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정부가 현실화율 낮춘 것도 원인
1주택 보유세 20%가량 줄어 2020년보다 줄 듯
종부세 대상 1주택 수 23만호로 절반 수준 예상
4월 11일까지 열람 및 의견청취 거쳐 확정 예정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18.61% 내린다. 2005년 공시가격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폭 하락이다. 주택 가격 하락이 주 요인이지만,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춘 것도 하락 폭을 키웠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1가구 1주택 보유세는 20% 이상 줄어 2020년 수준보다 떨어질 전망이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수도 45만 6000호에서 절반 수준인 23만 2000호로 줄어들게 됐다.
정부는 2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전국 1486만 가구에 대한 ‘2023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국토교통부는 23일부터 4월 11일까지 소유자 등을 대상으로 열람과 의견청취를 할 계획이다.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 하락률 18.61%은 2005년 공동주택 공시가 조사·산정 제도 도입 이후 하락률이 가장 높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하락도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가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4.6%)과 2013년(-4.1%)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공시가가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집값이 급격히 하락한 데다, 정부가 공시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까지 2020년 수준으로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시세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한다. 문재인 정부가 세운 현실화율 로드맵으로는 올해 공동주택에 71.5%를 적용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며 현실화율을 69.0%로 낮췄다. 이에 따라 평균 공시가격 하락률이 3.5%포인트 더 커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7.20%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공시가격은 2021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택 공시가는 2016∼2020년 5년간 매년 4∼5%대 상승률을 보이다 부동산시장 과열로 2021년 19.05%, 지난해 17.20% 급등했다. 그러다 올해 역대급으로 떨어져 1년간 변동률은 35.81%에 이른다.
모든 시도의 공시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세종의 하락 폭이 30.68%로 가장 컸다. 세종 공시가격은 작년에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4.57%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았던 인천(+29.32% → -24.04%)과 경기(+23.17% → -22.25%)의 하락률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4.22% 올랐던 서울은 올해 17.3% 떨어졌다.
정부는 공시가 하락에 더해 세제 개편 효과를 적용하면, 2020년보다 집값이 높은데도 1가구 1주택자 보유세 부담은 더 낮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대선 때 국민 보유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과중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이를 조기에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산세·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작년과 같다고 가정하면, 올해 공시가가 3억 9000만 원인 공동주택 보유세는 2020년보다 28.4%, 작년보다는 28.9%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공시가 8억 주택의 경우 보유세가 2020년 대비 29.5%, 작년 대비 38.5% 감소한다고 밝혔다.
정확한 세 부담 변화를 따져보려면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제금액, 세율 등이 확정돼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종부세는 95%에서 60%로 낮췄는데, 올해 조정을 거친다.
행정안전부는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 이하로 더 낮추겠다는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역대 가장 큰 폭 하락했지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종부세의 경우 급격한 세수 감소를 막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 하락으로 1가구 1주택 종부세 대상이 되는 주택 수는 지난해(11억 원 초과) 45만 6360가구에서 올해(12억 원 초과) 23만 1564가구로 49%(22만 4796가구) 줄었다.
정부는 4월에 재산세, 상반기 중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는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기초연금 산정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 하락으로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월평균 3.9%(3839원)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매, 상속, 담보대출 등 부동산 거래를 등기할 때 부담하는 국민주택채권 매입은 연간 1000억 원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는 다음 달 28일 결정·공시된다. 오는 23일 0시부터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 홈페이지와 시·군·구청 민원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정·공시 이후 5월 29일까지 한 달간 이의 신청을 받고, 재조사 및 검토과정을 거쳐 6월 말 조정·공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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