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한반도의 야경을 위성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 밤의 한반도는 남과 북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남한은 일본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들처럼 밝게 빛나는 모습이었고, 군사분계선의 북쪽은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다. 아마 사진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한의 경제적 자부심 만큼 북한의 어둠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또는 한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캄캄한 북쪽보다 환한 남쪽 야경이 더 걱정그러나 기후 위기와 생명사회를 고민하는 나의 눈에는 불 끄고 자야 하는 밤을 화석연료를 태워 저렇게 환하게 밝히는 남쪽의 소비문명이 더 걱정되었다.필자
기후위기 앞에서도 사람은 평등하지 않다. 재난은 가난하고 약한 사람에게 더 가혹하다.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은 기후재난으로 더 크게 건강과 안전을 위협받고 때로는 생명을 잃기도 한다.2022년 여름 신림동, 폭우로 한 빌라 반지하에 거주하던 여성 노동자, 발달장애인, 그리고 아동으로 구성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옆집 주민이 창문을 뜯으려 했지만 그마저 가능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현장을 방문했고 대통령실은 그때 찍은 사진을 국정홍보용 카드뉴스로 올렸다. 사진 위에는 “국민안전이
“열 받은 바다 … 해수 온도 역대 최고 행진에 기후재앙 공포” “1년째 매일 신기록 … 1년 만에 20년 상승치 폭등” “산호 등 생태 파괴... 폭풍·폭우 등 극단기상 기습 흉조”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의 자료를 인용해 CNN이 보도한 내용을 소개한 기사(연합뉴스 2024년 3월 19일)에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제목이 달렸다. 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가 지난해 3월 중순부터 1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1982년 이후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수온이 전년 대비 0.25°C 올랐는
올겨울 산불이 크게 줄었다. 역대급 엘니뇨 현상으로, 난데없는 ‘겨울장마’가 왔기 때문이라는데, 사과를 비롯한 과일과 비닐하우스 안의 파와 딸기 가격이 치솟는다. 일조량 부족 탓이란다. 기후학자는 가파른 온난화를 원인으로 파악하는데, 세계 평균기온은 벌써 산업화 대비 섭씨 1.5도 이상 상승했다. 수십만 논문을 근거로 연구하는 세계의 기후학자들은 다급하다. 산업화 시대를 기준으로 1.5도 이상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음에도 세계의 어떤 유력한 정치권도 긴장하지 않는 탓이리라.사태 악화시키는 정치권의 냉소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3가지의 자원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3가지가 있다. ‘지하자원’, ‘지상자원’, ‘천상자원’이다. ‘지하자원’은 익히 알고 있듯이 철, 구리, 주석 등의 광물자원 외에 에너지자원으로 석유, 석탄, 우라늄, 천연가스 등이다. ‘지상자원’은 나무나 물처럼 땅 위에 있는 에너지원이며, ‘천상자원’은 태양과 바람이다.지하자원은 지구 행성적 한계로 무한하지 않다. 파내어 쓰면 고갈된다. 복원이 된다고 해도 수만 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편 나무와 물 등의 지상자원은 복원속도를 넘어서지 않고 소비한다면 끝없
1919년 3월 1일 서울 종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들이 외친 ‘독립만세’와 2024년 1월 18일 전주의 한 식장에서 연설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소리친 한 국회의원의 행위는 얼마나 다를까? 행위가 이루어진 배경과 시대 상황은 다르지만 행위의 본질은 완전히 같다. 둘 다 구조적 억압에 대한 반발이고,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이다. 전자는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직접적 반발이므로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후자를 제국주의와 연관시키다니 너무 심한 비약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쓴다.
‘조국신당’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몇 가지 여론조사에서 조국신당은 1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보여서 제3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아직 의원이 단 한 명도 없고 공개 활동을 시작한 지 1주일밖에 안 된 창당대회도 하지 않은 당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더욱 놀라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무엇보다 여기에는 당의 얼굴이자 핵심적인 지도자인 조국 전 법무장관의 거침없는 발언이 큰 구실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수사도 기소도 받지 않는 범죄집단”이라고 정면으로 겨냥하며 “3년 반의 남은 기간이 너
금융기관이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데 자금을 제공한다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금융기관일까, 석탄화력발전소일까. 누가 정범이고 누가 공범인지, 아니면 둘이 공동정범을 형성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둘이 만나야 온실가스 배출은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온실가스 배출의 출구라면 금융기관은 그 입구에 해당한다.금융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엔진이라면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융은 에너지원을 선정함에 있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의 성패를 결정한다. “(화석연료) 투자를 멈추지 않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77)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다면?“민주주의,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는 끝장날 것이다.”2016년과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 때 유력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떠올랐던 버몬트 주 연방 상원의원 버나드(버니) 샌더스(82)는 지난 13일 영국 일간지 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재집권은 그의 1기 집권(2017~2021)보다 더 끔찍할 것이라며, 그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트럼프, 재선되면 분풀이를 할 것”“그는 4건이나 되는 범죄혐의로 기소돼 많은 고통과 개망신을 당
1달러당 151엔대까지 내려갔던 일본 엔 시세가, 얼마전 미국 연방준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고 내년엔 금리 인하로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뒤 1달러당 142엔 전후로 움직이면서 시세 상승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엔 강세 시대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관측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엔 약세 추세가 이어지면서 싼 엔을 사 두었다가 엔이 비싸질 때 팔아 시세 차익을 얻겠다는 ‘엔 매입 투자’가 붐을 이루기도 한 상황에서, 투자자들로서는 크게 반길 만한 일이다.엔 시세 반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RE100’이라고 있다. ‘RE100’은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위원회’가 주창한 개념으로 재생에너지를 뜻하는 ‘Renewable Energy’의 머리글자에 숫자 100을 붙인 것으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100% 모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지난 20대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RE100’ 개념을 몰라 곤혹을 치렀다.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도 ‘RE100’ 개념과 그 중요성에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영화는 좀비만큼이나 끈질기다. 걸핏하면 멧돼지처럼 튀어나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곤 한다. 시기나 방식에서 차이는 있지만 적지 않은 공기업들이 민영화의 길을 밟았다. 포항제철(현 포스코),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 담배인삼공사(현 KT&G), 국정교과서 등이 그들이다. 민영화는 ‘작은 정부’와 시장원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정책의 상징이었지만 신자유주의가 퇴조한 지금에도 민영화는 여전히 살아남아 유령처럼 공기업을 배회하고 있다.공공전력사업 분야를 배회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기후특사요 당사국총회 의장인 술탄 알 자베르가 “화석연료를 폐지하는 것은 동굴(에서 살았던 석기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COP 28 개막 전부터 그의 퇴진을 요구해 온 다수의 협약 가맹국들의 비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화석연료 폐지는 석기시대로 가자는 것”술탄 알 자베르에 대한 비판은 지구 대기 평균온도 상승 한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는 기후변화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 등 온난화가스 배출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 28)가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개막돼 2주일 간의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총회는 첫날인 이날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산업화에 따른 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구제대책에 필요한 기금 출연과 그 구체적인 운용방안에 대해 합의했다.‘손실과 피해’, 이행 총점검,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의제이번 28차 총회의 주요 의제로는 이 ‘손실과 피해’의 구체적인 운용방안 마련 외에,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
포스코는 탄소 배출량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지난해 배출량은 7019만 톤, 국내 총 배출량(6억 5450만 톤)의 10.7%에 해당하는 양이다. 2021년 가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이 전체의 4.7%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마무시한 규모다. 한 개 기업이 말이다. 이는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일 뿐 거기서 사용되는 전력이 배출한 탄소량은 빠져있다.이러한 배출량이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지는 간접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영국의 ‘코먼웰스’와 미국의 ‘기후와 공동체 프로젝트’라는 두 싱크탱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6일 탄소 등 지구 온난화가스 배출 제로(탄소 중립) 목표 시기를 기존 2060년에서 2050년으로 앞당기고, 각국의 삭감 목표 또한 그 시기를 앞당기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27일 보도에 따르면, IEA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 삭감 목표를 선진국은 2035년까지 2022년 대비 80%, 개도국은 60%를 삭감할 필요가 있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를 “거의 모든 국가가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보고서는 세계 전체의 배출가스를 2
북극해에 있어야 할 얼음이 생기지 않았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올겨울 우리나라에 혹한이 닥칠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 북풍한설을 막던 제트기류가 흐물흐물해지면서 중위도에 냉기가 퍼지는 “온난화의 역설”을 전문가는 ‘폴라보텍스’라고 정의하는 모양인데, 처음 알았다.눈앞에 펼쳐지는 외국의 기상이변은 무시무시하다. 한 해 강수량의 두 배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유럽에 이어 미국은 강수량 거의 없는 데스벨리에 1년 치 비가 하루 만에 내렸다. 그러자 숨었던 새우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자동차 몰고 현장 탈출한 미국인들은 에어컨 바람에 몸을 숨겼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가동 중이던 마지막 원전 3기마저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탈원전’ 정책을 완료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의 에너지난으로 원전 재가동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2일 원자력 에너지 문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못박고, 재생에너지 증대로 전력수요를 충당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올라프 숄츠 총리 “원전문제 다 끝난 얘기”미국 정치전문 일간지 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라디오 와 인터뷰에서 원전 재가동
세계기상기구(WMO)와 유럽 기상정보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동서비스’(C3S.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가 27일 올해 7월의 평균기온이 관측사상 가장 높은 달이 될 것이 확실하다고 발표했다.온난화 시대 가고 끓는 시대가 왔다두 기구의 과학자들은 지난 3주간이 관측기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었으며, 아직 끝나지 않은 7월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달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과학자들의 이런 발표 직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 모든 것이 예측 및 거듭돼 온 경고와 완전히 합치한
한국과 일본이 더위와 함께 폭우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지구상의 광범위한 지역이 전례없는 이상고온으로 인한 열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일 세계 평균기온이 사상 처음으로 섭씨 17도를 넘어선 뒤 지구 곳곳에서 기록적인 더위로 많은 지역이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산불이 확산되고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상기후를 분석하는 국제 연구그룹 ‘월드 웨더 어트리뷰션’(World Weather Attribution, WWA)은 이런 현상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 탓이라며, 중국의 경우 이런 이상고온 현상이 일어날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