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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배출에 대한 주변국 우려가 큰데도 처리수라고 주장하며 오염수 방류에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금년 상반기에 배출한다고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7월을 목표로 한다는 말도 들린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오염 여부를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자가 검증할 것이며 기본적으로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AEA는 원래 안전보다 핵사찰을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조직운영을 위한 분담금은 2021년 기준 총 정규예산(3억 3348만 유로+5428만 미달러) 중 미국이 25.25%로 가장 많다. 그다음은 중국(11.15%), 일본(8.32%) 순이다. 우리나라는 2.18%로 11위에 해당되어 원전 이용 주요국 중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러시아도 국제 핵시장에서 영향력이 크지만 분담금은 작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사무총장은 일본인 아마노 유키야였다. 이 때문에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세계 거버넌스(Governance)를 장악하려는 미국의 외교 목적과 의도에 충실한 정치적 과학조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런 조직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제대로 검증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IAEA, 신뢰할 수 있는 조직인가

많은 사람들이 국제기구인 IAEA 참여 과학자가 절대 권위를 가진 것처럼 말한다. 우리나라 참여자들의 면면을 보면, 타국도 마찬가지지만 원자력연구원, 한국수력원자력(주) 등 원자력 사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IAEA의 감시 기본방향은 주권국 의지를 존중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IAEA가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에 대한 중간보고서에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일단 방류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어떤 결론을 이미 내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근해 수산물의 섭취, 유기결합삼중수소(OBT) 등에 대하여 도쿄전력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배출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기술한 내용이 그것이다. 시민과 주변국의 우려에도 해양방류가 국제표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려 하는 것 같다.

배출 방사능이 충분히 작다는 것인데 여기에 허점이 있다. 핵시설에서 배출되는 방사능은 연간 배출기준이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이전에 사고 등에 의해 아무리 많은 양이 배출되어도 금년 배출량은 새로 시작이다. 후쿠시마 원전 당국에서는 삼중수소 배출 기준농도가 6만Bq/L 수준이지만 연간 배출한도는 평소 운전 중인 발전소의 배출 수준으로 22조Bq로 정하고 1500Bq/L까지 삼중수소 농도를 낮추도록 바닷물로 희석하여 배출한다는 것이다. 30년 배출한다지만 배출기간 중 매일 140톤의 오염수가 추가로 쌓이는 문제에 대한 고려는 없다.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 관점이라면 지금부터 30년 배출을 정상 가동 중인 발전소 배출 수준(연간 22조Bq)으로 평가하겠다는 것은 무의미하며 배출 방사능은 총량(가동 후 지금까지 총 배출량+향후 배출할 총량)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학적이다. (방사능량은 Bq·베크렐로 표기한다. 제한치 6만Bq/L는 배출시 1리터당 6만Bq로 제한한다는 뜻이다. 시간제한이 없으므로 무한량이 배출될 수 있지만 연간 22조Bq 이내로 양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니 6만Bq/L로 367만 리터(22조/60000)를 내보내면 연간 배출량 한도에 도달한다. 매일 약 1만 리터를 내보내는 것이고 한 달에 한 번씩 배출한다면 30만 리터를 내보내야 한다.)

오염수 배출문제에서 추가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다핵종제거설비(ALPS)의 성능이다. ALPS가 제대로 된 성능이라면, 130만 톤의 저장된 오염수에서 삼중수소 이외의 7개 핵종 배출기준 초과량이 66%에 달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측정에 사용된 샘플의 대표성에 관한 지적도 없다. 그나마 배출시 관리하겠다던 64개 핵종은 지금은 오간 데 없이 30개로 축소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ALPS 성능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ALPS로 그냥 제염을 여러 번 반복해서 배출하겠다는 답변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다.

특히 해저 생물은 방사능 오염에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지만 2011년 원전사고 이후 해양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상세하고 솔직한 조사결과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원전에서 북쪽 40km 떨어진 소마시 앞바다에서 기준치의 14배 이상 오염된 생선이 포획되는 것을 보면 생태계 영향이 간단치가 않음을 알 수 있다. 오염수가 균일하게 확산 분포하지 않고 곳곳에 집중적으로 생체에 농축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방사능이 균일하게 확산되어 발전소에서 남북 490km, 동서 270km 이상에서 선량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도쿄전력의 계산 결과에 IAEA는 동의하고 있다.

사고 당시부터 지금까지 배출된 방사능 총량에 따른 주변 해역 생태계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추가 배출 여부를 검토해야 함에도 오염수 배출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보는 과학적 근거는 IAEA 보고서 어디에서도 없다. 또한 배출 방사능의 생체 축적과 거동(Food Chain)에 대한 평가가 없는 것은 배출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며 과학적이지 않고 문제를 축소하려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과학적이지 않고 문제를 축소하려고만 하는 궤변

문제는 재처리 핵연료인 MOX(혼합산화물) 핵연료가 원자로 하부 콘크리트 바닥에 녹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거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라늄 235를 5% 이내로 농축하여 연료로 활용하는 경수로 핵연료에 비해 MOX 핵연료에는 플루토늄 성분이 7~9%까지 들어 있다. 극미세량으로도 체내에 들어오면 치명적인 초우라늄 성분, 즉 플루토늄238(12.4배), 플루토늄240(10.1배), 아메리슘241(26.8배), 퀴륨242(19.7배), 퀴륨244(21.7배) 등 일반적인 경수로보다 함량이 수십 배 많다. 체내에서 치명적인 알파 방사능량은 3~9배이며 발열량도 2~3배 이상 커서 사고시 오염면적도 4배로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장정욱, 재처리와 고속로). 하지만 이러한 성분들은 지금까지 132만 톤의 저장수에 어떻게 분포되는지 그동안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제거할 수 없는 삼중수소를 배출기준으로 하여 다른 핵종은 ALPS로 전부 제거한 것처럼 말한다.

도쿄전력은 원전 운영 당시 1980년대부터 29건의 안전 수리기록 위조 스캔들(2002년) 이후 뇌물, 안전 미조치 등 무수한 은폐와 거짓말(lie)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멜트다운(melt-down)’ 용어를 사용하지 말고 단순 ‘코어피해(core-damage)’라는 용어를 사용하라고 강요해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이 때문인지 IAEA 보고서에서도 초우라늄 핵종에 대한 국제 수준의 검증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ALPS 작동 관련 방사선 방호 설계, 운영에 있어 ‘셀프규제 (self-regulation)’를 관찰했다고 기술하여 일정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나중에 책임을 면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길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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