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서 전문가 기자회견 열어

“오염수 규모 일본 주장보다 클 것” “수산물 검역 강화해야”

“일본, 1990년대 러시아 핵폐기물 투기 비판” 이중적 행태

“업계와 공동 이해 공유” IAEA 중립성도 도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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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다. 2023.4.21. 더탐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다. 2023.4.21. 더탐사

후쿠시마 오염수의 우리나라 근해 환경영향평가를 한 결과 10년 후에는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량의 1억 분의 1이 희석되어서 한국 근역에 들어온다고 가정했을 때 10년 정도 후에는 우리나라 방사성 물질 기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일본이 지난 13일 발표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오염수 방류량을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한국 소비자들이 먹는 수산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의 냉각 설비가 파손되고 원자로 건물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대규모 방사능물질 유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올해 6월부터는 일본 정부가 저장해 둔 후쿠시마 오염수를 실제 바다로 방류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장치(ALPS)로 걸러내면 삼중수소를 제외한 나머지 방사성 물질을 제할 수 있다면서 바다로 방류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한국원자력학회도 지난해 4월 “오염수가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 시간과 바닷물로 인한 희석효과 등으로 방사선 피폭선량은 무시할 수준이며, 방사선 영향은 미미하다"라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일본 정부와 유사하게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 모인 전문가들의 입장은 이와 달랐다. 4차 보고서까지 내놓은 IAEA가 이미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정해 놓고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이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이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한 소장은 직접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 생태학적 환경영향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물을 얼마나 마시나, 생선을 얼마나 먹는가, 지형과 해류는 어떻게 되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면서 “그 결과 후쿠시마 방류량 1억분의 1이 한국 근역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10년 정도 지나면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또 “일본은 30년에 걸쳐 희석한 오염수를 천천히 나눠서 방류하면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라면서 “그러나 방사선 선량 효과는 장기에 걸쳐 나타나며 불확실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일본이 주장하고 있는 오염수 봉쇄와 저장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냉각수가 언젠가 지하수로 내려와 합쳐지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수 있으니 체르노빌처럼 콘크리트로 봉합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면서 “그 결과 137만 톤의 오염수가 발생했다”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처음 사고가 터졌을 때 지하수를 통제하고 동토벽을 세웠다고 했다”라면서 “이것이 완료되기 전에 통제 없이 바다로 흘러간 오염수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완벽하게 처리하고 저장해도 자연스럽게 땅속 깊숙이 스며들어 흘러나가는 지하수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라면서 “발전소 위를 콘크리트로 덮고 빗물 구멍을 다 막았다고 하더라도 오염수의 10~20% 정도는 흘러나가 후쿠시마 앞바다로 이미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또 “IAEA 보고서에서 사전 환경영향 평가를 해보니까 삼중수소만 언급하면서 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라면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전문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균렬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특히 보고서가 삼중수소만 언급한 것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영향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한 소장은 “삼중수소는 농축이 안 되기 때문에 주변국에 영향이 없다는 억지를 부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다 방사능물질을 버리고 있고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증진을 추구하는 기구로 원전 업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집단”이면서 “동업자 의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에 따르면 삼중수소는 농축되지 않지만, 세슘, 스트론튬의 물질은 물보다는 조개류 등에 흡착이 잘되기 때문에 푸드 체인(생태계 먹이 사슬)을 통한 영향이 삼중수소보다 크다. 삼중수소만 언급하며 영향이 없다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미국의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은 자신들의 과거 오염수 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미국은 비키니섬에서 수백 차례 핵실험을 했고 원주민은 60년이 지나도 원 거주지에 돌아가지 못했다”라면서 “미국이 이런 원죄를 지고 있다는 점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방조하는 한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오염수 방류의 문제를 지적하면 오히려 학계에서 공격을 받는 풍토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아무리 정화해도 정화되지 않는 물질이 있다”면서 “플루토늄 반감기는 2만 4000년이고 우라늄203은 7억 년이라 우리 문명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100% 정화됐다고 하는데 무슨 의심을 하냐면서 인신공격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또 제대로 된 평가를 하려면 다양한 학제 간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방사능물질의 환경 영향 평가는 원자력 분야 전문가만으로는 할 수 없다”라면서 “토목공학, 생물학, 의학, 수산학, 해양학 전문가들이 총 망라돼야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AEA가 주장한 환경 평가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항의서한을 낭독하고 있다. 2023.4.21. 더탐사

서 교수는 IAEA의 중립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800조 원의 시장으로 추정되는 소형 모듈 원자로를 세계화하려면 후쿠시마 문제를 정리하고 가야 한다”라면서 “이러한 이해관계를 IAEA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일본 어패류 수입액은 전년 대비 2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소장은 “일본 앞바다는 앞서 말한 지하수를 통한 유입 효과로 반드시 수산물이 오염됐을 수밖에 없다”라면서 “원산지를 속여서 한국에 판매하는 것은 아닌지 유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일본의 수산물 유입에 대한 검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베타핵종 등을 샘플링해서 측정한 뒤 기준치를 초과하면 한국으로 들어오다가도 일본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국제 연대를 통해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그동안 IAEA는 해양 방류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권고했다”라면서 “주사위는 던져진 만큼 호주, 뉴질랜드 등과 연대해 국제해양법에 호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의 이중성에 대해서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 교수는 “1993년 러시아가 핵잠수함에 썼던 장갑 등 물품을 동해에 버릴 때 일본 정부하고 그린피스에 의해 발각된 적이 있다”라면서 “그때 일본 정부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바다에 투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국제해양법 개정 작업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거울 앞에 서서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선박에 이용되는 평형수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서 교수는 “선박의 평형수는 일본 바다에서 넣은 뒤 부산항에 와서 버리게 되며 이렇게 되면 해류와는 무관하게 후쿠시마 오염수가 한국 해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라면서 “평형수를 조사해 배를 되돌려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이준택 전 건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막아내지 못하면 일본이 가동하고 있는 로카쇼무라 핵 재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의 방류를 막아낼 명분이 줄어든다”라면서 “첫 번째 사례인 후쿠시마 오염수부터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회견을 마치고 일본대사관을 방문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이정윤 대표는 “IAEA 보고서가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이미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라면서 “장기적인 환경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해양 방출보다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 환경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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