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 찮은' 윤 정부, 공식 설명 없이 '함구'로 일관

외교부 관계자 "부풀려졌다"고 주장…항의 뜻 밝혀

첫 3억 달러 놔두고, 내년도 2차 30억 달러는 삭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G7 정상회의에 전격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5.21 [공동취재]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G7 정상회의에 전격적으로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5.21 [공동취재] 연합뉴스

한국이 최대 80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를 초특혜에 가까운 조건으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경제부(Ministry of Economy of Ukraine)는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우크라이나,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 달러 극히 유리한 조건으로 유치>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실었다. 그러나 닷새 후인 23일 돌연 '최대 80억 달러'란 수치를 없앴다.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우크라이나는 하루 전인 17일 서울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가서명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공여 협정의 구체적 내용을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격 공개했다. 그런 내용은 곧 바로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의 보도를 통해 한국에도 알려지게 됐다.

해당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자는 연이율 0.15%, 상환 기간은 대출원금 상환유예 10년을 포함해 40년으로 돼 있으며, EDCF 대출은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이뤄진다.

 

우크라이나 경제부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실은 보도자료(왼쪽)에는 '최대 80억 달러'란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닷새 후인 23일 수정한 보도자료(오른쪽)에는 그 부분이 돌연 삭제되고 대신 '차관'으로 바뀌었다. 2023 05. 24. [우크라이나 경제부 홈페이지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우크라이나 경제부가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실은 보도자료(왼쪽)에는 '최대 80억 달러'란 부분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닷새 후인 23일 수정한 보도자료(오른쪽)에는 그 부분이 돌연 삭제되고 대신 '차관'으로 바뀌었다. 2023 05. 24. [우크라이나 경제부 홈페이지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외교부 관계자 "부풀려졌다" 주장…항의 뜻 밝혀

스비리덴코 1부총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 달 내로 2단계 협정에 서명하면 1차분인 최대 3억 달러는 3~4개월 안에 집행되고, 최대 30억 달러 2차분은 2024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 진전 상황에 맞춰 80억 달러까지 점차로 그 한도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여 협정은 양국의 국내 절차와 정식 서명을 거쳐 공식 발효된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대출 규모 "최대 80억 달러"가 한국 기재부가 밝힌 추가 지원 금액과 60배 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협정 가서명 당일인 17일 한국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 정부는 지난해 인도적 지원 등 총 1억 달러 규모 지원을 제공했으며, 올해 2월에는 향후 1.3억 달러 규모의 추가 지원 의지를 발표한 바 있다"고만 언급했다.

외교부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발표문을 통해 "우리 정부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앞으로 1.3억 달러 규모의 신규재정을 공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대출 규모가 '하늘과 땅 차이'와 같은데다 우크라이나의 발표와 현지 언론보도가 있은 지 닷새가 되도록 윤석열 정부는 '함구'로 일관하자 이권 개입 등 모종의 '흑막'이 있어 진실을 숨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 <우크라에 10조 원 '초특혜 대출'…윤 정부, 왜 국민에 숨기나> 시민언론 민들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의 올렉산드라 아자르키나 차관과 만나 재건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023.5.23. [국토교통부 제공]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의 올렉산드라 아자르키나 차관과 만나 재건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2023.5.23. [국토교통부 제공] 연합뉴스

1차 3억 달러는 놔두고, 내년 2차 30억 달러도 삭제

파문이 일자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23일 홈페이지에 있던 보도자료 내용 중 제목의 "최대 80억 달러"(UP TO USD 8 BILLION) 부분을 "차관"(LOAN FUNDS)으로 바꿨다.

본문 내용 중에서도 "최대 30억 달러 2차분은 2024년에 가능할 것"이라는 부분에서 금액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1차분인 최대 3억 달러는 3~4개월 안에 집행될 것"이라는 대목은 그대로 남겨 뒀다. 1차분 3억 달러 만해도 윤 정부가 거론한 추가 지원분 1.3억 달러의 2배가 훨씬 넘는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신문은 23일 저녁 <우크라 "한국, 10조원 지원 예정"…외교부 "사실 무근">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주장이 "사실 무근"이라며 정식으로 항의할 뜻을 밝혔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바흐무트 점령을 알리는 러시아 신문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바흐무트 점령을 알리는 러시아 신문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석연 찮은' 윤 정부, 공식 설명 없이 '함구' 일관

이 신문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발표한 숫자는 매우 부풀려진 것이다. 이번 협정의 서명 대상인 기획재정부에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도대로라면,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구체적 수치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얘기가 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윤 정부의 대응 방식이다. 우크라이나의 '80억 달러' 발표 내용이 그야말로 "사실무근"이라면 외교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항의'는 해도, 기재부가 공식 브리핑을 열어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공여 협정에 담긴 구체적인 액수가 얼마인지를 공개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확산하는 까닭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여협정(A/G)이 체결된 이후 EDCF 지원 절차를 살펴보면 △ 정책협의 및 사업발굴 △ 타당성 조사 △ 수원국의 차관 신청 △ 한국수출입은행의 심사 보고 △ 사업 승인 △ 시행약정(A/R)과 차관계약(L/A) △ 상세설계 △ 본사업 착공 등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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