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상승률 평균 소비자물가의 2~5배 수준
햄버거 값 상승률 17.1%…19년 만에 최고
피자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고 12.2% 올라
주요 프랜차이즈 작년 이후 지속적 가격 인상
정부 압박에 인상 자제…"한꺼번에 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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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진정됐다는 정부 발표가 그닥 체감되지 않더니 그 이유가 일부 확인됐다. 햄버거, 피자 등 주요 외식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의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이는 2004년 7월(19.0%) 이후 1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햄버거 물가는 지난 2월 7.1%, 3월 10.3%나 오른데 이어 지난달에는 오름폭이 엄청나게 커졌다.
지난달 피자도 12.2%가 올라,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8.8%에서 2월 10.7%, 3월 12.0%에 연이은 상승세다.
최근 둔화세를 보이던 치킨 물가도 지난달 반등했다.
지난달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월보다 1.6%포인트 높았다.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11.4%)부터 올해 3월(5.2%)까지는 7개월 연속 둔화했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지만, 프랜차이즈들이 주로 운영하는 햄버거,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는 큰 폭 상승했다. 햄버거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7%)의 4.6배에 달했고 피자는 3.3배, 치킨은 1.8배였다.
햄버거와 피자, 치킨 등의 외식 물가가 오른 것은 주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는 2021년 12월 제품 가격을 평균 4.1% 올린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도 5.5% 인상했고, 올해 2월 또다시 5.1% 올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8월에 이어 올해 2월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렸고, 버거킹은 지난해 1월, 7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KFC도 지난해 1월과 7월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인상했고, 맘스터치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세 차례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다.
미스터피자는 지난해 3월 일부 피자 단품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올해 2월 피자와 사이드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월과 8월 두차례 인상했고,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알볼로 등도 지난해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중에는 교촌치킨 운영사인 교촌에프앤비가 지난 3일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올렸다. 이로 인해 간장 오리지날은 1만 9000원으로, 허니콤보는 2만 3000원으로 올랐다.
통상 배달료 3000∼5000원을 고려하면 치킨 한 마리를 배달시켜 먹으려면 3만 원 정도가 들게 됐다.
프랜차이즈들은 밀가루와 식용유를 비롯한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라 햄버거와 피자, 치킨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그나마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당분간 가격 인상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누적된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하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
외식 업체들도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협조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의 부담이 줄지 않아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전기·가스 요금처럼 한꺼번에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국민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압박하니 따르지만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의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들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가격 인상은 잠시 미룬 것이어서 언젠가 풍선처럼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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