
심영섭 영화 평론가
“글을 써서 벌어 먹고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던, 그리고 또한 그 바람을 좌절시켰던 작가가 오정희 작가였다. (…) 나의 첫책 <영화, 내 영혼의 순례>는 아마도 그녀에게 바치는 헌사같은 제목이었을 것이다. (…) 그 후에 그녀가 쓴 것은 거의 다 읽었다. 데뷔작 <완구점 여인>부터 시작해서, <유년의 뜰> <중국인 거리> <바람의 넋> <옛 우물> 같은 작품들.
그런 그녀가 언제부터 무슨 문필 협회장이니 이런 것을 맡아서 나는 좀 불길한 감정에 사로잡히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남편께서는 모대학 총장도 되시고. 점점 주류가 되어 가는 그녀가 마뜩지 않았지만, 그녀는 오정희 아닌가.
그런데 오늘, 그녀가 박근혜 정부 시절 문인 블랙 리스트 작성에 앞장섰고, 이로 인해 문인들이 오정희 작가의 서울 국제 도서전 홍보 대사를 반대하다, 끌려 나갔다는 기사를 읽고, 통분과 배신감을 뼛속까지 느끼며 이 글을 쓴다.
'오호 통재라'는 이런 때 쓰는 말이다.
대체 나의 페미니즘의 본류로 어린 소녀시절 여성주의적 자의식에 물을 길어 부었던 그녀는 어찌해서 무슨 장이니, 홍보 대사니 이딴 세속적인 권력의 한 축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가.
나는 오정희, 박완서, 신경숙, 김애란, 정미경 같은 여성 소설가들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는 경향이 있다. 여류작가라니. 멋지지 않은가. 그런 그들이 부대끼는 현실은 과연 무엇일까.
나치 협력했던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처럼, 글과 삶은 또 분리해서 그저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나. 오호 통재라. 시간은 모든 것을 부수고, 흔들고, 덜컹거리게 만든다. 오호 통재라. 우상은 사라지고, 그림자로 빚어낸 훈장만이 남았다.”
허은실 시인
“춘천에서 고교시절을 보낸 내게 춘천은 무엇보다 오정희가 있는 도시였다. 대학 2학년 소설론 시간에 ‘옛우물’과 오정희에 대한 발표를 했고, 발표문은 레포트지에 손으로 정성껏 썼다. 밤새 작품을 읽고 레포트를 다듬고 발표를 마친 날 눈이 내렸다. 벅찼고 그의 문학을 더 순정하게 사랑하게 됐다. 그의 소설을 읽던 스무 살의 밤들이 없었다면 내 문학도 없거나 문학에서 더 멀어졌을 것이다. 그래서 첫 시집이 나온 뒤 일부러 챙겨 보내드리기도 했다. 물론 짝사랑일 뿐이었으나. 이번 일을 마주하고 너무 착잡하고 허탈하고 슬프기도 하고 상실감 같은 것이 밀려온다. 선생님, 사과해 주세요!”
유진목 시인
“오정희 소설가는 지난 스스로의 결정을 반성하고 현재의 행보에 사과해야 한다. 또한 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참여 시위자들에 대한 주최측의 폭력적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박일환 시인
“홍보대사로 위촉된 면면을 보니 노추를 드러낸 오정희를 비롯해 김인숙, 편혜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 등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됐다. 남성 작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속된 말로, 얼굴 마담들을 내세운 건가? 여섯 명을 모아서 찍은 홍보용 사진도 문학적인 느낌은커녕 모델들을 데려다 인위적인 포즈를 취하도록 연출해서 찍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진 어디에서 문학적인, 혹은 책 냄새가 하나라도 풍기는가? 더 궁금한 건 그냥 국제도서전이지 국제문학도서전이 아닌데, 문학인이 아닌 저술가들도 왜 전혀 보이지 않는 걸까? 정말 궁금해서 해보는 말이다.”
박선욱 시인
“부패한 문학 권력 앞에서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김이정 소설가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퇴행할 수 있단 말인가! 순간순간 뒷걸음질도 치긴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진보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1년 만에 나라꼴이 정말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뉴스만 보면 혈압이 올라 가능하면 안 보려 해도 피할 수도 없고, 무관심하면 더 기고만장할 것 같아 지켜보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다. (…) 한때 오정희 작가의 소설을 좋아했다. 그의 소설을 거의 다 읽었고, 두 번씩 읽은 것도 꽤 된다. 그러나 블랙리스트를 동조했다면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 아닌가? 그 사실에 항의하는 걸 왜 때리고 쫓아내는가? 나도 그 무렵 문화예술위에서 하는 해외 레지던스에 지원해 떨어졌다. 이상한 것은 그해 발표결과 내가 지원한 국가의 레지던스에 선정자가 아예 없었다. 내가 떨어졌으면 다른 사람이 됐어야 하는데 선정자가 아예 없는 게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도 안 보내더라도 너는 절대 보낼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해가 안 돼 전화를 해 담당자를 찾았다. 자리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또 전화를 했다. 이번엔 출장을 갔다고 했다. 항의가 아니라 너무 이해가 안 가서 물어 보려던 거였는데 문의마저 원천 차단 당했다. 더 이상의 끈기는 없었고, 해봤자 실무진이 무슨 잘못이랴 싶어서 더이상 전화도 하지 않았다. 그후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져서야 그 사정을 짐작했다. 세월호 관련 서명을 몇 번이나 했었기에.”
서정민갑 음악평론가
“오정희는 늘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오정희의 작품을 예전처럼 읽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허은미 어린이책 작가
“오늘 코엑스에 김건희가 떴다는 기사부터 소설가 오정희의 오욕에, 송경동 시인이 끌려가는 사진까지 더하여 하루종일 마음이 심란하다. 나도 모르게 ‘화 있을진저’라는 말씀을 되뇌이다가 문득, 언젠가 읽었던 성경말씀을 떠올렸다.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느님의 진노하심에 맡겨라.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아주리라.’ 아멘!”
엄미영 시나리오 작가
“공감하며 아파하며 읽었던 책들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어질 때 그 마음과 버리는 손도 슬픔에 떤다. (…) 고인 물에 옹기종기 대가리 박고 그 자리에서 그 물에다 똥, 오줌을 싸지르며 썩은 내가 진동하는 걸 모르는 인간들. 자각도 하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겹겹이 썩어주길.”
만화작가 이정헌
“제대로 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슬픈 현실이 화가 납니다. 어제 웃으며 이야기 나누던 분이 오늘은 저곳에 저리 쓰러져계신 상황이 너무 슬픕니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위원장
“문체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에 공문을 보내서 오정희 소설가 홍보대사 해촉과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습니다. 그 결과가 폭력을 휘둘러 제압하는건가요? 기자회견 후 티케팅을 하고 행사를 구경하러 갔는데 오늘 김건희 여사가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구경하는 출판사 부스가 차려진 경호구역이 아닌 공간에서부터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예술인들을 과잉 진압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술인 여러분이 다치고 성희롱도 당했습니다. 피켓도 구호도 외치지 않았는데다 말이죠. 관람하러 온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하는 것입니다. (… )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대한출판문화원은 이제 예술인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방관했습니다.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가 소란이고 제압해야 할 대상이라고 합니다. 함께있는 동료예술인들이, 예술이 위험합니다. 이 사실을 널리 알려주세요!”
김성수 호모북커스 대표
“정체성 없는 ‘서울국제(?)도서전’이 계속되는 것도 답답하지만, 논문표절에, 주가조작을 시도한 대통령 부인이 도서전 무대를 독점하고 블랙리스트 부역자 오정희 소설가의 복귀를 반대하는 작가들은 몸이 비틀려 끌려나가는 이 ‘비인간적인(이번 도서전 주제라는)’ 도서전을 왜 여는지? 나라도, 출판 생태계도 엉망인 작금의 상황은 도서전이 아니라 작가, 출판계가 목소리를 모아 제대로 시위를 해야.”
이송희일 영화감독
“좋아하던 오정희 작가가 블랙리스트 실행자였다는 것도 놀랍고, 그 동안 사과 한 마디 없이 입을 다물었다는 건 더 놀랍고, 김 여사 방문한다고 항의하던 시인들을 이렇게 내쫓는 건 기함할 노릇이고. 참 어지럽다.”
김주대 시인
“오정희 씨, 소설 쓰시기 바란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말이 낡고 천한 말이지만 오정희 소설가에게는 부드럽게 해당된다고 본다. 연세 드신 분이 소설 쓰지 않고 무슨 대사 따위에 나서서 욕을 드시는가? (…) 나는 정보를 많이 아냐고? 나 좀 안다. 박근혜 때 국제도서전 준비위원을 한동안 하며 회의에 여러 번 나가다가 이유 없이 잘렸거든. 왜 이유도 없이 어느날 무단히 회의에 안 부르냐 말이야. 그러니 너희들만 작가가 아니라 나도 시인이다. 송경동은 더욱 중요한 시인이다. 송경동은 내가 술 처먹고 X랄할 때도 은밀하게 선한 짓을 하며 시커멓게 탄 얼굴로 시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아픈 진짜 시인이다. 나의 송경동 우리의 송경동 시인을 건드리지 말기 바란다.”
연극평론가 김미도
“대한출판문화협회 비겁합니다. 출협 주최 행사에 대해 집행부가 홍보대사 선정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발뺌하나요? 문체부가 이 문제에 관련 없다는 건 왜 이렇게 강조합니까?”
염신규 한국문화정책연구소장
“오정희 선생에 대한 논란을 볼 때마다 정말 괴롭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소설을 쓰려고 애를 쓰던 젊은 시절 가장 좋아하던, 모델로 삼았던 작가이기 때문이다.(황석영이나 조정래 같은 작가는 한번도 나의 모델이 되었던 적이 없다. 오로지 오정희와 조세희가 나의 목표였다.) (구)오정희 매니아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제발 좀 협회건 기관이건 정부기구건 이 선생을 써먹지 말았으면 좋겠다. 물론 써먹힘을 당하는 것도 문제이긴 하겠지만 노령의 작가를 비난하기에는, 도저히 내 팬심에서 힘들다. 참 여러모로 괴롭다.”
이난영 작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중대한 책임이 있음에도, 후배와 동료를 검열한 소설가가 그에 대한 인정도 사과도 없이 국제도서전의 얼굴이 된 사태에 대해서, 피해 예술가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두 번 탄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로 오정희 소설가에게 사회적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여러 문화예술단체들의 개막식 오전 긴급 기자회견에서의 요청처럼 ‘오정희 사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활발히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종인 시인
“80년대 군부 독재시대도 아니고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장 앞에서 문학인을 강제 연행하다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굥(윤) 정부는 후회할 것이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것을 건드렸다.”
이승우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
“소설가 오정희…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요 관계자였던 사람. (이런 사람이 2021년 만해 대상 문예부문을 수상했다는 기사도 검색된다. 참으로 가관이다.) 당시 그 사건에 대해 가장 앞장서 비판했던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이런 사람을 이번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는 것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오정희 소설가의 ‘2023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도서전의 얼굴) 위촉에 대한 문화예술계 입장]
“오정희 소설가, 부끄러움을 모르는 문학은 사회적 폭력에 불과하다”
지난 6월 12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보균)과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윤철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이자, 한국과 세계를 책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인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이 보도자료에는 “소설가 오정희, 김인숙, 편혜영, 김애란, 최은영, 천선란 등 6명 홍보대사로 활동”이라는 내용이 강조되어 있다. 그리고 개막을 하루 앞 둔 이 순간에도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와 포스터의 한 가운데는 오정희 소설가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말 그대로 “전 세계 출판 교류 마케팅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한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이자 상징은 바로 소설가 오정희다.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실행자’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오정희 소설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자행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실행자였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을 위한 위원회’의 조사결과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오정희 소설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제5기) 위원이자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이미 명백하게 진상규명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들(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사업, 우수문예발간지사업, 주목할만한작가사업 등)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다.
특히 오정희 소설가는 2015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심의에서 심사위원들이 배제조치에 끝내 반발하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적접 30여 명을 무더기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실행에 가담하였다. 당시 오정희 소설가는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을 명백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심의위원들과 배제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검열 행위에 적극적으로 실행 가담하였다는 사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등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오정희 소설가는 지난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가 문학계와 언론의 비판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자 자진사퇴한 전력조차 있는 인물이다.
오정희 소설가는 지금까지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하여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고사하고 어떠한 성찰적 태도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에 대해 침묵으로 동조‧옹호하고 있다. 아니,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을 자임할 정도로 성찰과 반성의 감각을 상실한 채 부패한 문학권력이 되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부끄럽고, 분노한다.
2023년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 문학‧도서출판의 상징이자 얼굴이 동료와 후배 작가들을 검열하고 배제하는데 앞장 선 국가범죄의 실행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대한민국 문학과 도서출판을 대표하는 국제행사의 홍보대사로, 대한민국 법원과 정부는 물론 자신들 스스로가 공언했던 국가범죄의 실행자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검열하고 블랙리스트 국가범죄를 옹호하는 가해 조직으로 우리 사회에 영원히 남을 것인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블랙리스트 국가범죄의 피해 단체로서 블랙리스트 국가범죄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줄 것이 아니라, 반성과 사과가 없는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에 대해 더욱 심각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잘못은 세월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직 스스로의 성찰과 노력을 통해서만 바로 잡을 수 있다.
이제 동료 문화예술인들에게 간절히 묻고 싶다.
지금 이 시대의 문학은, 책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동료와 후배들의 창작과 출판을 검열한 소설가가 당당하게 ‘얼굴’이 된 서울국제도서전이 어떻게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책 축제”가 될 수 있을까.
지금도 전혀 반성과 사과가 없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가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면죄부를 주는 행사에서 다루어지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라는 주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처럼 부패한 문학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예술이 어떻게, 감히 우주와 지구, 역사와 미래, 민주주의와 불평등, 여성과 소수자, 인간과 비인간을 입에 담고 글을 쓸 수 있을까.
우리는 결코 침묵할 수 없다.
️ 이번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오정희 사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토론이 진행되기를 참여 작가와 출판사 그리고 관객들에게 요청합니다.
️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이번 오정희 사태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공개하라.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블랙리스트이후(준), 영화계 블랙리스트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모임,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우리만화연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민예총, 한국작가회의 외
2023년 06월 13일
【긴급 항의 기자회견 및 예술행동】
○ 2023년 6월 18일(일) 14:30 오정희 참여 섹션 장소(강남 코엑스 A&B1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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