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반도의 야경을 위성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밤의 한반도는 남과 북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남한은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들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이었고, 군사분계선의 북쪽은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마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한의 경제적 자부심만큼 북한의 어둠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또는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캄캄한 북쪽보다 환한 남쪽 야경이 더 걱정그러나 기후 위기와 생명사회를 고민하는 나의 눈에는 불 끄고 자야 하는 밤을 화석연료를 태워 저렇게 환하게 밝히는 남쪽의 소비문명이 더 걱정되었다.필자는
기후위기 앞에서도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재난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은 기후재난으로 더 크게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때로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2022년 여름 신림동, 폭우로 한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던 여성 노동자, 발달장애인, 그리고 아동으로 구성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옆집 주민이 창문을 뜯으려 했지만 그마저 가능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고 대통령실은 그때 찍은 사진을 국정홍보용 카드뉴스로 올렸다. 사진 위에는 “국민안전이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은 민주화이후 역대 총선이 그러했듯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가졌다. 지난 2년 동안의 윤석열 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 여론이 선거 분위기를 압도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불과 0.73퍼센트 표차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은 100퍼센트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정치는 검찰 출신답게 범죄수사식으로 일관했다.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고 단 한 번도 만나지 않았고, 이태원에서 159명의 아까운 청춘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법적 책임은 없다고 오불관언으로 버텼
요즘 우리 마을은 논에 물을 대며 모내기를 준비하고 있다. 겨우내 말라 있던 농수로에 물이 흐르고 논에 물이 채워지고 있다. 논의 경사에 따라서 자연적으로 논물이 차례로 채워지는 모습을 보면 수백 년간 사람과 자연이 함께 만든 걸작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인류가 만든 고대 유적 앞에 서 있을 때와 같은 경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토종 벼를 기르기 위해 만들어 놓은 내 작은 논에 물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듣기 좋은 소리가 내 논에 물 대는 소리와 내 자식 입에 밥
나는 평생 명함 없이 살았다. 살아오면서 남에게 알릴 만한 공적 직함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시간이 되면 강연과 글쓰기,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하며 살았다.그런데 이번에 제천 산골에 폐교 하나를 구하여 생태학교를 만들기 위해 나름 홍보를 할 필요가 생겨 명함을 하나 만들었다. 그냥 주소와 연락처만 쓸까 하다가 그래도 나의 정체성을 표시하는 단어가 있어야겠기에 잠시 고민타가 ‘생명평화운동가’라고 써넣었다. 아직 사상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생소한 단어로 자신을 규정한 것이다.새만금 개발과 ‘생명평화’‘생명평
“열 받은 바다 … 해수 온도 역대 최고 행진에 기후재앙 공포” “1년째 매일 신기록 … 1년 만에 20년 상승치 폭등” “산호 등 생태 파괴... 폭풍·폭우 등 극단기상 기습 흉조”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자료를 인용해 CNN이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 기사(연합뉴스 2024년 3월 19일)에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제목이 달렸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지난해 3월 중순부터 1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1982년 이후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수온이 전년 대비 0.25°C 올랐는
뜨거운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 아래 도로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알리라. 가로수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라는 사실을. 가로수는 무엇보다도 시원한 그늘을 제공한다. 가로수 한 그루는 에어컨 20대에 해당하는 냉방 효과를 낸다. 또한 가로수는 또한 인간에게 가장 편안한 느낌을 안겨주는 파아란 색상을 제공한다. 상상해보라. 푸르른 가로수가 전혀 없는 삭막하기 짝이 없는 도로를. 사실 어느 도시든 그 도시 풍광을 결정하는 것은 도시의 건물들과 가로수를 포함한 나무들이다. 필자는 20여 년 전 어느 날 사정없이 잘려나간 가로수를 목격한 이래 가로수
영화 는 프랑스 만화영화를 봉준호 감독이 각색하고 감독한 것(2013년)이다. 원래 이 영화의 배경은 지구온난화라는, 지구 전체에 닥친 기후재앙이다. 이른바 ‘과학기술 맹신주의’에 빠진 이들은 ‘지구 공학’으로 이런 문제도 쉽게 해결한다고 믿는데, 이 영화에서 그 진면목이 드러난다. 과학기술 맹신자들은 지구온난화를 특수한 냉각제(CW-7)를 통해 한방에 해결하려 한다. 그래서 이 냉각제를 지구 전체에 대대적으로 뿌렸는데, 지구를 적절히 식힌 게 아니라 그야말로 ‘냉동’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설국’ 세상이 탄생한다! 이제
“전갈이 간청해서 개구리 등에 올라가 강을 건넌다. 건너는 도중, 전갈의 눈에 개구리의 목덜미가 보인다. 킬러 본능이 작동한다. 찌른다. 결국 개구리도 죽고 전갈 자신도 강물에 빠져 죽는다.”널리 알려진 라퐁텐 우화의 하나다. 자신마저 죽을 걸 알면서도 찌르고 보는 게 전갈의 본능이라는 우화다. ‘결과가 자신에게 유리하건 말건 저질러놓고 보는 게 생물체의 본능’이라는 교훈을 남긴다.전갈처럼 찌르고 보는 권력의 생리사람도 생물체요, 사람이 모여 만든 권력도 생물체의 속성을 고스란히 가진다. 총기가 철부지의 손에 들어가면 총기 난사가
[]흔히 기후가 아니라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를 바꿔야 기후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기득권 체제에 녹아있는 기후 체제를 바꾸려면 권력관계를 바꿔야 하고 그걸 바꾸는 게 정치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선거는 권력을 둘러싼 제도와 사람을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기후정치로서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방앗간이 아니다. 깊어가는 기후위기 앞에서 기후운동이 4·10 총선을 맞아 기후정치 원년을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정당의 공약에 기후 의제를 삽입하거나 ‘기후정치인’을 국회로 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올겨울 산불이 크게 줄었다.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난데없는 ‘겨울장마’가 왔기 때문이라는데, 사과를 비롯한 과일과 비닐하우스 안의 파와 딸기 가격이 치솟는다. 일조량 부족 탓이란다. 기후학자는 가파른 온난화를 원인으로 파악하는데, 세계 평균기온은 벌써 산업화 대비 섭씨 1.5도 이상 상승했다. 수십만 논문을 근거로 연구하는 세계의 기후학자들은 다급하다. 산업화 시대를 기준으로 1.5도 이상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음에도 세계의 어떤 유력한 정치권도 긴장하지 않는 탓이리라.사태 악화시키는 정치권의 냉소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0번인 한창민 후보는 지난해 진보정당을 표방하며 창당된 사회민주당 전 공동대표다. 사회민주당은 ‘민주당보다 노무현답게, 정의당보다 노회찬답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노무현과 노회찬을 계승하되, 그 가치를 더 강하게 살려나가겠다는 뜻이다. 정의당의 한계를 넘어선 새로운 대중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한창민 전 대표는 교육운동·언론운동에 참여하다 2002년 개혁국민정당 창당 준비위원으로 정당 활동을 시작했고 노무현 후보 대전국민참여운동본부에서도 일했다. 2015년부터는 정의당 대변인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당신이 행한 대로 거둘 것이다. 인과응보다. 대략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리고 며칠 전 발표된 이번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보고 생각 난 말이기도 하다. 비례대표로 선출될 것 같은 순번의 후보에 농민 후보는 딱 한 명이다. 의 13번 순위 임미애 후보다. 1987년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을 지내고 1992년 남편의 고향인 경북 의성으로 귀촌해 농사를 지으며 풀뿌리 정치를 실천해 온, 내가 얘기하는 공정귀촌의 한 모습으로 살아온 후보다.
성찰하기 : ‘생명평화운동’의 무기력2024 총선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온통 난리다. 하지만 보수 기득권 양당 외에 다른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대의민주주의 선거에서 대중의 선택지로 등장하지 못하는 정치세력은 존립의 정당성을 상실한다. 이번 선거에서 소위 진보로 표현되었던 소수 정당들은 기득권 양당 세력에게 포섭되었거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그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 탓도 아니고, 우리는 그 답을 진보운동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 근본문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진단과 처방, 실천이 시민의 참여와 동의를 얻지 못한 것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3가지의 자원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3가지가 있다. ‘지하자원’, ‘지상자원’, ‘천상자원’이다. ‘지하자원’은 익히 알고 있듯이 철, 구리, 주석 등의 광물자원 외에 에너지자원으로 석유, 석탄, 우라늄, 천연가스 등이다. ‘지상자원’은 나무나 물처럼 땅 위에 있는 에너지원이며, ‘천상자원’은 태양과 바람이다.지하자원은 지구 행성적 한계로 무한하지 않다. 파내어 쓰면 고갈된다. 복원이 된다고 해도 수만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나무와 물 등의 지상자원은 복원속도를 넘어서지 않고 소비한다면 끝없
“춘천에 3600억 원을 투자해 데이터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굴지의 데이터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겠다” “이번 사업은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 기술과 최첨단 데이터 기술이 시너지를 창출하는 멋진 성공 모델” “7300여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춘천과 강원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 이는 디지털 산업 종사자 3만 명, 디지털 기업 3000개, 매출 300% 성장을 이루는 ‘333 프로젝트’를 조기에 안착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이미 착공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외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
지난 글(☞ESG 선풍 속 노동(L)이 제대로 자리잡을 곳)에서는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ESG(L-ESG)가 노동기준의 개선에 머물지 말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의제를 폭넓게 포괄할 필요가 있겠다고 제안했다. 자본의 선의나 정부의 온정주의에 기댈 일이 아니라 노동이 주체가 되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자본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명분으로 ESG 경영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ESG가 이윤의 자장(磁場)을 벗어날 수는 없겠기 때문이다.ESG 경영에서 노동기준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밭에서 ‘꽃다지’를 뜯었다. 난 ‘꽃다지’를 노래패 이름으로 처음 알았다. 검색해 보니 노래패 ‘꽃다지’는 1992년에 결성됐다고 한다. 32년 전이다. 귀촌한 지 12년이 됐지만 토종씨앗 농사를 짓기 시작한 4년 전까지만 해도 ‘꽃다지’는 내게 가물가물하게 기억나는 노래패 이름이었다. 이제 내게 ‘꽃다지’는 봄나물이 되었다. 꽃다지 나물의 맛은 약간 쓴 듯 아린 듯 단맛이 나고 식감은 약간 질긴 편이다. 생태, 순환, 촌 공동체 지향하는 소농(小農)의 소박한 삶꽃을 보고도 무슨 꽃인지 잘 모르던 내게 심지어 잎 모양만으로 풀이름을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이 외친 ‘독립만세’와 2024년 1월 18일 전주의 한 식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소리친 한 국회의원의 행위는 얼마나 다를까? 행위가 이루어진 배경과 시대 상황은 다르지만 행위의 본질은 완전히 같다. 둘 다 구조적 억압에 대한 반발이고,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전자는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직접적 반발이므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후자를 제국주의와 연관시키다니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쓴다.
최근(2월 13일),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윤OO-김OO 독일 가서 4200만 원 귀족놀이 파티에 가나?”란 영상이 주목을 끌었다. ‘단독 보도’까지 붙어 호기심을 더 자아냈다. 내용을 보니, 독일 함부르크도 등장하고, 생전 처음 듣는 ‘마티에 마알짜이트(Matthiae-Mahlzeit)’란 용어도 나왔다. 무슨 ‘귀족파티’이기에 참가비가 4000만 원이 넘으며(3만 유로), 과연 누가 참여하는지 궁금해졌다. 그 방송은 심지어 그 귀족파티가 ‘돈세탁 접선 장소’일지 모른다는 의심도 했다. 귀족놀이에 돈세탁이라니, 도무지 연결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